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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국악 재작곡은 ‘소재발’이 장점”

등록 2015-11-02 20:43수정 2015-11-02 20:53

작곡가 김택수. 사진 국립극장 제공
작곡가 김택수. 사진 국립극장 제공
화학과 출신 서양음악 작곡가 김택수
문묘제례악 재작곡 도전
선율악기 연금술로 화음 빚어
2012년 작곡된 ‘찹쌀떡’을 들으면 무릎을 탁 치게 된다. 골목을 울리던 찹쌀떡 장수의 목청을 성악곡으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농구공 튀는 소리를 소재로 한 ‘바운스’(Bounce), 커피 원두 가는 기계에서 영감을 얻은 ‘셰이크 잇’(Shake It)도 기발하고 실험적이다. 모두 김택수(35) 코리안심포니 오케스트라 상주 작곡가의 작품이다. 그가 이번엔 문묘제례악을 리컴포즈(재작곡)했다. 국립국악관현악단 20돌을 맞아 서양 음악 작곡가가 국악의 고갱이가 담긴 제례악에 도전한 것이다. 그의 첫 국악관현악곡인 ‘아카데믹 리추얼-오르고 또 오르면’이다. 지난 30일 서울 국립극장 국립국악관현악단 연습실에서 그를 만났다.

작곡가 김택수는 과학도다. “화학이라는 자연과학을 공부하면서 쌓인 논리적이고 분석적인 사고가 작곡에 도움이 됩니다. 화학의 특징은 해체해서 재조합하는 것인데요, 작곡도 소리를 분해하고 분석해서 재조합합니다.”

그는 서울대 화학과와 작곡과를 마치고 미국 인디애나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리컴포즈가 바로 컴포즈(작곡)입니다. 사실 세상의 모든 음악은 리컴포즈죠. 국악을 리컴포즈 하는 장점은 ‘소재빨’이 좋다는 겁니다. 국악의 여러 소재들을 하나씩 소개할 수 있는 것이죠. 국악 리컴포즈는 작곡가에게 블루오션입니다.”

과학도가 접근한 문묘제례악은 어떤 것일까? “이번 문묘제례악 리컴포즈에서 음의 끝이 올라가는 ‘추성’을 지속적으로 쓰는데, 플라스틱을 만들 때 단순 소재를 조금씩 쌓아 다른 화합물을 만들어내는 과정과 비슷합니다.”

문묘제례악은 고려시대에 중국 송나라에서 들여와 조선시대 때 재정비했는데, 중국에서 2000년도 휠씬 전에 연주하던 모습에 가깝게 복원했다. 김택수는 우선 단순함에 주목한다. “문묘제례악은 꾸밈음이 하나도 없는 대신에 음 끝에 추성(끝부분이 살짝 올라가는 음)이 있어요. 아악을 작곡할 때 중세음악에서 느끼는 현대적인 특징을 비슷하게 느낍니다.”

이날 국립국악관현악단은 최수열 서울시립교향악단 부지휘자의 지휘로 김택수가 재작곡한 문묘제례악을 연습했다. 대금, 피리, 해금 등 선율 악기가 하나하나의 음들을 화학적으로 결합해 연금술적인 화음을 빚어냈다. 음의 끝 부분이 살짝 올라가자, 마치 향이 하늘로 올라가는 느낌이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편경, 편종, 양금을 격정적으로 두드리는 대목이었다.

이번 국립국악관현악단의 ‘리컴포즈’엔 김택수의 곡 외에, 국악 작곡가 김성국이 ‘남도 시나위’를 3중 협주곡으로 재탄생시킨 ‘내일’도 초연한다. 오는 5일 저녁8시 남산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02)2280-4114~6.

손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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