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경궁에서 혜경궁 홍씨의 회갑연을 복원한 공연 <왕조의 꿈, 태평서곡>이 열린다. 창경궁에서 하는 복원 공연은 처음이라, 2010년 국립국악원에서 진행된 같은 이름의 실내 공연 사진을 대신한다. 아래 그림은 혜경궁 홍씨의 회갑연을 기록한 <원행을묘의궤>의 ‘봉수당진찬도’. 국립국악원 제공
‘혜경궁 홍씨 회갑연’ 복원 공연
정조가 지극한 효심으로 마련
220년전 수원 화성에서 열려
사도세자 태어나 죽은 창경궁서
공연예술 형태로 다시 거행
화려한 궁중무용 등 볼거리
정조가 지극한 효심으로 마련
220년전 수원 화성에서 열려
사도세자 태어나 죽은 창경궁서
공연예술 형태로 다시 거행
화려한 궁중무용 등 볼거리
창경궁의 가을이 깊어간다. 영화 <사도>의 실제 주인공인 사도세자가 뒤주에 갇힌 곳은 창경궁 문정전 앞으로 알려졌다. 문정전은 영조(1694∼1776)가 집무실로 쓰던 편전이다. 영조 38년인 1762년 7월4일 영조는 세자를 폐하고 뒤주에 가두었다. 세자의 아내인 혜경궁 홍씨가 쓴 <한중록>에서 당시를 기록한 내용이다. 하지만 같은 날 <영조실록>에는 ‘뒤주’라는 표현이 나오지 않고 “안에다 엄하게 가두었다”(自內嚴囚, 자내엄수)라고만 짧게 기록했다. 이후 세자는 창경궁 정문인 홍화문 남쪽 선인문으로 옮겨졌다. 여드레 동안 굶주림과 더위에 신음하다 끝내 세자는 숨을 거두었다. 세자의 죽음과 관련한 내용 또한 실록에는 설명이 없지만, 당시 <승정원일기>에는 자세히 실렸다고 한다. 하지만, 나중에 정조(1752~1800)가 되는 세손의 요청으로 이마저 세초(洗草)했다. 세초는 글씨를 물로 씻어 역사의 기초 사료를 없애는 행위다. 세손은 ‘실록은 열람할 수 없지만, 일기는 모든 사람이 볼 수 있어 애통함을 금치 못했다’고 한다. 따라서 지금까지 사도세자에 대한 가장 상세한 기록은 <한중록>이다.
창경궁은 최근 다시 조명되는 사도세자가 출생부터 죽음까지 마주한 곳이다. 아들 정조가 태어나고 어머니인 혜경궁 홍씨가 승하한 곳이기도 하다. 깊어가는 가을, 창경궁에서 정조의 효심이 담긴 혜경궁 홍씨의 회갑연을 복원한 공연이 열린다. 국립국악원은 이달 말 창경궁에서 궁중예술을 망라한 180여명 규모의 공연 <왕조의 꿈, 태평서곡>을 올린다. 그 회갑연이 공연예술 형태로 창경궁에서 선보이는 것은 처음이다. 한마디로 ‘조선 왕조의 의례에 새 숨결을 불어넣는 공연미학’이다.
이번 공연의 제목에서 드러나듯, 정조는 18세기 후반 ‘민국(民國) 건설’을 목표로 삼았다. “서울 양반 중심의 정치체제를 타파하여 보다 넓은 계층을 정치권으로 끌어들이고, 경제와 기술을 발전시켜 나라를 부강하게 만들며, 동아시아 문화의 정통성을 확보하는 이상적인 유교 국가를 만들려고 했다.” (한영우 서울대 명예교수)
혜경궁 홍씨의 회갑연은 220년 전인 1795년 수원 화성에서 열렸다. 정조는 자신이 건설한 화성으로 8일간 행차해, 어머니의 회갑연을 올리고 아버지의 능을 참배했다. 정조는 자신과 아버지에게 덧씌워진 불명예를 돌파하는 길은 지극한 효성뿐이란 걸 알고 있었다.
정조가 마련한 회갑연은 궁중예술을 망라한 수준 높은 당대 문화의 결정체였다. 당시 회갑연을 기록한 <원행을묘정리의궤>(園幸乙卯整理儀軌)를 바탕으로 ‘수제천’, ‘여민락’ 등 궁중음악과 ‘무고’, ‘선유락’ 등 궁중무용을 선보인다.
특히 뱃놀이를 기원으로 한 ‘선유락’은 이번 공연에서 가장 큰 규모와 화려함을 자랑한다. 우렁찬 대취타와 함께 무용수들이 대거 등장하는 최고의 볼거리다. 또 회갑연에 올랐던 궁중 음식, 궁중 복식, 의물 역시 눈여겨볼 만하다.
무대 좌우에는 전광판을 통해 자막으로 공연 내용을 안내하고, 공연 초반 정조와 혜경궁 홍씨의 대사와 연기를 추가해 이번 공연의 내용 및 의미를 극적인 요소로 전달한다. 정조 역에는 영화와 드라마를 통해 조선시대 왕을 연기한 탤런트 이민우가 맡는다. 혜경궁 홍씨 역에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배우 박정자 한국연극인복지재단 이사장이 출연한다.
지난 2001년 국립국악원 개원 50돌을 맞아 올린 <왕조의 꿈, 태평서곡>은 2005년 독일 프랑크푸르트 국제도서전, 2010년 파리 일드 프랑스 페스티벌에 초청되면서 작품성을 인정받은 바 있다. 오는 30일 오후 3시, 31일 오전 11시와 오후 3시 창경궁 명정전 앞. (02)580-3300.
손준현 기자 dus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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