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1000석 규모 뮤지컬 3편
푯값은 대극장 3분의 2지만
상실·청춘 등 주제로 감동 전해
푯값은 대극장 3분의 2지만
상실·청춘 등 주제로 감동 전해
연말을 맞아 조금 작지만 알찬 뮤지컬 무대가 이어지고 있다. <레미제라블>, <시카고> 등이 대극장(객석 1000석 이상)에서 관객들을 유혹하는 것과 별개로, 중극장(500~1000석) 무대에서도 깊은 감동과 흥겨운 재미를 선사한다. 푯값은 대극장의 3분의 2 수준이다.
먼저 지난 16일 막을 올린 <넥스트 투 노멀>(연출 변정주)은 삶에 대한 깊은 성찰이 돋보인다. 언뜻 미국 중산층 가족의 ‘가정사’를 다루는 듯하지만, ‘상실’에 대한 질문을 진지하게 이어간다. ‘굿맨’ 가족은 겉으로 부족한 게 없어 보이지만, 안으로 상처가 곪고 있다. 남편(남경주, 이정열)이 16년째 조울증을 앓고 있는 부인(박칼린, 정영주)을 헌신적으로 돌보면서 그래도 집안의 꼴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뮤지컬 초반, 부인이 앓는 정신병의 원인이 드러난다. 멀쩡하게 부인과 이야기를 나누는 아들은 부인이 놓지 못하고 있는 죽은 아들의 환영이다.
부인은 우여곡절 끝에 고통스런 기억을 회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응시하게 된다. 관객은 이 과정을 따라가면서, 제목에서 나오듯 ‘평범함’이란 무엇인지 묻게 된다. 삶에서 가장 소중한 것을 잃었을 때,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와 함께. 지난해 4월16일 자식을 잃은 부모들을 떠올릴 관객도 있을 것이다.
화려한 군무와 웅장한 합창은 없다. 대신, 3층 철제 구조의 무대와 록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다양한 장르의 음악은 매력적이다. 다만, 각 배우의 노래 사이에 균형이 불안하고, 대사가 노래로 불리면서 관객에게 명확히 전달되지 않는 대목도 있다. 내년 3월13일까지 서울 종로5가 두산아트센터 연강홀. 문의 (02)744-4033.
<젊음의 행진>(연출 심설인)도 ‘의외의 발견’으로 다가갈 것 같다. 모든 생각을 내려놓고 즐기면 된다. 1980~90년대를 풍미했던 우리 대중가요와 춤, 이야기가 관객들을 즐겁게 한다. 인기 만화 <영심이>(배금택 작)가 원작으로, 빛나는 젊은 시절로 잠시 우리를 데려간다.
천방지축 왈가닥 ‘오영심’(정가희, 신보라)은 어느덧 서른다섯살의 공연기획자가 돼 있다. 자신의 고교 시절 유행했던 노래들로 구성된 콘서트를 준비하는데, 전기 안전점검을 위해 공연장을 찾은 ‘왕경태’(조형균, 박광선)를 우연히 만난다. 고교 시절 그렇고 그랬던 둘은 옛 추억 속으로 빠져든다. ‘상남이’(전역산, 송유택)가 추는 현진영의 토끼춤은 빠뜨릴 수 없는 매력 포인트다. 내년 1월10일까지 서울 이화여대 삼성홀. 1666-8662.
<벽을 뚫는 남자>(연출 임철형)는 어른들을 위한 동화의 세계로 관객들을 안내한다. 프랑스 소설 원작에 <쉘부르의 우산>의 작곡가 미셸 르그랑이 작곡한 뮤지컬(1996년 프랑스 초연)이다. 1940년대 파리 몽마르트르를 배경으로 평범한 우체국 직원 ‘듀티율’이 어느 날 벽을 자유자재로 드나드는 능력을 갖게 되면서 생기는 이야기를 담았다. 한국에서는 2006년 초연 이래 다섯번째 무대다. 듀티율을 배우 이지훈, 유연석이 교대로 연기하며, 마지막 결말은 여운을 남긴다. 내년 2월14일까지 서울 연건동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02)749-9037.
안창현 기자 blue@hani.co.kr
사진 프레인, ㈜피엠시프로덕션 제공
<넥스트 투 노멀>
<젊음의 행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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