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젝션 매핑 기법을 활용한 ‘밥상지교’전의 미디어방 영상들. 방 안 탁자 윗면 스크린에 표시된 한식당과 일식당 중 한군데를 클릭하면 방벽 삼면에 요코하마 삼겹살 식당(맨 위 사진)과 서울 망원동 이자카야 술집(그 아래 사진)의 영업 동영상이 투사되면서 현장에 가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국립민속박물관 ‘밥상지교’ 전
10월부터 한국과 일본 티브이채널에서 방영중인 일본 먹방드라마 <고독한 미식가>시즌 5의 첫회는 도쿄 변두리의 한식 고깃집 탐방으로 시작된다. 주인공인 인테리어 사업가 이노가시라 고로(마쓰시게 유타카 분)는 고깃집에서 “야생의 일본인이 되고 싶다”고 독백하며 갈비, 삼겹살, 김치를 와구와구 먹어치운다. 석쇠에 구워진 삼겹살을 맛있게 씹는 고로의 행복한 표정에서 지금 한·일 국민간의 정서적인 골을 찾기는 어렵다. 위안부 등의 과거사 난제로 수년째 갈등을 겪고 있지만, 두 나라 국민음식이 된 라멘, 야키니쿠, 김치 등에서 보이듯 음식에 관한 한 한국과 일본은 과거 어느 때보다도 끈끈한 인연을 쌓고있는게 사실이다.
지난 세기 이래 더 가까워진
두 나라 밥상의 이모저모 엮어
음식취향 뒤섞이며 서로 영향
라멘 등 유입뒤 토착화된 음식도 5일부터 서울 국립민속박물관에서 시작된 한일수교 50돌 특별전 ‘밥상지교’는 두나라 맛 살림의 이모저모를 다채로운 밥상 음식들의 성찬으로 보여준다. “두나라 음식을 실제로 식당에서 먹는 듯한 느낌을 주려 했다”는 기획자 김창호 학예사의 말대로 두나라 음식취향이 섞인 식당, 마트의 풍경 속에서 전시는 흘러간다. 밥그릇 들고 젓가락으로 먹는 일본인과 밥그릇 놓고 숟가락으로 먹는 한국인을 대비시켜 보여주는 들머리 동영상이 우선 맞춤하다. 안쪽에 들어가면 한식당과 이자카야, 식료품 마트처럼 연출된 전시장이 나타난다. 처음 맞는 음식들은 20세기 초 일제 강점기에 들어온 일식, 경양식 메뉴들. ‘김쌈밥’(스시)과 ‘새우덴뿌라’, ‘삐후스텍’, ‘가쓰레스’(돈가츠), ‘카레라이스’‘다쿠앙즈케’(단무지) 등 근대 일본식 음식 모형과 30년대 언론에 소개된 레시피(조리법) 기사들이 보인다. 전라도 해안 지역에서 전통적으로 먹었던 김쌈밥인 ‘복쌈’ 모형과 전북 익산에서 김장하듯 장독에 쌀겨를 재놓고 단무지를 만드는 영상을 통해 이땅 나름의 자생적인 근대음식 레시피를 조명한 것이 흥미롭다.
뒤이어 나오는 일제강점기와 해방 뒤의 조미료와 양조간장, 라면, 혼분식 관련 유물·사료들은 이제는 사라진 근대기 맛 문화의 기억들을 재생한다. 1910년대부터 보급된 일본 조미료 아지노모토의 간판과 광고들, 60~70년대 한국의 맛 문화를 주름잡은 미원, 미풍 조미료의 광고와 제품 실물들이 모였다. 50년대 일본에서 발명된 라면이 60년대 ‘제2의 쌀’로 선전된 삼양라면 출시를 계기로 매콤한 한국인 미각에 적응하면서 탈바꿈하는 과정도 양은냄비 안 스크린에 나오는 중노년 세대의 과거 회고담 영상 등을 통해 짐작할 수 있다. 한때 주부들이 열광했던 일제 코끼리표 전기밥솥과 풍로, 곤로, 다양하게 디자인을 바꾼 밥상, 오리표 싱크대 등도 나왔고, 80년대까지 고급외식의 대명사였던 일본풍 경양식 집 내부도 80년대 서울에서 영업한 레스토랑 이딸리아노의 탁자와 의자, 식기진열장을 그대로 가져와 재현했다. 후반부는 두나라에서 각기 유입된 뒤 토착화 과정을 밟고 있는 야키니쿠, 오뎅, 키무치 찌개, 라멘 등의 현 상황을 보여주는 체험 전시들이다. 서울의 이자카야와 일본 요코하마의 삼겹살 식당 풍경을 3면의 영상으로 보여줘 현장에 있는 것처럼 체험할 수 있는 디오라마 방이 주목된다.
먹는 취향에는 국민감정이 개입할 여지가 별로 없다. 최근 한류와 일류 영향으로 교감대가 더욱 넓어진 양국 음식 교류의 진화를 전시는 드러낸다. 다만, 먹거리를 현장에서 보여주는 체험에 주력한 탓에 삼국시대까지 올라가는 한일 음식 교류사와 구한말 서구화한 일본 음식 유입과 수용 경위에 대한 분석과 설명 등이 빠져 맥락이 다소 헐거워진 느낌도 남는다. 전시기간 중 매주 일요일 오후 3시에는 한일 음식을 비교체험하는 시식회가 열린다. 내년 2월29일까지. (02)3704-3173.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두 나라 밥상의 이모저모 엮어
음식취향 뒤섞이며 서로 영향
라멘 등 유입뒤 토착화된 음식도 5일부터 서울 국립민속박물관에서 시작된 한일수교 50돌 특별전 ‘밥상지교’는 두나라 맛 살림의 이모저모를 다채로운 밥상 음식들의 성찬으로 보여준다. “두나라 음식을 실제로 식당에서 먹는 듯한 느낌을 주려 했다”는 기획자 김창호 학예사의 말대로 두나라 음식취향이 섞인 식당, 마트의 풍경 속에서 전시는 흘러간다. 밥그릇 들고 젓가락으로 먹는 일본인과 밥그릇 놓고 숟가락으로 먹는 한국인을 대비시켜 보여주는 들머리 동영상이 우선 맞춤하다. 안쪽에 들어가면 한식당과 이자카야, 식료품 마트처럼 연출된 전시장이 나타난다. 처음 맞는 음식들은 20세기 초 일제 강점기에 들어온 일식, 경양식 메뉴들. ‘김쌈밥’(스시)과 ‘새우덴뿌라’, ‘삐후스텍’, ‘가쓰레스’(돈가츠), ‘카레라이스’‘다쿠앙즈케’(단무지) 등 근대 일본식 음식 모형과 30년대 언론에 소개된 레시피(조리법) 기사들이 보인다. 전라도 해안 지역에서 전통적으로 먹었던 김쌈밥인 ‘복쌈’ 모형과 전북 익산에서 김장하듯 장독에 쌀겨를 재놓고 단무지를 만드는 영상을 통해 이땅 나름의 자생적인 근대음식 레시피를 조명한 것이 흥미롭다.
진열장에 놓인 옛 조미료, 간장류 제품들과 용기들이다. 사진 국립민속박물관 제공
라면의 추억을 담은 중노년층 인터뷰를 담은 냄비 모양의 동영상 장치. 사진 국립민속박물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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