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6년에 이 바이올린(스왈 스트라디바리우스)을 구입했다. 내게 꿈의 바이올린이다. 내가 머릿속에 그리는 소리를 낼 수 있다. 말로 표현하기 힘들지만, 실크 같다고 할까? 소리가 빛이 난다.”
세계적인 바이올리니스트 이츠하크 펄먼이 70살을 맞아 전세계 연주여행에 나선다. 다음달 한국 무대를 앞두고 전자우편으로 그를 만났다. 이번 연주에도 그의 오랜 친구인 ‘명품 바이올린’과 함께 한다. 과거 전설적인 바이올리니스트 예후디 메뉴힌이 소유했던 1714년 산 ‘스왈 스트라디바리우스’다. 이탈리아의 장인 스트라디바리가 최상의 악기를 만들었던 ‘황금시대’에 제작된 명품이다.
펄먼은 친구인 바이올린과 ‘명품 협연’을 선사할 예정이다. 그는 두툼한 손으로 정확한 음을 짚어내며 날아다닐 듯한 기교를 자랑한다. 큰 손에서 오는 깊은 비브라토와 따뜻한 음색은 청중을 사로잡는다.
1945년 이스라엘 텔아비브에서 가난한 이발사의 아들로 태어난 그는 4살 때 소아마비에 걸려 왼쪽 다리가 마비됐다. 이후 부모님을 따라 미국으로 이주해 줄리어드 음대에서 이반 갈라미언과 도로시 딜레이를 사사했다. 리벤트리트 콩쿠르에서 우승하면서 성공적인 음악 커리어의 첫 발을 내디뎠다.
“70살 생일을 기념하는 이번 월드투어는 시간이 빠르게 지나갔음을 뜻한다. 아직도 연주를 하고, 음악을 즐길 수 있다는 사실이 매우 행복하다.” 우리 표현으로 ‘고희’를 맞은 펄먼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언제일까? “백악관에서 대통령과 유명인사 앞에서 연주했을 때, 그리고 오바마 대통령 취임식에서 연주했을 때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특히 한국 관객 앞에서 연주한 모든 순간이 가슴에 새겨져 있다.”
한국 관객의 어떤 점 때문일까? “음악에 박식하며 매우 열정적이다. 한국 관객은 연주자로서 표현하려는 것을 바로 알아차리는데, 이런 관객의 반응은 연주자에게 크게 도움이 된다.”
펄먼은 가장 애착이 가는 앨범을 콕 찍어 이름을 대지는 못하겠다고 했다. “가장 마음에 드는 앨범을 고르지는 못하지만, 즐겨 듣는 내 앨범은 보스턴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협연한 ‘시벨리우스의 바이올린 협주곡’이다. 지금 들으면 ‘연주를 잘해서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부분이 있는가 하면 ‘지금은 절대 이렇게 연주 안 할 텐데’라는 부분도 있다.”
펄먼은 세계에서 가장 바쁜 바이올리스트 가운데 한 명이다. 그는 전동 스쿠터를 타거나 목발을 짚고 무대에 오른다. 그는 장애를 이겨내고 바이올린을 즐기는 사람으로 유명하다. 활동 초기에 펄먼은 그의 장애에 대해 말하는 것을 꺼렸다. 자신의 모습이 창피해서가 아니라, 장애를 가진 연주자에 대한 시선 때문이었다. 그는 그럴수록 더 열심히 했고 유명해지면서 언론도 장애에 대한 언급을 멈췄다.
이번 내한공연에서는 르 클레르의 ‘바이올린 소나타 제3번’, 브람스의 ‘F·A·E 소나타’ 중 스케르초 다단조, 베토벤의 바이올린 소나타 제5번 ‘봄’, 라벨의 ‘바이올린 소나타 제2번’을 연주한다. 11월14일 대전 예술의전당 아트홀, 15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1577-5266.
손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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