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벨 하스 콰르텟. 사진 엘지아트센터·목프로덕션 제공
올해의 ‘마지막 현악사중주’ 무대가 열린다. 차세대 현악사중주단의 기수로 평가받는 ‘파벨 하스 콰르텟’의 첫 내한 공연, 한국이 낳은 걸출한 현악사중주단 ‘노부스 콰르텟’의 1년 9개월만의 정기공연이다.
첫 내한공연 ‘파벨 하스 콰르텟’
체코 작곡가들 곡으로만 구성
오는 7일 서울 엘지아트센터에서 공연하는 파벨 하스 콰르텟은 체코 현악사중주단의 전통과 동시대 젊은 현악사중주단으로서의 가능성을 동시에 확인시켜줄 것으로 기대된다. 첫 내한인 만큼 ‘체코 악단’으로서의 정체성이 강하게 드러난다. 프로그램 전체를 체코 작곡가들의 곡으로 꾸렸다. 체코 민속 춤곡의 특징과 재즈 리듬이 결합한 슐호프의 현악사중주곡 1번, 보헤미안의 향수와 우수가 깃든 드보르자크 현악사중주 12번 ‘아메리카’, 야나체크 현악사중주 2번 ‘비밀 편지’ 등을 연주한다. 이 중 드보르자크의 ‘아메리카’는 영국 <선데이 타임즈>가 “이 레퍼토리에 있어선 오늘날 이들을 따라갈 연주가 없다”고 극찬했다. 스메타나·탈리히 현악사중주단 등 체코 출신 현악사중주단들의 연주를 즐겼던 이들이라면, 파벨 하스 콰르텟에서 체코 특유의 정서를 발견하는 재미도 있을 것이다.
파벨 하스 콰르텟은 2002년 창단해, 2005년 이탈리아 파울로 보르치아니 국제 콩쿠르에서 우승했다. 2007년 야나체크의 작품을 담은 첫 음반으로 그라모폰상 ‘베스트 실내악 음반’ 부문에 선정된 뒤 본격적으로 활약하며 클래식 음악계의 중심부에 진입했다.
전국 순회 공연 ‘노부스 콰르텟’
슈베르트 ‘죽음과 소녀’ 전면에
노부스 콰르텟. 사진 엘지아트센터·목프로덕션 제공
노부스 콰르텟은 오는 12일 안산(안산문화예술의전당 달맞이극장)에서 시작해, 15일 천안(천안예술의전당 대공연장), 17일 광주(광주 유스퀘어문화관 금호아트홀), 21일 서울(예술의전당 콘서트홀)을 순회한다. 노부스 콰르텟은 2007년 바이올리니스트 김재영의 주도로 창단했다. 이후 8년 만에 한국이 세계에 자랑스럽게 내놓을 만한 실내악단으로 성장했다. 수많은 현악 연주자들을 배출하면서도 변변한 실내악단을 갖지 못했던 우리나라에서 이들의 성취는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노부스 콰르텟은 2012년 독일 ARD국제음악콩쿠르 2위, 2014년 한국 현악사중주단 최초 모차르트국제콩쿠르 우승 등 화려한 입상 경력을 자랑한다. 2013년 뉴욕 카네기홀 데뷔, 2015년 빈 무지크페라인 리사이틀 데뷔, 베를린 뮤직페스티벌 리사이틀 데뷔, 파리 루브르박물관 연주 등 한국 현악사중주단의 역사를 써내려 가고 있다. 2014-2015시즌부터는 현악사중주 분야에서 독보적인 국제 매니지먼트사 짐멘아우어에 소속돼 유럽 활동에 박차를 가하는 중이다.
이번 순회 연주회에서는 슈베르트의 현악사중주 14번 라단조 ‘죽음과 소녀’를 전면에 내걸었다. 현악사중주 레퍼토리에서 빠뜨릴 수 없는 상징적 작품 중 하나이다. 제목 만큼이나 강렬한 동기로 시작하는 이 곡은 감정 표현의 폭이 크고 기술적으로 매우 까다롭다. 이들이 얼마나 높은 완성도로 연주할지 관심이 쏠린다. 노부스 콰르텟은 거의 모든 연주마다 후기낭만·현대 레퍼토리를 빠지지 않고 포함하며 음악적 포용력을 드러내 왔다. 이번에는 브리튼의 ‘세 개의 디베르티멘토’를 골랐다. 국내 현악사중주단으로서는 드물게 챔버홀이 아닌 콘서트홀에서 여는 단독 연주회라는 점 역시 주목된다.
김소민 객원기자 somparis@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