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괘불재’.
24일 괘불재…높이 12m 괘불화 ‘외출’
전남 해남 달마산 자락에는 예쁜 절집 미황사가 있다. 1200살 넘긴 이 고찰은 느낄거리, 볼거리가 수두룩하다. 바다와 산이 함께 깃든 포근한 경관으로 이름높고, 절에서 보관해온 280여년 된 부처님 걸개그림인 괘불(掛佛)은 나라가 지정한 보물이자 조선시대 괘불화들 중 최고의 명품으로 꼽힌다. 높이 12m, 폭 5m나 되는 이 괘불화는 여느 불화처럼 압도적인 느낌을 주지 않는다. 담담한 녹황빛 색조 아래 석가여래상을 화폭 가득 그려넣고 그 발치 아래 뜻밖에도 수수한 얼굴을 한 용왕과 용녀의 모습을 자그맣게 배치해 편안하면서도 소박한 미감을 선사한다. 미황사에서는 2000년 이래 해마다 늦가을녘에 하늘 높고 기운 좋은 날을 골라 괘불을 대웅전 앞마당 당간에 내걸고 대중에게 의식을 베푸는 ‘야단법석’을 차리고 있다. 이름하여 ‘괘불재’(掛佛齋)다. 올해도 24일 낮 1시부터 절에서 재가 열린다. 재는 승려들과 절 아랫마을 청년 20명이 괘불을 절 앞마당에 옮기는 이운의식을 하면서 첫발을 뗀다. 눈대목은 이날 오후 6시부터 펼쳐질 산사 음악회다. 지역 주민들이 남도소리판을 펼치고, 바이올리니스트 이경선 서울대 교수가 이끄는 서울 비르투오지 챔버 악단은 처음으로 이 절 경내에서 클래식 선율을 들려준다. 대웅전 바로 아래의 전각 자하루에서는 농민그림으로 일가를 이룬 중견 작가 이종구씨가 미황사를 소재 삼은 신작들을 내건 ‘절집기행’ 특별전을 차렸다. (061)533-3521.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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