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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귀에 익은 ‘아리아’…처음보는 ‘진주조개잡이’

등록 2015-10-14 18:54

15~18일 예술의 전당 오페라극장

비제 출세작 오페라 국내 초연
한 여자와 두 남자 비극적 사랑
남성 이중창 ‘이국적 낭만’ 흘러
사진 국립오페라단 제공
사진 국립오페라단 제공
꿈을 꾸는 듯 벨칸토 테너의 미성이 흘렀다. 주인공 나디르가 사랑했던 여인 레일라를 회상하는 대목이다. 무대 왼쪽은 희푸른 빛, 오른쪽은 보름달 아래 불그스레한 조명이다. 우뚝 선 두 개의 바위엔 마치 전북 부안의 채석강처럼 물결무늬가 새겨져 있다. 그리움의 선율은 물결처럼 일렁였다. 귀에 익은 아리아인 ‘귀에 익은 그대 음성’(Je crois entendre encore)이었다. 달빛 아래 희미한 옛사랑의 그림자가 어른거렸다.

“야자나무 그늘 은밀한 곳에서/ 달콤하게 울리는 그대의 노랫소리/ 산비둘기의 노래와 같아!/ 오 매혹적인 밤이여!/ 성스러운 황홀감이여!/ 아름다운 추억이여!/ 광기 어린 도취여!/ 달콤한 꿈이여!”

테너의 미성과 함께 흐르는 도입부 관악 연주는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가는 시간여행의 안내자였다. 19세기 프랑스 아리아 중 가장 아름답다는 평가를 받는 곡이다. 아리아는 귀에 익었지만 정작 이 곡이 나오는 조르주 비제(1838~1875)의 오페라 <진주조개잡이>는 국내 초연이다. 국립오페라단은 13일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리허설을 열고 처음으로 이 작품을 공개했다. 객석 2층에는 경기 안산 이호중학교 학생과 교직원 350명이 초청됐다. 환호와 박수는 이들 몫이었다.

비제의 숨겨진 보석 같은 이 작품에는 ‘귀에 익은 그대 음성’ 외에도 ‘신성한 사원에서’(Au fond du temple saint)가 유명하다. 나디르와 또 다른 남자주인공 주르가가 함께 부르는 매혹적인 이중창으로, 고대의 실론(스리랑카)섬으로 청중을 안내한다. 이 작품은 비제의 대표작인 <카르멘>보다 더욱 아름답고 정제된 음악으로 가득하다는 평가다.

1863년에 작곡한 이 작품은 비제의 출세작이다. 그는 낭만주의 영감의 화신이었다. 프랑스 낭만주의 작곡가들은 절제된 아름다움을 넘어 몽상과 꿈, 우수에 젖은 비극적인 사랑을 노래했다. 낭만주의 예술의 가장 큰 주제는 이국주의(exoticism) 영감을 불러일으키는 ‘동방 세계’에 있었다.

<진주조개잡이>는 브라만교 여사제(레일라)와 두 남자(나디르, 주르가) 사이의 금지된 사랑을 아름다운 선율과 정서로 풀어냈다. 계율을 어긴 여사제와의 사랑은 버림받은 질투와 맞물려 비극적인 파국을 맞는다. 감상 포인트도 세 남녀의 엇갈린 사랑과 우정이며, 그 감정을 표현하는 세 명의 성악가다.

나디르 역에는 최정상급 벨칸토 테너로 급부상하는 멕시코 출신의 헤수스 레온이 나온다. 최근 이탈리아 파르마 레지오 극장과 루치아노 파바로티 극장에서 나디르 역으로 출연해 “파바로티의 심장과 음색을 지닌 테너”라는 극찬을 받았다. 2016년 피렌체 오페라에서 다시 한번 <진주조개잡이>를 선보일 예정이다. 나디르 역 스페셜리스트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겠다.

여사제 레일라 역은 프랑스 소프라노 나탈리 만프리노가 맡았다. 레일라를 사이에 두고 나디르와 갈등하는 주르가 역은 탁월한 연기와 부드러운 미성, 풍부한 성량으로 청중을 압도하는 바리톤 공병우가 캐스팅됐다. 장 루이 그린다 연출, 주세페 핀치 지휘, 프라임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연주. 15~18일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02)580-3540.

손준현 기자dus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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