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임 소 타이어드'(I’m so tired). 사진 예효승컴퍼니 제공
예효승·3호선버터플라이 합작공연
피곤한 현대인, 몸짓·음악에 담아
‘아임 소 타이어드’ 다시 무대 올려
아무것도 하지 않을 여유 삶 권해
피곤한 현대인, 몸짓·음악에 담아
‘아임 소 타이어드’ 다시 무대 올려
아무것도 하지 않을 여유 삶 권해
한국인은 많이 일하고 적게 쉰다. 지난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1인당 주당 근로시간 평균보다 6.8시간 더 일했다. 그러니 피곤에 찌들어 살 수밖에 없다. 지난 9월 온라인 취업포털 ‘사람인’이 직장인 1193명에게 ‘만성피로’ 여부를 묻자 86.4%가 ‘느낀다’고 답했다. <피로사회>를 쓴 재독 철학자 한병철은 “우리 사회가 세계화에 따른 무한경쟁과 성과경쟁 속에서 만족이 없는 피로사회가 되었다”고 지적한다.
세계적 무용단인 벨기에 ‘세드라베’ 출신인 춤꾼 겸 안무가 예효승(41)이 ‘피로사회’에 다시 도전한다. 2013년 공연예술창작산실 우수작으로 선정된 <아임 소 타이어드>(I’m so tired)를 올해 새롭게 단장해 무대에 올리는 것이다.
2015년 버전의 특징은 현대인이라는 큰 틀의 접근에서 벗어나, 누구도 피해갈 수 없는 현대 사회의 복잡다단함을 작품에 출연하는 춤꾼들 개개인의 날것 그대로의 삶과 몸짓 속에 담아냈다는 점이다. 예효승은 안무노트에서 “서로 다른 환경에서 살아가는 20대, 30대, 40대 출연진 개개인의 섬세하고 세심한 감정을 통해 피로사회라는 현실을 낚아챘다. 이들이 하나의 집단에서 생존하는 방법과 그 안에서 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몸부림, 개인의 이야기를 겹겹이 쌓아 한층 더 교감을 크게 하려 한다”고 밝혔다. 예효승은 그동안 알랭 플라텔 등 세계적인 안무가들과 활동하며, 자신만의 창작 형식을 개발하고 실험에 몰두해왔다. 그런 까닭에 그는 유럽 무대에서 인정받는 한국인 안무가 가운데 한 명으로 성장했다.
<아임 소 타이어드>는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의 고단한 일상에 위안과 위로를, 피로한 사회로부터의 탈출을 권한다. 무언가를 하지 않고 잠시 머무를 수 있는 여유, 주변을 둘러보고 하늘을 한번 쳐다볼 수 있는 여유, 그것이 일상 속 피로회복제라고 말한다. 이번 무대는 독창적인 움직임에 미학적인 무대와 감각적인 사운드를 더해 기대를 모은다.
특히 록그룹 ‘3호선 버터플라이’는 공연 제작 및 준비 기간 동안 예효승과 함께 작업을 진행해왔다. 이들은 무대에서 춤꾼들과 함께 호흡하며 라이브로 연주한다. 1999년 결성한 3호선 버터플라이는 삶에 대한 통찰력과 일상의 시선을 노래하는 록그룹으로 남상아(보컬·기타), 성기완(보컬·기타), 김남윤(베이스), 서현정(드럼)이 멤버다. 피로한 삶을 살아가는 우리들의 모습을 솔직하게 담은 예효승의 안무와 메시지를 속삭이는 듯한 3호선 버터플라이의 음악은 관객의 몰입도를 한층 높여줄 것 같다.
정정아·금배섭·이동원·정주령·김시아·배민우·이재현·임정하가 공동 안무와 출연을 맡았다. 오는 22일과 23일 저녁 8시 서울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 (02)3668-0007.
손준현 기자 dus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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