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스카이. 사진 시로스카이·칠리뮤직(박근쌀롱)·오디오가이(이광조) 제공
가을에 찾아온 재즈 앨범들
깊어가는 가을, 세가지 색깔의 재즈가 손짓한다.
시로스카이
재즈 리듬에 비트·랩 달아 ‘이색적’
먼저 시로스카이(윤하얀)다. 지난 2일 첫번째 정규 앨범 <라 렉튀르>(La lecture) 마스터링을 끝냈다. 시디(CD) 500장을 찍었다. 앨범의 곡들은 재즈 리듬에 비트를 넣거나 랩을 달거나 느린 리듬에 맞춰 샘플링한 목소리를 얹었다. 아련하면서 그루브가 느껴지는 뽀송뽀송한 재즈 곡이 나왔다. 여성 힙합 재즈 뮤지션이라는 독특한 위치의 그가 앨범을 내는 건 모험의 연속이었다. 프랑스 팬이 만들어준 앨범 디자인을 커버로 삼았고, 평소 열심히 인사드리던 동네 할아버지의 아들이 하는 녹음실을 말도 안 되는 가격에 빌렸으며, 길 가다 우연히 만난 팬들이 전곡 제작해준 뮤직비디오에는 동네 카페의 언니들이 출연했다. 12월 중순 일본 뮤지션 겐이치로 니시하라 한국 공연에 함께 서고 몇몇 클럽에서 공연하는 것 외에는 아직 딱히 스케줄이 없다. 4일 서울 이태원에서 만난 그는 “공연 잡는 법부터 배워야 한다”고 말했다. 무모한 도전 아니냐는 주변 반응엔 이렇게 답한단다. “생즉사 사즉생이라니깐요.” 9일 발매.
박근쌀롱
‘괄라’ 등 제목 따라 들으면 제맛
재즈 프로젝트 밴드 박근쌀롱도 지난달 20일 2집 앨범 <일상의 발견>을 냈다. 1집 앨범 <습관의 발견>(2011년)은 2012년 한국대중음악상 최우수재즈음반상을 수상할 정도로 화제가 됐지만, 그 뒤 한동안 소식이 없었다. 2집은 ‘시 레인’(She rain)을 이은 ‘시 리버’(She river) 등 1집의 연장선에 있는 곡들이 많다. 곡들은 1집이 나온 지 얼마 안 돼 일찌감치 준비됐지만, 올해 초에야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앨범 작업비를 마련했다. 박근쌀롱을 이끄는 박근혁은 자신의 게으름을 앨범이 늦어진 이유로 꼽았다. 하지만 앨범 작업을 위해 기간 내내 생계를 위한 일들, 이를테면 강의나 세션 등은 ‘최소 수준’으로 유지해야 했다.
곡들은 제목을 따라 들으면 이미지가 선명하게 떠오른다. ‘D.travel’(55 단양방면)은 중앙고속도로에서 틀어놓으면 합이 맞아들어가고 ‘괄라’는 새벽 2시의 어두운 거리에서 토할 곳을 찾는 느낌이 든다.
이광조
독보적 음색 입힌 스탠더드 재즈곡들
‘오늘 같은 밤’,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당신’의 가수 이광조도 스탠더드 재즈 넘버를 불렀다. 10월 초 나온 <아임 올드패션드>(I’m Old Fashioned) 앨범에는 ‘아이 레프트 마이 하트 인 샌프란시스코’ ‘테마 프럼 뉴욕 뉴욕’ 등이 담겼다. 수십 아니 수백명의 사람들이 이 노래를 불렀을 테지만, 이광조의 음색은 독보적이다. “화려하고 멜랑꼴리하고 선정적인 곡들이 좋았”을 뿐 재즈 노래에 특별히 더 공을 들이지는 않았다는 말을 들으면 더욱 그렇게 느껴진다. “노래보다는 꼬이는 발음 연습을 많이 했지요.” “재즈 하는 사람들 보는 눈이 무섭고 미안해서” 공연 일정도 잡지 않았다. 재즈 앨범을 내고 나선, 새 곡을 받아 앨범 만드는 작업에 한창이라고 했다.
구둘래 기자
박근쌀롱. 사진 시로스카이·칠리뮤직(박근쌀롱)·오디오가이(이광조) 제공
이광조. 사진 시로스카이·칠리뮤직(박근쌀롱)·오디오가이(이광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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