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화용 철근을 전시장 바닥에 부려놓은 설치작품 ‘곧은 (Straight)’(2008). 옆 벽면에는 쓰촨성 지진으로 숨진 학생들의 이름들을 프린트해 붙여놓았다.
아이웨이웨이 런던 개인전 감상기
올 가을 세계 미술계의 화제는 단연 중국 반체제 작가 아이웨이웨이(58)다. 영국 런던 왕립예술원(Royal Academy of Arts)에서 9월19일부터 시작된 그의 대규모 개인전(12월13일까지)에는 작가 특유의 정치적 메시지를 담은 예술품들이 나왔는데 연일 인파가 몰리며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현지 유학중인 연구자 장나윤씨가 감상기를 보내왔다.
부실하게 지은 학교 붕괴 참사
5천명의 희생자 명단 벽면에 붙여
반체제 작가 특유의 정치적 예술품
현대 중국 사회에 화두…정부 비판
전시중 왕립예술원에 인파 ‘큰 반향’
런던 최대 번화가인 피카딜리 서커스 근처에 자리한 왕립예술원은 요즘 아이웨이웨이 전시로 영국에서 가장 뜨거운 미술 현장이 됐다. 오랫동안 연금됐던 작가가 9월 전시 시작을 앞두고 중국 정부로부터 여권을 돌려받아 런던을 직접 방문했고, 거장 아니시 카푸어와 함께 난민 문제에 대한 인도적 대응을 촉구하는 행진에도 나서 더욱 화제가 되었다. 전시 중반에 이른 이달까지도 왕립예술원 앞에는 관객들의 긴 줄이 이어지고 있다.
인권운동가이기도 한 아이웨이웨이는 중국 공산당 체제의 문제점과 정책을 비판하는 작품 활동을 꾸준히 해왔다. 전시가 강제 취소되거나 출국 금지와 구속 등 탄압을 받아왔으나, 오히려 세계적 명성은 더욱 공고해졌다. 2014년에는 <타임>지가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있는 100인’ 목록에도 이름을 올렸다.
“모든 것은 예술이다. 그리고 모든 것은 정치이다”라는 작가의 말처럼, 이번 전시 출품작들 역시 정치적 발언으로서의 예술이라는 일관된 철학을 담고 있다. 첫 전시장에 나온 ‘침대 (2004)’는 건축 자재용 목재를 모아 매트리스처럼 펼쳐 놓은 거대한 설치 작품으로, 사실상 3차원으로 표현한 중국 지도다. 작품에 쓰인 목재는 청나라 때 지어진 절에서 구한 것으로, 사찰은 급격한 도시개발 과정에서 철거되었다. 이런 ‘재활용 전략’은 곳곳에서 발견된다. 재료를 기존 맥락에서 분리하고 재조합함으로써 작가는 역사적으로 가치 있는 것과 없는 것, 고급 예술과 저급 예술 등의 경계를 허무는 시도를 보여준다. 급속한 발전 과정에서 이런 경계들이 무의미해진 현대 중국 사회에 대한 화두를 던진다고도 볼 수 있다.
또다른 설치 작품인 ‘곧은(Straight·2008)’은 2008년 쓰촨성 대지진 당시 무너진 학교 건물 터에서 모은 얇은 철근들을 하나하나 곧게 펴서 펼쳐놓은 것이다. 당시 학교 건물들이 무너지면서 어린이 5000여명이 숨졌으나, 중국 정부는 부실 건설을 둘러싼 비리를 숨기기 위해 희생자 명단 공개를 거부했다. 특히 그 옆 전시장 벽면은 작가가 수년 동안 작성한 희생자 명단으로 가득 메워져 철근 더미와 호응하며 사고의 끔찍한 기억과 상실의 아픔을 불러 일으킨다. 작품은 일종의 추모비로서, 떠난 이들을 기억하는 공간이자 중국 정부에 대한 강력한 비판의 메시지로 다가온다. 실제로 전시장은 희생자들의 이름을 천천히 읽는 관객들로 북적였다. 이밖에 상하이의 작가 스튜디오 강제 철거 경험을 담은 ‘상하이에서 온 기념품’(2012)과 수감 생활을 디오라마로 표현한 ‘S.A.C.R.E.D’ (2012) 등이 검열과 표현의 자유에 대한 작가의 오랜 관심사를 보여준다.
전시를 앞두고 그는 영국에 6개월 체류 비자를 신청했는데, 발급이 한차례 거부됐다가 내무장관이 나서 발급을 승인하고 사과문을 내는 해프닝도 일어났다. 또 그가 연말 오스트레일리아 전시의 설치작품에 들어갈 레고 블록을 주문하려다 레고 본사 쪽이 정치적 목적이라며 판매를 거부하자 왕립예술원을 중심으로 레고블록 수집 캠페인이 진행되고 있기도 하다. 이런 사건들은 팔로워 30여만명을 가진 그의 사회관계망 서비스 계정을 통해 실시간 공유되고 있다. 늘 화제의 중심에 서 있기를 자청하는 그의 다음 행보는 어떠할까. 작가는 확신에 찬 목소리로 답한다. “나에게 무슨 일이 생기든 나의 예술은 영원할 것이다. 그리고 예술은 언제나 승리할 것이다.”
런던/ 글·사진 장나윤 코톨드 인스티튜트 박사과정
5천명의 희생자 명단 벽면에 붙여
반체제 작가 특유의 정치적 예술품
현대 중국 사회에 화두…정부 비판
전시중 왕립예술원에 인파 ‘큰 반향’
철거된 상하이 작가 스튜디오의 돌, 나무틀 잔해를 재구성해 만든 ’상해에서 온 기념품’(2012).
개인전 전시장소인 런던 왕립예술원 앞마당에 놓인 아이웨이웨이의 설치작품 ‘나무’(2009~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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