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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한정없는 생각의 바다쉼표가 그를 이끌었다

등록 2015-12-16 08:13

루시드폴
루시드폴
7집 ‘누구가를 위한,’ 루시드폴
11일 홈쇼핑으로 7집 판매 ‘화제’
타이틀곡 포함 제목에 쉼표 많아
곳곳서 ‘그날’ 떠올리게 하지만
“현실 모티브 굳이 말 안해…
들으시는 분들이 느꼈으면”
‘스위스 개그’로 시작해본다. 루시드폴이 방송을 통해 선보인 맥 빠지는 유머를 이른다. “귤이 모자라지 않도록 귤이 넘치지도 않도록….”(‘어부가’ 중, ‘그리’를 ‘귤이’로 바꿈)

루시드폴은 11일 새벽 2시 한 홈쇼핑을 통해 ‘귤+동화책+7집 앨범’을 파는 ‘귤이 빛나는 밤에’를 방송했다. 1년 전에 그를 수식하던 ‘완판남’이라는 호칭이 여기서는 홈쇼핑 용어로 재등장했다(첫번째 완판남 때 그는 제주도에 신혼집을 차렸다). 매진된 ‘시청미각’ 세트가 도착할 즈음 루시드폴의 7집 앨범 음원도 공개되었다. 15일 오전 11시 서울 강남구 안테나뮤직 사무실에서 열린 음감회에서다.

7집 앨범에는 ‘주저흔’이 있다. 앨범 제목 ‘누군가를 위한,’에 들어간 쉼표는 타이틀곡인 ‘아직, 있다’에도 있다. 쉼표를 의미를 함축하는 혹은 생각을 열게 하는 기호로 사용했다.

“누군가를 위한 글, 노래, 앨범, 귤 이렇게 하려면 쉼표가 있어야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 ‘아직 있다’는 행갈이를 못하니까 넣은 거다. 왜인지는 모르지만 이렇게 하는 게 맞다고 느낀 것 같다.” ‘누군가’도 대응하는 말을 찾게 하는 단어다. 공학적으로 보자면, 미지수 X에 해당한다.

“친구들은 지금쯤 어디에 있을까 축 처진 어깨를 하고 교실에 있을까 따뜻한 집으로 나 대신 돌아가줘… 나는 영원의 날개를 달고 노란 나비가 되었어 다시 봄이 오기 전 약속 하나만 해주겠니 친구야 무너지지 말고 살아내주렴.” ‘아직, 있다’는 지난해 4월 세월호를 타고 제주도를 향했던 고등학생들을 ‘누군가’로 떠올리게 한다. ‘아직, 있다’의 뮤직비디오는 어린 연인이 장난치며 노는 걸 보여주는데 배경이 제주도다. 도착 못한 수학여행지에서 놀고 있는 것으로 뮤직비디오 감독은 해석했다. “이유도 모른 채 죽어간 사람들은 4월이 오면 유채꽃으로 피어 춤을 춘다지”(‘4월의 봄’)라든지 “무척 어려운 이유로 이제 날 잊었다고들 해. 나를 부르면 차가운 몸을 이끌고 안녕, 안녕, 인사했지만 이젠 들리지 않는 것 같아”(‘명왕성’) 등도 ‘그날’의 일들을 연상하게 한다.

아티스트에겐 이 앨범은 해답이 없는 방정식이다. “‘아직, 있다’ 노래 쓸 때 굉장히 많이 울었다. 와이프도 모를 거다. 하지만 곡을 만들어놓고 나서 제가 이 곡은 현실에 있는 모티브를 썼습니다, 라고 안 하는 게 좋겠다고 생각한다. 들으시는 분들이 노래를 듣고 느끼는 게 맞을 거라고 생각한다.”

12월 11일 루시드폴 7집 앨범 홈쇼핑 판매 장면.
12월 11일 루시드폴 7집 앨범 홈쇼핑 판매 장면.
앨범에는 15곡이 담겼다. 요즘 나온 앨범 중 가장 곡이 많을 것 같다. 다섯 곡은 <푸른 연꽃> 동화책을 위한 사운드트랙이다. 앨범은 동화책 모양새에 시디(CD)가 첨부되어 있다. 동화는 분꽃송이를 발라 하얘지고 싶은 얼굴색을 한 마노가 숲속에서 동물 친구들을 만나는 여행을 하는 이야기다. 이전 ‘연두’(6집 <꽃은 말이 없다.>)에서 “연두색 꽃처럼 살고 싶다고 했을 때 선생님은 이렇게 말했지 ‘노을처럼 빨간 보름달처럼 노란 꽃으로 살아야 한다’고” 노래했는데, 여기선 기어이 ‘푸른 연꽃’을 피운다. 정해진 법칙에 얽매이지 않는다.

그는 제주도에 내려간 뒤 동화책 자원봉사와 형님에게 일당 받는 밭일을 하다가 감귤농사를 짓고 있다. “지난해 350평 감귤밭을 올해 750평으로 늘렸다”고 했다. 직업이 여러 개인 농부는 농한기에도 바쁘다. 12월25~26일 오후 6시 서울 연세대학교 백양홀에서 앨범 발매 기념 콘서트를 연다.

구둘래 기자 anyone@hani.co.kr 사진 안테나뮤직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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