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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이방인의 영역에 스스로를 가둘 필요 없어요”

등록 2015-11-05 20:15

지휘자 지중배씨(왼쪽)와 홍석원씨(오른쪽)는 대학 시절부터 지금까지 둘도 없는 친구이자 선의의 경쟁자다. 이들은 “고민이든 자랑이든 같은 처지에서 모국어로 대화할 수 있는 상대가 있다는 게 큰 힘이 된다”고 했다. 사진 지중배·홍석원 제공
지휘자 지중배씨(왼쪽)와 홍석원씨(오른쪽)는 대학 시절부터 지금까지 둘도 없는 친구이자 선의의 경쟁자다. 이들은 “고민이든 자랑이든 같은 처지에서 모국어로 대화할 수 있는 상대가 있다는 게 큰 힘이 된다”고 했다. 사진 지중배·홍석원 제공
유럽서 수석지휘자 활약 ‘동갑내기’ 지중배·홍석원

클래식 음악의 본고장 독일과 오스트리아에서 서른셋 동갑내기 두 한국인 지휘자가 활약 중이다. 독일 울름시립극장의 수석지휘자 지중배씨와 오스트리아 인스부르크 티롤주립극장의 수석지휘자 홍석원씨다. 독일의 오페라극장에서 상임으로 활동중인 한국인 수석지휘자는 지씨를 포함해 두 명, 오스트리아에서는 홍씨가 한국인 최초이자 유일하다. 두 사람 모두 2015~2016년 시즌에 현재의 극장에 취임했다. 서울대 음대 작곡과 ‘01학번’ 동기생인 두 지휘자를 전자우편으로 인터뷰했다.

서울대 음대 작곡가 동기생들
각각 독일·오스트리아에서 지휘
지씨 “카라얀 지휘하던 극장…감격”
홍씨 “유럽인들, 시원하게 능력 인정”

지난 2012년부터 독일 트리어시립극장에서 수석지휘자 겸 부음악감독으로 활약하다 울름으로 옮겨 온 지씨는 다음달 10일 모차르트 오페라 <돈 죠반니>로 시즌 첫 지휘봉을 잡는다. 이어 바그너의 <로엔그린>, 마스네의 <베르테르> 등 오페라와 발레 <백조의 호수>, 레스피기의 교향시 <로마의 소나무> 등을 지휘한다. 지씨는 “거장 카라얀이 울름시립극장의 수석지휘자 시절인 1930년에 <돈 죠반니>를 지휘했다고 씌어 있더라. 극장 건물은 2차 세계대전 말에 폭파되어 재건했기 때문에 카라얀이 섰던 지휘대가 남아 있진 않지만, 그와 같은 작품을 지휘한다는 것이 특별하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홍씨는 지난달 2일 베토벤의 오페라 <피델리오>로 시즌 첫 지휘를 마쳤다. 이어 차이코프스키의 오페라 <스페이드의 여왕>, 요한 슈트라우스 2세의 오페레타 <박쥐> 등을 지휘한다. 홍씨는 “12월 올릴 <박쥐>는 오스트리아인들이 마치 우리의 판소리나 민요처럼 ‘전통음악’으로 여기는 작품이라 젊은 동양인 지휘자에게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는 게 당연하다. 제대로 준비해서 당당히 잘 해내고 싶다”고 말했다.

두 사람이 지휘자의 꿈을 꾸게 된 지점은 서로 다르다. 지씨는 객석에서, 홍씨는 무대에서 지휘자의 길을 처음 가슴에 품었다.

“초등학교 5학년 때 잠실 올림픽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오케스트라 연주회였어요. 머리카락을 휘날리는 지휘자의 카리스마에 반해 떨리는 마음으로 사인을 받았죠. 그 때부터 막연히 지휘자를 꿈꿔 중학교 시절 오합지졸 취주악단을 이끌고 조회 시간이나 행사 때 지휘를 했어요. 예고 시절부터 한국예술종합학교(한예종) 예비학교에서 지휘를 정식으로 배우며 교내 챔버 오케스트라를 지휘했고요.” (지중배)

“중학교 2학년 때 마드리 실내악단과 베토벤 피아노협주곡 3번을 협연했어요. 음악 전공을 할 생각은 없었고 평생 추억으로 간직하고자 1년 동안 죽어라 연습해서 무대에 오른 거였죠. 그런데 그 연주를 들으신 작은 외할아버지(이강숙 한예종 초대 총장)께서 ‘지휘를 한 번 해보면 어떻겠냐’고 권하셨어요. 이후 많은 고민을 하다가 고교 2학년 때 지휘자가 되기로 결심했죠.” (홍석원)

두 사람은 2001년 대학에 와서 만났다. 초등학교 시절 지씨가 매혹됐던, 찰랑거리는 머리결의 지휘자 임헌정 서울대 교수와 김덕기 교수에게서 나란히 지휘를 배웠다. 졸업 후 비슷한 시기에 독일로 유학을 떠나 지씨는 만하임국립음대를, 홍씨는 베를린 한스아이슬러국립음대를 졸업했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유망 청년 지휘자를 후원하는 독일음악협회의 지휘자포럼에 선발되고, 오페라극장의 수석지휘자가 됐다.

지휘자는 소수에게만 허락되는 자리다. 유럽의 오페라극장 수석지휘자 오디션은 경쟁률이 최소 100대 1을 넘고 200대 1에 육박하기도 한다. 다양한 관현악곡의 리허설 지휘, 실제 오페라 공연 지휘 등 여러 단계의 심사과정을 통해 음악성은 물론 리더십과 위기 대응력을 샅샅이 평가하고, 청중의 반응까지도 확인해 최종 선발한다.

한국 유학생들 사이에서는 유럽인들보다 배는 잘해야 동등한 기회를 얻는다는 게 정설이다. 홍씨는 “처음에는 색안경을 끼고 보는 것 같아도 결국 공연을 성공적으로 이끌면 지휘자의 능력을 시원하게 인정해주는 게 유럽사람들인 것 같다”고 말했다. 지씨도 “음악시장은 이제 다국적이다. 스스로를 이방인의 영역에 가둘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김소민 객원기자 sompari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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