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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차이무, 대학로 밝히는 ‘우리들 고향별’

등록 2015-10-22 19:12수정 2015-10-22 20:28

극단 차이무 창단 20주년을 맞아 공연을 준비중인 이성민, 전혜진(앞쪽)이 20일 오후 서울 이화동 예술마당 공연장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정용 선임기자 lee312@hani.co.kr
극단 차이무 창단 20주년을 맞아 공연을 준비중인 이성민, 전혜진(앞쪽)이 20일 오후 서울 이화동 예술마당 공연장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정용 선임기자 lee312@hani.co.kr
‘20돌 공연 두 주역’ 이성민·전혜진
서울 대학로에도 수많은 별이 뜬다. 영화나 방송만큼 화려하진 않지만, 은근하고도 때로 뜨거운 열정으로 밤하늘을 밝혀왔다. 오늘 뜬 별은 얼마나 오래 빛날 수 있을까? 여기, 스무 해 세월의 마모와 망각을 뚫고 당당한 기억으로 남은 별이 있다.

극단 ‘차이무’(대표 민복기)가 창단 20주년을 맞아 이상우 작·연출로 <꼬리솜 이야기>를 올린다. 초연인 만큼 배우들도 매일 오후 3시부터 밤 10시까지 연습에 열정을 불태우고 있다. 극단의 터줏대감인 배우 이성민과 전혜진을 20일 오후 대학로의 한 찻집에서 만났다. ‘차이무 20년, 대학로 20년’ 이야기가 한 시간 동안 이어졌다.

“사실 우리는 창단 멤버는 아니에요. 1995년 창단되고 한두 해 뒤에 함께 하기 시작했는데…. 글쎄요, 우리는 오디션을 통해 단원을 뽑지 않아요. 그때그때 인연이 되면 끌어와요. (극단)대표를 빼고는 실체가 불투명한데 벌써 20년이 됐네요.”(이성민)

두 배우는 차이무가 ‘장수’한 이유에 대해선 또렷한 답을 내놓지 않았다. 그런데 듣다 보면 이해가 간다. 1995년 7월에 이상우 연출가를 중심으로 당시 젊은 배우 문성근, 송강호 등이 뭉쳐 차이무(차원이동무대선)를 창단했다. 문성근과 송강호 등은 활동 무대를 옮겼지만 요즘도 극단 후배들한테 밥 사고 술 산다고 한다.

송강호·문성근 등 뭉쳐 1995년 창단
배우·연출 ‘케미’ 환상…꾸준히 작업
창단 20돌 맞아 ‘꼬리솜 이야기’ 올려
이성민 “선후배 안 따지는 연출 장점”
전혜진 “영화선 채울 수 없는 게 있죠”

일단 좋은 분위기에 사람들끼리 서로 궁합도 맞았나 보다. 공연시작 전 무대 뒤에서 배우들끼리 외치는 극단의 구호가 “놀자, 놀자, 놀자”이다. “연극을 하고, 밤엔 술 먹고. 20년 가까이 계속 만나는데 예전 모습 그대로인 것 같아요.”(전혜진) 배우들은 작품의 주인이 된다. “‘방목형 연출’인데, 선후배 할 것 없이 배우들이 자유롭게 의견을 내놓아요. 그래서 배우들의 의견이 반영된 ‘공연 대본’이 따로 있어요.”(이성민)

차이무는 이런 저력을 바탕으로 그동안 <늘근도둑 이야기>, <비언소>, <양덕원 이야기> 등을 무대에 올려왔다. 올해도 지난 1월 뮤지컬 <달빛 요정과 소녀>, 8월 연극 <거기>로 20돌 잔치를 이어왔다.

이번 <꼬리솜 이야기>에서도 차이무만의 작품세계가 이어진다. 가상의 작은 섬나라 ‘꼬리솜’은 외세로 분단이 됐는데, 단 엿새 만에 멸망하는 사연을 세 토막의 다른 이야기로 엮어냈다. 첫 토막에서 전혜진은 ‘마금곱지’라는 할머니로 등장해 30분 가까운 시간 동안 딸에게 보내는 편지 형식의 독백을 펼친다. 이성민은 둘째 토막에서 이 나라의 대통령 비서부장으로 등장한다. 우리 시대의 이야기가 진한 블랙코미디로 펼쳐지는 셈이다.

두 배우는 연극에 대한 애정만큼이나 걱정도 깊다. 점점 상업화하는 대학로 풍경엔 진한 아쉬움을, 최근 연극계 검열 논란엔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한국문화예술위원회(예술위)가 정부에 비판적인 예술가들을 지원 대상에서 배제한 것에 대한 의견을 묻자, 이성민은 이렇게 말했다. “제가 처음 연극을 할 때, 1990년대 초반까지는 대본을 구청에 가서 신고했어요. 구청 아저씨가 내용이 뭐냐고 묻고, 도장을 찍어줘요. 이런 일이 다시 생긴 건 아니지만, 황당하고 안타까워요.”

또 다른 민감한 대목을 건드렸다. 이미 영화배우로 대중적 인기를 모으고 있는데, 배고프고 가난한 연극을 계속하고 싶을까. 대학로를 떠난 사람은 돌아오지 않는 게 보통인데. 최근 이성민과 전혜진은 영화 <손님>과 <사도>에 출연해 존재감을 과시했다. 이성민은 말했다. “시간과 인연이 되면, 1년에 한 편이라도 연극을 하고 싶어요. 연극이란 게 시간을 많이 빼앗기고, 후배들 챙겨야 하고 완전히 마이너스지만….” 옆에서 전혜진이 대뜸 끼어들어 “형수한테 물어봐야지”라고 타박한다. 그런데 전혜진도 비슷하다. “두 아이를 키우는데 매일 저녁에 나와서 연습하고 공연하는 게 쉽지 않아요. 아이들도 힘들어 하고. 그래도 영화에선 채워지지 않는 무언가가 연극에는 있어요.”<꼬리솜 이야기>는 다음달 6~29일 서울 대학로 예술마당 2관 무대에 오른다. (02)747-1010.

손준현 안창현 기자 blu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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