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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청소년 연극, 지금 가장 날선 사회극

등록 2015-10-13 20:27

부쩍 늘어난 청소년 연극은 왕따, 자살, 세월호 참사 등 우리 사회의 여러 문제를 다뤄 사회극적 성격을 지닌다. 국립극단의 <비행소년KW4839>이다.  사진 각 극장·극단 제공
부쩍 늘어난 청소년 연극은 왕따, 자살, 세월호 참사 등 우리 사회의 여러 문제를 다뤄 사회극적 성격을 지닌다. 국립극단의 <비행소년KW4839>이다. 사진 각 극장·극단 제공
안산문화재단 ‘B성년 페스티벌’ 등
10대 현실 그린 무대 부쩍 늘어
학교폭력·성적 고민·왕따부터
세월호 이후 부채감까지 작품에
청소년 연극이 부쩍 늘었다. 17일까지 두산아트센터 무대에 오르는 <복도에서, 미(美)성년으로 간다>에 이어 안산문화재단의 ‘B성년 페스티벌’(10월19일~11월22일), 국립극단의 <비행소년 KW4839>(11월13~29일)가 줄줄이 무대에 오른다. 이 밖에도 <소년이 그랬다>, <모범생들>, <바람직한 청소년>, <유도소년> 등 청소년 관련 연극들이 꾸준히 관객과 만나고 있다. 청소년 연극은 성(性)적 고민과 성적 고민, 자살, 세월호 참사 등 여러 사회 문제를 다룬다. 사회적 갈등과 불만이 한층 더 날카로와진 요즘의 시대상이 청소년 연극이 자주 무대에 오를 수밖에 없는 이유일 터이다.

■ 왜 지금 청소년 연극인가 우리 헌법을 보면 청소년이라는 정의는 애매하다. “자녀”(제31조 제2항), “연소자”(제32조 제6항), “청소년”(제34조 제4항) 등 용어의 일관성이 없다. 더욱이 헌법재판소는 청소년을 “아직 성숙하지 못한 인격체”라고 규정했다. 자기결정권과 문화향유권 등을 인정하면서 명목상 청소년이 독자적인 인격체임을 확인했지만(헌재 2004년5월27일) “국가의 교육권한과 부모의 교육권의 범주 내”로 한정했다.

두산아트센터의 '복도에서, 미(美)성년으로 간다'. 사진 각 극장·극단 제공
두산아트센터의 '복도에서, 미(美)성년으로 간다'. 사진 각 극장·극단 제공
“국가가 국민을 권리의 주체가 아닌 관리의 대상으로 보는 것과 마찬가지로, 청소년 또한 ‘훈육의 대상’으로 봅니다. 사회의 민주화 진전과 견줘볼 때, 청소년에 대한 이런 시각은 뒤떨어진 것입니다.” 지난 8일 서울 두산아트센터와 안산문화예술의전당 공동기획 ‘동시대 청소년의 발견과 청소년 연극’ 토론에서 오동석 아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지적한 부분이다.

권리에서 소외된 청소년은 학교폭력, 왕따, 범죄 등 사회적 문제들에도 노출돼 있다. 청소년 연극이 사회극이 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김유미 연극평론가는 최근 청소년 연극의 전개 양상을 “얄개전과 같은 명랑 코미디에서 리얼리즘으로 변화”라고 정의했다.

특히 <복도에서>를 쓴 이양구 작가는 세월호 참사 이전과 이후의 청소년 연극을 구분했다. “누군가 소중한 사람을 잃어버린 경험, 그리고 그런 상실에 자신도 책임이 있다는 부채감이 2014년 4월 세월호 참사 이후 작품에 자연스레 녹아들었습니다.” 상실감과 부채감이 청소년 연극을 집필하는 동기가 된 것이다.

■ 지난해부터 창작물 봇물 최근 청소년 연극의 약진은 2010년 어린이청소년극연구소를 만든 국립극단의 <소년이 그랬다>가 첫 단추를 뀄다. “청소년극은 성인극에 비해 하위장르라는 편견과 함께 배우들이 아마추어라는 고정관념을 깨는 데 일조했습니다. 청소년들과 함께 하는 작업도 연극계에 반향을 불렀습니다. ” 김미선 어린이청소년극연구소 제작피디의 말이다.

동시대 청소년들의 고민과 호흡을 맞추면서 소통하려는 노력은 청소년 연극의 양적 증가로 나타났다. 창작물이 봇물처럼 터진 것은 지난해였다. <옆에 서다>(박찬규 작, 김수희 연출), <햄스터살인사건>(허선혜 작, 최여림 연출), <비행소년 KW4839>(여신동 연출)를 선보였고 연출동인 ‘혜화동1번지’는 ‘B성년’이라는 기획으로 <복도에서>(이양구 작·연출), <방과후 앨리스>(김나정 작, 임정빈 연출), <한번만 쫌 때려볼 수 있다면>(오세혁 작·연출), <개천의 용간지>(한현주 작, 백석현 연출), <미(美)성년으로 간다>(김슬기 작, 윤혜진 연출)를 공연했다. 대중적 작품인 <유도소년>(박경찬·이재준 작, 이재준 연출)까지 가세해 풍성함을 더했다.

하지만 질적 성장에 대한 갈증은 여전하다. 장성희 연극평론가는 “청소년의 은어, 문화를 속속들이 사실적으로 담아야 한다는 욕망이 너무 큰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청소년 현실에 대한 현미경적인 접근이 되레 큰 틀을 놓칠 수 있다는 뜻이다. 김유미 연극평론가는 “청소년과 함께 하는 작업에 의존하기보다는 작가 자신만의 시각과 방식으로 작업하는 게 필요하다”며 그 사례로 <복도에서>를 꼽았다.

손준현 기자dus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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