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아이엠파인투'. 사진 달나라동백꽃 제공
리뷰 l 연극 ‘아이엠파인투’
우발적 살해·무차별 폭행 등
분노 사회적 맥락·일상성 다뤄
우발적 살해·무차별 폭행 등
분노 사회적 맥락·일상성 다뤄
#1. 2015년 ○○월 ○○일 30대 김아무개씨는 편의점 알바생과 시비 끝에 우발적으로 그를 살해했다.
#2. 30대 윤아무개씨가 집주인과 말다툼 뒤 반지하 자취방에 불을 질렀다.
#3. 취업준비생 이아무개씨가 다량의 수면제를 먹고 자살을 시도했다.
#4. 오후 7시경 서울역 앞에서 시위중이던 최아무개씨가 자해 등 난동을 벌였다.
#5. 해고노동자 정아무개씨가 회사 앞 건물 옥상에서 투신했다.
#6. 대학원생 박아무개씨가 연구실 앞을 청소하던 미화원을 무차별 폭행했다.
한국 사회에 가득 찬 ‘분노’와 ‘증오’에 젊은 연극인들이 청진기를 갖다 댔다. 극단 달나라동백꽃 대표인 부새롬 연출과 김지훈, 배선희, 이지혜, 김정화, 노기용, 박주영 등 여섯 배우의 공동창작으로 만든 연극 <아이엠파인투>다. 이 극단은 작가, 연출, 배우, 기획이라는 경계를 허물고 모두가 연극 창작자로서 작업(을 지향)한다.
연극은 ‘파인’(fine·안녕)하지 않은 시대에 “우리는 과연 ‘파인’한가?”라고 묻는다. 6명의 배우를 통해 6개 사건 뒤에 숨은 ‘분노와 증오’의 배경과 이유를 다각도로 탐문한다. 6명 모두 자살한 건 아니지만, 그 과정은 ‘심리적 부검’과 유사하다. 심리적 부검은 정신과 전문의 등이 자살자의 가족과 친지를 심층면접하고 개인 기록을 수집해 자살의 원인을 규명하는 것이다. 배우의 묘사는 아마 체험으로부터 나온듯, 정밀하고 때로는 극사실적이다. 이를테면 자리를 양보했는데 고맙다는 말을 하지 않자 화가 나고, 어깨를 부딪치고도 사과하지 않는 행인한테 화가 난다. 이렇듯, 6명의 분노와 증오는 역사·사회적 맥락뿐 아니라, 일상 속의 치미는 ‘분노 게이지’의 세세한 무늬와 속살을 드러낸다. 극의 마지막은 ‘절망 댄스’다. 무대가 서서히 어두워지면서, 6명은 옷을 하나씩 벗고 춤을 춘다. 분노와 싸운 자신의 흔적을 돌아보는 과정이다. 20일까지 서울 대학로 게릴라극장.
손준현 기자 dust@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