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밴·옥상달빛·가을방학…
‘생활밀착형 가사’로 공감얻어
‘생활밀착형 가사’로 공감얻어
‘좋아서 하는 밴드’(좋아밴)가 ‘사무실 공연’으로 이름을 날린 데는 이유가 있다. 일하는 사람들을 다독여주고 사소한 일상에서 포착한 가사를 담은 쉬운 노래를 부르기 때문이다. 텔레비전 프로그램에 삽입되기도 한 좋아밴의 ‘잘 지내니 좀 어떠니’는 제목 그대로 안부를 묻는 노래다. 사랑의 감정을 섬세하게 다룬 곡들도 많다. “늘 아플 것 같던 시간은 서서히 무뎌져갔고 어떤 노력도 없이 그렇게 우리는 잊혀져갔다”(우린 서로를 모른 채, 손현), “수없이 많은 별들 사이에 내가 보이지 않는가요”(명왕성, 안복진)
때로는 말랑하고 때로는 처절하고 때로는 신나는 ‘생활밀착형 가사’를 부르는 밴드들이 인디 음악의 대표주자가 됐다. 좋아서 하는 밴드, 옥상 달빛 외에도 가을방학, 스웨덴세탁소, 루싸이트 토끼, 랄라스윗 등이 그렇다. ‘치유계’라고 분류되기도 한다. 좋아밴이 ‘잘 지내니 좀 어떠니’라고 했다면 옥상달빛은 ‘수고했어, 오늘도’라고 말을 건다. “아무도 너에게 관심이 없대도 난 늘 응원해.” 처절하게 찢긴 오늘을 포개보며 노랫말은 ‘내 이야기’로 다가온다. 가을방학은 디테일하게 일상 단면을 포착한다. 가방에서 나온 낙엽을 보고 남은 사랑의 감정을 정리하거나(왜 가방에서 낙엽이 나올까), 고백의 순간 대답을 들은 게 몇 차례 버스를 보낸 뒤라는 것을(‘이브나’) 시적으로 보여주기도 한다. 차분한 목소리로 “절망하고 있는 건 너뿐이 아니야”라고 확인해주기도 한다. “괜찮다고 해줘, 울지 말라고 해줘, 내 손을 잡고 다 잘 될 거라고 말해줘.”(스웨덴 세탁소, ‘답답한 새벽’) “어쩌면 벽이 나보다 더 존재가 있는 것 같아”(루싸이트 토끼, ‘Wallflower’)
김학선 대중음악평론가는 “말랑말랑한 언어로 위안을 바라는 2030 여성의 취향을 반영하는 노래가 인디계를 주도하고 있는 게 느껴진다”고 평가한다. 슈가볼·어쿠루브 등 남자 보컬 밴드는 ‘타깃’에 솔직하다. 그들의 역할은 남자 목소리로 “좋아”라고 속삭이거나 연인에게 투정을 부리는 일이다. 어제 만나 맞은 아침(오늘 더 좋아)을 노래하고 “세상에 나 빼고 모든 네 주변을 아끼잖아 이렇게 난 못하겠어”(‘나한테 집중해’)라고 직설적으로 표현한다. 어쿠루브는 “너 떠난 뒤로 난 더 웃는 척하고”(사랑노래 같은 이별 노래) 같이 복잡한 감정을 드라마처럼 펼쳐 보인다. 서정민갑 대중음악평론가는 “자전거 탈 때나 여행 갈 때 일상을 같이 하기에 좋은 곡들에 사람들이 끌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좋아밴의 안복진은 공감하는 이야기를 쓰기 위해 노력한다고 말했다. “아무도 안 듣는 노래가 되면 발표 의미가 없다. 귀가길·출근길 많이 들으면서 내 감정을 정리하는 시간들에 사람들이 많이 듣는데 그럴 때 무슨 이야기를 듣고 싶을까 생각하며 가사를 쓴다.” 구둘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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