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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음악은 나의 운명…최고 작품만 보여줄 것”

등록 2015-10-15 20:51

작곡가 류재준이 13일 오전 서울 서초구 방배동의 한 카페에서 <한겨레>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작곡가 류재준이 13일 오전 서울 서초구 방배동의 한 카페에서 <한겨레>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폴란드 1급 훈장 받는 작곡가 류재준

지난주, 작곡가 류재준(45)씨가 폴란드 정부 1급 문화훈장 ‘글로리아 아르티스’(Gloria Artis)를 받게 되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역대 수훈자론 노벨 문학상 수상자인 시인 비스와바 심보르스카, 영화감독 로만 폴란스키 등이 있다. 음악가로는 작곡가 겸 지휘자인 크시슈토프 펜데레츠키, 피에르 불레즈, 지휘자 발레리 게르기예프, 피아니스트 루돌프 부흐빈더 같은 거장들이 있다. 폴란드 정부가 류씨를 이들 반열에 올린 셈이다. 지난 13일 서울 방배동 카페와 작업실에서 그를 만났다.

류씨는 유럽에서만 연간 100회 이상 작품을 무대에 올릴 만큼 왕성하게 활동한다. 내년만 해도 3월 영국 로열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협주곡 음반을 녹음하며, 9월 핀란드 타피올라 신포니에타가 마림바 협주곡을 위촉 유럽 초연한다. 11월에는 베이징 국제콩쿠르에서 위촉한 현악 사중주 곡이 준결승 심사곡으로 세계 초연된다. 콩쿠르 심사곡으로 현대음악을 위촉하는 것은 동시대 대표 작곡가에 대한 일종의 오마주다. 당장 다음달에는 프랑스 브르타뉴 심포니 오케스트라 초청으로 1주일간 류씨의 음악세계를 집중 조명하는 프로그램이 마련된다.

작품 연간 100회 이상 유럽 무대에
부당한 작품료 지급 등 현실 탓
정작 한국선 실연 들을 기회 드물어
대중에겐 사회적 발언으로 알려져
“잘못됐다 느끼는 것을 말할 뿐”

의아하게도 정작 한국에서 그의 작품 실연을 들을 기회는 드물다. 그는 “대부분의 작품 위촉은 유럽에서 이뤄지며, 국내 위촉은 손에 꼽을 정도다. 더구나 짧게는 몇 개월에서 길게는 몇 년의 시간과 창작력을 쏟아부은 곡에 대해 합당한 작품료 지급이 이뤄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이 시대 한국 작곡가가 겪는 현실을 개탄했다. 그러나 “음악인들의 기득권 다툼, 청중의 현대음악에 대한 무관심과 한국 작곡가에 대한 노골적인 경시 등이 힘에 부칠 때가 있다”면서도 “음악은 내게 주어진 운명이라 생각한다. 무너지려고 하는 순간 다시 돌아오는 계기가 생기더라”고 말했다.

그는 창작 외에도 직접 연주단체(앙상블 오푸스)를 꾸리고 음악감독으로서 작품을 치열하게 연구한다. “최고의 작품과 최상의 연주만을 보여주겠다”는 고집을 꺾지 않는다. 손익계산서는 늘 적자다. 국외에서 받은 작곡 위촉료와 악보 대여료 등 사재를 털어 적자 메우기를 반복한다.

그는 평소 정치·사회적 이슈와 문화예술계에 대해서도 거침없이 쓴소리를 뱉어 ‘반골’, ‘이단아’ 취급을 받아왔다. 2013년에는 “친일파 음악인의 이름으로 된 상을 받기 싫다”며 난파음악상 수상을 거부하기도 했다. 그는 자신더러 ‘호전적’이라고 하는 이들에게 잘라 말한다.

“잘못된 것을 보고 ‘잘못됐다’고 말하면 ‘싸우려 든다’고 하는데 그렇지 않다. 싸움은 상대를 이겨서 굴복시키려는 게 아닌가. 나는 그저 잘못됐다고 느끼는 것에 대해 말할 뿐이다. 뭔가 바뀌리라는 희망 때문도 아니다. 내 판단에 따라 ‘옳은 일을 하는 것’(Do right thing)일 따름이다.”

그의 음악을 직접 들어볼 가장 가까운 기회는 11월1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리는 앙상블 오푸스의 정기연주회다. 그는 “푸가 기법의 형식적인 완결성을 추구했다. 머리에서 악보로 음표 하나를 옮길 때마다 코끼리 한마리를 움직이는 것처럼 힘들었다. 뼈를 갉아내고 수명을 단축시키는 기분을 느꼈다. 연주자들에게도 엄청난 기량을 요구하는 곡이다”라고 설명했다. 인터뷰를 마치고 그의 작업실 컴퓨터로 시뮬레이션한 푸가의 일부를 들어봤다. 거대한 자기장에 휩싸인 것처럼 온몸이 얼얼했다. 공연장에서 현악 오케스트라의 연주로 듣는다면 얼마나 압도적일지 상상만으로도 머리털이 쭈뼛 일어섰다.

김소민 객원기자 sompari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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