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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과연 모차르트 유전자 ‘빈 필’…41번 교향곡 격정의 피날레

등록 2015-10-12 20:27

세계 최정상의 빈 필하모닉이 지난 10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모차르트의 피아노협주곡 23번을 연주하고 있다. 10~11일 진행된 공연에서 피아니스트인 지휘자 에셴바흐는 직접 피아노를 치면서 지휘를 했다. 크레디아 제공
세계 최정상의 빈 필하모닉이 지난 10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모차르트의 피아노협주곡 23번을 연주하고 있다. 10~11일 진행된 공연에서 피아니스트인 지휘자 에셴바흐는 직접 피아노를 치면서 지휘를 했다. 크레디아 제공
리뷰 ㅣ ‘에셴바흐 지휘’ 빈 필 내한공연

에셴바흐가 지휘·협연 겸한
피아노 협주곡 23번으로 시작
현악부의 정돈된 합주력 빛난
교향곡 40·41번으로 이어져
유머보다 구조적 치밀함 부각
크리스토프 에셴바흐
크리스토프 에셴바흐
한국 청중이 이제껏 만나본 것 가운데 가장 작은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공연이었다. 하지만 가장 빈 필다운 선곡과 연주였다.

지난 10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무대에 오른 50명 남짓의 빈 필 단원들은 모차르트 음악의 성찬을 차려냈다. ‘고전파 협주곡의 최고봉’으로 손꼽히는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23번으로 시작해 ‘모차르트 교향곡의 정수’라 할 수 있는 40, 41번 교향곡에 이르는 동안 이른바 ‘빈 필 사운드’라 불리는 밝고 따스한 음색, 우아하고 정교한 표현력에 경탄을 거듭하게 했다. 이들은 ‘모차르트의 도시’ 빈을 대표하는 오케스트라답게 유전자에 각인된 적통의 품위를 유감없이 과시했다. 예정됐던 주빈 메타의 대타 지휘자(투간 소히예프)가 이끈 지난 2009년 내한 공연의 아쉬움을 말끔히 털어주고도 남았다.

첫 곡은 크리스토프 에셴바흐가 지휘와 협연을 겸한 피아노 협주곡 23번이었다. 모차르트의 피아노 협주곡은 피아니스트의 독주와 오케스트라의 합주가 번갈아 등장하는 구조라 지휘자의 역할이 상대적으로 적어, 피아니스트 출신의 지휘자들이 이따금 ‘1인 2역’을 맡곤 한다. 에셴바흐는 지휘자이기 이전에 뛰어난 피아니스트이기 때문에, 국내 애호가들 사이에서는 그의 피아노 연주를 들을 기회라는 점이 상당한 관심거리였다.

에셴바흐는 ‘1인 2역’의 장점을 십분 발휘했다. 그는 오케스트라 전체의 큰 그림을 그리는 동시에 독주부와 합주부를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연결해냈다. 피아노 독주부가 현악기, 목관 악기와 차례로 대화하는 패시지(악구)를 미세한 억양의 변화와 셈 여림까지 한 치의 어긋남도 없이 엮었다. 그야말로 ‘천의무봉’의 솜씨이었다.

에셴바흐의 피아노는 과잉되지 않으면서도 듣는 이의 가슴을 깊숙이 파고들어 큰 울림을 만들었다. 특히 2악장에서 시칠리안 무곡의 리듬에 실어낸 애수는 청중의 감정선을 한껏 끌어올려, 2부의 교향곡 연주에 대한 기대치를 높였다.

2부의 교향곡 40, 41번은 수백년에 걸친 빈 필의 음악적 유산이 지니는 위력을 보여주기에 충분한 연주였다. 에셴바흐는 모차르트가 2주 차이로 완성한 두 곡을 한 호흡으로 크게 연결했다. 40번에서 시작된 격정의 파도는 41번의 피날레에서 절정을 이뤘다.

빈 필의 현악부는 교향곡 연주 전반에 걸쳐 눈부신 합주력으로 감탄을 자아냈다. 금관이 축소된 소편성이라 현악부의 균질하게 정돈된 음색이 한층 부각됐다. 교향곡 40번 1악장 도입에서부터 마지막까지 현악부는 한 치도 더하거나 뺄 수 없는 완벽한 균형미와 간결함을 보여줬다. 에셴바흐가 말했던 빈 필 현악부의 저력, 비브라토 같은 작은 표현에서부터 음색에 대한 지향점과 연주 전체를 지배하는 가치관까지 오랜 세월에 걸쳐 견고하게 다져진 음악적 동질성이 갖는 힘이 느껴졌다. 여기에 에셴바흐 특유의 호방함과 강렬함이 더해져 빈 필의 연주는 단순히 고색창연함에 그치지 않고 신선한 긴장감을 띠었다. 에셴바흐의 모차르트는 전반적으로 유머와 친근함보다는 구조적 치밀함을 부각시키는 데에서 오는 지적인 쾌감과 선명한 대비가 주는 통쾌함이 돋보였다.

41번 교향곡 ‘주피터’는 당당한 위용이 돋보였다. 소편성 악단에서 대편성 악단 못지않은 폭발력이 뿜어져 나오는 것이 놀라웠다. 모호함 없이 확고하게, 직선적으로 풀어내는 에셴바흐의 스타일은 대위법의 수평적 진행에 강력한 추진력과 무게감을 부여했다. 특히 마지막 4악장의 푸가를 긴장감 넘치는 드라마로 승화시켰다. 피날레에 이르러서는 팽팽하게 당겨진 성부 간의 장력에 숨이 막힐 정도였다.

성의 있는 앙코르 연주도 인상적이었다. 이들은 통상 앙코르곡으로 연주하는 소품 대신, 1부와 2부 연주가 끝날 때마다 또 다른 모차르트 협주곡(12번 2악장)과 교향곡(34번 4악장) 한 악장씩을 골라 들려줬다.

김소민 객원기자 sompari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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