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먹는) ‘죽’이다. 죽이니까 죽이지?” “왕자한테 청혼을 받다니 대체 이런 연극 같은 일이?” 무대에서 재미난 대사가 쏟아질 때마다 꼬마 관객들은 까르르 넘어갔다. ‘초딩’들은 뭘 좀 알고 웃었고, ‘유딩’들은 잘 모르지만 덩달아 웃었다. 바람의 요정 ‘에어리얼’이 반짝이를 손에 들고 휘리릭 바람의 물결을 만들자 “와~” 하고 탄성이 쏟아졌다.
어른 연극 <템페스트>가 어린이 옷으로 갈아입었다. 서울시극단(예술감독 김광보)이 새로 시작하는 ‘셰익스피어 시리즈’의 첫 작품으로, 매년 겨울방학 어린이를 겨냥한 가족극으로 이어갈 예정이다. 가족음악극 <템페스트>는 오세혁이 아이들 눈높이에 맞춰 원작을 쉽게 고쳐쓰고 김한내가 연출을 맡았다.
원작은 나라를 뺏기고 딸 미란다와 함께 무인도로 쫓겨온 밀라노 공작 프로스페로가 에어리얼과 힘을 합쳐 벌이는 복수와 화해의 드라마였다. 그런데 이번 주인공은 요즘 대세인 ‘셰프’, 곧 요리사다. 프로스페로와 미란다 등 인물들은 여전하지만, 요리사 스테파노 중심으로 얘기가 전개된다. 스테파노는 마지막에 모든 이들을 식탁에 불러모은 뒤 “밥상에 앉으면 모든 게 풀린다”고 선언한다.
바람의 요정들의 신비한 춤, 허공에 걸린 의자 등 무대장치가 동심을 자극한다. 음악극답게 ‘쩝쩝송’과 ‘부어라 마셔라’ 등의 노래도 재미있다. 오는 19일까지 서울 세종문화회관 엠씨어터. 화~목 오전 11시, 금 오전 11시와 오후 2시, 토 오후 2시와 5시, 일 오후 2시. (02)399-1000.
손준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