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폭스파인더'. 사진 두산아트센터 제공
시련·터미널·폭스파인더 등
무대 양편에 객석 나누기
공간 협소함 해결…집중도 높여
무대 양편에 객석 나누기
공간 협소함 해결…집중도 높여
연극 시작 10분 전, 표를 보여주고 극장 안으로 들어간 관객들은 조금 놀란다. 무대를 바라보면서 자리를 찾아가려는데, 객석이 무대를 가운데 두고 양쪽으로 갈라져 있다. 연극이 시작되고, 이제 맞은편 자리에 앉은 관객은 무대의 배경으로 변한다. 이쪽도 저쪽의 배경이 되고 있으리라.
객석을 무대의 양편으로 나누는 연극이 잇따르고 있다. 객석을 무대의 3개 면이나 4개 면으로 둘러싸는 마당극의 사례는 있지만, 양편으로 나누는 건 흔하지 않아 새로운 연극 체험이 된다.
오는 28일까지 서울 명동예술극장 무대에 오르는 <시련>(연출 박정희)에서는 36명의 관객이 공연이 이뤄지는 같은 무대의 뒤쪽에 앉아 연극을 본다. 아서 밀러 원작의 고전으로, 1692년 미국 매사추세츠 세일럼에서 실제 벌어진 마녀사냥 이야기를 기초로 했다. 극 전체가 1950년대 미국을 휩쓸었던 매카시즘 광풍에 대한 은유다. 연극의 후반부가 재판 장면 위주여서, 관객이 배심원 역할을 맡는다. 박정희 연출은 기자간담회에서 “한쪽만 보고 연기하는 것과 달리 배우한테 높은 난도의 연기가 요구된다. 관객과 관객이 대치하거나 거울효과도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홉 가지 사연이 옴니버스 형식으로 담긴 <터미널>(연출 전인철, 내년 1월10일까지 공연)은 올해 아예 객석을 절반씩 양쪽으로 나눴다. 지난해 초연 당시 관객의 호응이 좋았던 3편과 새로 집필한 6편을 묶어 무대에 올렸다. 이런 객석 배치는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소극장이라는 공간의 협소함을 연극적으로 해결한 사례로 보인다. 소극장 공간이 긴 직사각형 모양이다. 같은 곳에서 지난 7월 상연됐던 <카포네 트릴로지>(연출 김태형)는 한 호텔방을 무대로 삼았는데, 사방이 막힌 호텔방의 효과 등을 살리기 위해 본격적으로 양편 객석을 적용한 바 있다.
지난달 두산아트센터 스페이스111 무대에 올랐던 <폭스파인더>(연출 박지혜)는 복합적인 목적으로 처음부터 양편 객석을 고려한 작품이다. 연극은 여우가 자연재해와 전염병을 일으키고 사람의 정신까지 혼란에 빠뜨리는 공공의 적이라고 생각하는 나라의 외딴 마을에 여우 조사원이 찾아오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렸다. 연극을 올린 극단 ‘양손프로젝트’는 같은 장소에서 지난해 공연했던 <죽음과 소녀>도 이렇게 객석을 배치한 바 있다. 박지혜 연출은 “공연을 올리면서 객석과 무대의 관계를 생각했다. 한쪽 객석에만 앉는다면 관객은 안전한 관찰자의 입장이 된다. 폭스파인더에서는 관객이 무대의 고립된 마을 안으로 같이 들어와 더불어 고립감을 느끼길 원했다”고 말했다.
양면 객석은 관객들한테 새로운 감각을 열어주는 장치이면서도, 힘의 집중에도 유리하다고 한다. 박 연출은 “무대 가운데는 배우가 어디를 봐도 뒷모습이 노출되면서 불안감이 든다. 객석이 없는 다른 두 면 쪽에 배우가 서면 집중력이 생긴다”고 말했다.
안창현 기자 blu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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