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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마한인이여, 용을 신고 천상가고 싶으셨소?

등록 2015-11-01 20:40

지난해 나주 정촌고분에서 출토돼 주목받은 용머리 꼭지가 달린 금동신발. 이번 전시의 대표 유물이다.
지난해 나주 정촌고분에서 출토돼 주목받은 용머리 꼭지가 달린 금동신발. 이번 전시의 대표 유물이다.
국립나주박물관 ‘마한’ 특별전

지난 10년간 발굴한 지역유물 전시
정촌고분서 출토된 금동신발 일품
용머리가 신발 끝에 달려 독창적
x·+·H 뜻 모를 표지 있는 토기와
최근 복원한 옹기로 당대 삶 확인
전남 나주시내에서 반남면에 자리한 국립나주박물관을 찾아가는 답사길은 가을녘이 가장 아름답다. 남도의 넉넉한 풍광 속에 신비에 싸인 고대사 흔적들이 한몸이 되어 길손을 맞는다. 나주벌의 황금빛 들녘과 사이사이 자리한 옛 마한인들의 반남고분을 바라보면서 박물관에 도착하면, 이 지역 특유의 고대유물들과 눈길을 마주치게 된다.

지금 이 박물관에서는 10년간 국립나주문화재연구소가 발굴한 남도 특유의 옛 유물들을 소개하는 전시가 열리고 있다. 연구소 개소 10돌을 맞아 9월부터 시작된 ‘마한의 수장 용신을 신다’란 제목의 특별전이다. 주변 반남고분과 나주 평야의 지세에 맞춰 건축된 박물관의 1층 전관에 들어가면, 백제와 성격이 다른 문화권을 구축한 옛 마한인들과 그 후예들이 빚어낸 다양한 문화유산들을 구경하게 된다. 나주 다시면 정촌고분에서 출토된 금동신발과 나주 오량동 가마터 유적의 대형 토기, 옹관 등 연구소가 발굴한 주요 유물 450여점이 나왔다.

전시 제목이 드러내듯 이 특별전의 압권은 전시장 가운데 별도 공간에 들여놓은 정촌고분 출토 금동신발 한켤레다. 지난해 12월 발굴 당시 국민적 관심을 모았던 이 명품은 용머리 꼭지가 발등 끝에 달린 창의적인 디자인으로 찬탄을 불러일으켰다. 하늘을 향해 비상하는 듯한 날렵한 용머리를 신발 끝에 이어붙인 독창적 스타일은 한국은 물론 중국과 일본에서도 유례가 없어, 고대인들의 뛰어난 조형감각을 한눈에 체감할 수 있다. 뚫음무늬로 뒤엉킨 용들의 자태를 표현한 신발 본체 또한 망자의 혼이 하늘로 훨훨 날아오르기를 바라던 고대인의 절실한 염원, 그들의 사후관을 드러내는 이미지들이다.

나주 일대 지역은 대형 옹관과 대형 토기 제작 기술이 고대부터 발달했다. 무덤의 관으로 옹기를 선호했던 이 지역의 특유의 매장 습속에서 비롯된 것인데, 최근에야 당대 기술로 옹기를 복원할 정도로, 뛰어난 기술력을 갖췄던 것으로 평가된다. 나주 오량리 가마터에서 나온 대형 토기편과 여러 고분에서 나온 옹관, 최근 연구소에서 당시 기법으로 빚은 복원품 등을 통해 마한의 토기 제작기술을 살펴볼 수 있다. 특히 오량동 유적에서 나온 토기류 바닥면에는 ‘x, +, H’ 등 뜻을 알 수 없는 다양한 기호들도 확인된다. 이런 기호가 새겨진 토기들과 분석 내용을 함께 전시하고 있어 고대 장인들의 상상력을 떠올려보는 것도 재미나다. 잔이 달린 병 같은 기묘한 모양의 토기들과 당대 일본 열도의 고대 고분 출토품과 비슷한 대형 원통형 토기 등도 출품돼 고대 한반도, 일본 사이에 중요한 교류거점이었던 나주의 지정학적인 역사를 일러주기도 한다. 나주 복암리 유적에서 나온 나무쪽 문서인 목간들은 당시 마을이름, 관직명 등이 먹글씨로 적혀 있어 당대 마한, 백제기의 사회상을 담은 타임캡슐이라고 할 수 있다.

또다른 백미는 전시 후반부에 보이는 순창 농소고분의 고려시대 생활유물들이다. 농소고분은 고대 인도에서 비롯한 불교글자 범자가 새겨진 관조각들이 최근 발견돼 화제가 됐던 유적이다. 이번 전시에는 함께 출토된 금속제 식기류들과 숟가락, 젓가락, 쇠못 등이 나와 그 시절 남도 시골의 옛사람들이 느꼈던 삶과 죽음의 감각을 질박하게 전해준다. 20일까지. (061)339-1123.

나주/글·사진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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