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발레시어터. 사진 서울발레시어터 제공
22~23일 창단 20돌 기념공연
제임스 전·김인희 부부 20년간 창작 104개 무대에 올려
한국 대표 민간 발레단으로 성장…김인희 단장 이번에 은퇴
“계산 없이 무작정 덤벼 창단…이제 젊은 후배들이 이어받길”
제임스 전·김인희 부부 20년간 창작 104개 무대에 올려
한국 대표 민간 발레단으로 성장…김인희 단장 이번에 은퇴
“계산 없이 무작정 덤벼 창단…이제 젊은 후배들이 이어받길”
“후배들하고 밥을 먹다가, 늘 외국작품만 해왔는데 우리도 우리 작품을 하나 만들면 어떻겠느냐는 얘기가 나왔어요. ‘제임스 형이 안무할 줄 아니까 안무하고, 누나가 제일 나이 많으니까 단장 하면 되잖아’라는 말 때문에 3개월 만에 뚝딱 창단한 거예요. 아무것도 모르고 덤볐기 때문에 서울발레시어터가 생겼지, 경영이니 뭐니 계산했더라면 못 만들었지요.”
김인희(52) 단장이 안무가인 남편 제임스 전(56) 예술감독과 함께 1995년 2월19일 서울발레시어터를 창단하던 때를 되돌아봤다. 30대 젊은이의 치기 어린 ‘저지레’가 이제 ‘창작발레의 산실’이 됐다. 올해 9월까지 104개의 창작발레 작품과 980번의 공연으로 관객을 사로잡았다. 스무 살 성년이 된 서울발레시어터는 이제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민간 발레단으로 자리 잡았다. 창단 20돌을 맞아 오는 22, 23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잔칫상을 차린다. 그동안의 명작들을 ‘종합선물세트’로 보여준다. 김 단장은 이번에 40년 무용인생의 마지막 춤판을 벌인다. 무대에 서는 건 2005년 <작은 기다림> 이후 10년 만이다.
“떨리지만 기대도 해요. 막상 연습을 해보니까 몸이 안 따라가네요. 다리를 높이 들면서 상체를 뒤로 많이 꺾어야 하는데, 20~30대가 아니니까 무리가 따르는 거죠. 안 되겠다 싶으면 제임스가 동작을 바꿔주기도 해요. 보시는 분들이 ‘어, 저 사람 저러다 다치면 어쩌나’ 하고 걱정을 하면 안 되잖아요.”
출연 작품은 창작발레 <빙>(BEING, 현존) 3부작에서 명장면을 뽑았다. 김 단장은 “제임스가 미국 이민을 간 어릴 때 느낀 점을 담았기 때문에 미국적인 요소가 많아요. 대놓고 드러내지는 않지만 종교적인 메시지도 중간 중간 묻어납니다. 한 젊은 남자의 갈등과 구원이 뼈대예요”라고 설명했다.
<빙>을 안무한 제임스 전 예술감독은 미국 줄리아드예술대학을 졸업하고 한국에 왔다. ‘제임스’는 가톨릭 세례명 야고보의 영어식 이름이다. 그의 작품은 청년시절 겪은 미국 문화와 한국에서의 삶을 그만의 독특한 시각과 감성으로 여과해, 신체언어로 교직해냈다. <빙> 3부작(1998년 무용예술사선정 올해의안무가상), <백설공주>(2004년 무용예술상 작품상), <봄, 시냇물>(2005년 올해의예술상 무용부문 우수상), ‘2010년 제42회 대한민국문화예술상 연극무용부문 대통령상’ 등 수상 경력도 화려하다.
서울발레시어터는 2001년 미국 네바다발레시어터에 <라인 오브 라이프> 수출을 시작으로, 작품의 해외 판매를 지속하고 있다. 전문인력을 위한 발레아카데미뿐 아니라, 일반인들을 위한 발레교육프로그램에도 적극적이다. 그러나 20년이 지났지만 민간발레단의 ‘살림살이’는 여전히 빠듯하다.
“물론 사업별 국고 지원이나 기금 신청은 있었지만, 1년 운영비를 확보한 상태로 발레단을 운영한 적이 한 번도 없었어요. 지난 3년 동안 구제역, 세월호, 메르스(중동호흡기질환) 때는 세트까지 다 옮겨놓고 공연을 못 하기도 해서 재정적으로 많이 힘들어요. 자동차 기름이 다 떨어졌는데, 저랑 제임스가 차를 막 밀면서 언덕을 올라가는 느낌이랄까요.”
김인희 단장과 제임스 전 예술감독은 20주년을 맞아 재정자립 등 여건이 성숙되면 단장 직과 예술감독 직을 후배들에게 물려줄 생각이다. “젊은 후배들이 발레단을 이끌어주기를 바라는 마음에서죠. 물론 핸들은 놓지만 옆에서 도와야죠.”
20돌 기념공연은 모두 2부로 나눠 구성했다. 1부에선 초대 예술감독 로이 토비아스의 <마음속 깊은 곳에>, 초청안무가 허용순의 <그녀는 노래한다>, 리처드 월락의 <스닙샷>, 제임스 전의 <레이지>의 주요장면을 선보인다. 2부는 <빙>의 명장면으로 꾸민다. 오는 22~23일 오후 8시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02)3442-2637.
손준현 기자 dust@hani.co.kr
왼쪽부터 남편 제임스 전 예술감독, 김인희 단장. 사진 서울발레시어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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