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한밤개’. 사진 아시아브릿지컨텐츠㈜ 제공
리뷰/ 연극 ‘한밤개’
‘친구’ 옆집 개의 갑작스런 죽임뒤
범인 쫓다가 가족의 비밀 알게 돼
여러 배우들의 소품구실 등 볼만
‘친구’ 옆집 개의 갑작스런 죽임뒤
범인 쫓다가 가족의 비밀 알게 돼
여러 배우들의 소품구실 등 볼만
작품 이름으로 보면, 여느 코미디 연극 가운데 한 편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무대의 막이 오르면 한 소년의 성장담이 나름 무게 있게 그려진다. <한밤중에 개에게 일어난 의문의 사건>(연출 김태형)은 배우 김수로가 이번에 수입해 제작한 국내 초연 작품이다. 2012년 런던에서 처음 무대에 올려진 뒤 2013~15년 영국과 미국에서 여러 상을 받은 바 있다.
15살의 ‘크리스토퍼’(윤나무, 전성우, 슈퍼주니어의 려욱)는 수학과 우주, 별을 사랑하는 소년이다. 엄마를 여의고 아빠랑 둘이서만 사는데, 심한 자폐증을 갖고 있어 누구든 자신의 몸에 손을 대면 발작에 가까운 거부반응을 보인다.
어느날 친구였던 옆집 개 ‘웰링턴’이 갑작스런 죽임을 당하자, 범인을 밝히겠다면서 나선다. 그런데 사건은 엉뚱하게 번져, 아빠 ‘에드’(김영호, 심형탁)의 비밀을 알게 된다. 죽었다는 엄마가 어딘가 살아 있다는 것이다. 소년은 특수학교 교사이자 극중 해설자인 ‘시오반’(배해선, 김지현)의 도움을 받아가면서 진짜 세상 밖으로 한 걸음을 떼어놓는다.
연극은 크리스토퍼의 자폐라는 부분만 떼어놓고 봐도 좋은 성장 드라마다. 소년이 처음 세상으로 나아갈 때 얼마나 두려울까. 연극은 홀로 런던 도심지를 떠도는 소년의 두려움을 여실히 보여주면서 관객을 끌어당긴다. 크리스토퍼가 165분의 공연시간(중간 휴식 15분 포함) 내내 무대를 끌고가는 작품이라, 배우의 집중력과 체력이 놀랍다. 화려한 무대 장치와 여러 배우들이 뭉쳐 소품 구실을 하는 대목 등은 연극적 재미를 준다.
하지만, 너무 큰 무대를 쓴 탓인지 연극이 무대를 꽉 채우지 못한다. 대형교회 옆 공연장조차 무슨 거창한 이야기를 하려는 분위기이고, 푯값(4만4000~8만8000원)도 조금 불편하다. 마지막 결말도 극 전체의 리듬과 약간 다르게 느껴진다. 지난 6월 개봉한 영화 <네이든>(감독 모건 매튜스)과 닮았다. 내년 1월31일까지 서울 압구정동 광림아트센터 비비시에이치(BBCH)홀.
안창현 기자 blu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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