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연말 공연장을 뜨겁게 달군 열기가 채 식기 전 다시 새해의 공연들이 찾아온다. 1월 한 달간 신년음악회의 들뜬 분위기가 지나가면 2, 3월부터 본격적인 2016년 시즌 공연들이 모습을 드러낸다.
최근 몇 년간 붐을 이뤘던 오스트리아 빈 풍의 신년음악회는 올해 눈에 띄게 줄었다. 하루가 멀다 하고 이어지던 왈츠와 폴카의 향연을 전년만큼 풍성하게 즐기기는 어렵다. 그러나 빈소년합창단, 이무지치 등 신년음악회의 단골손님들은 여전하다. 또한 임동혁, 손열음, 이효주 등 한국을 대표하는 젊은 피아니스트들이 연초부터 잇달아 독주회를 연다. 지난해 폴란드 국제 쇼팽 피아노콩쿠르 우승자인 조성진은 다른 입상자들과 함께 갈라 콘서트에 출연한다. 음악 애호가들이 애타게 기다렸던 오페라계의 별 소프라노 안나 네트렙코와 3년 전 갑작스런 건강 악화로 대타에게 지휘봉을 넘겼던 거장 지휘자 리카르도 무티(시카고 심포니)의 첫 내한 공연도 예정돼 있다.
임동혁 쇼팽음반 기념 독주회
손열음은 라벨·거슈윈 들려줘
‘쇼팽 콩쿠르’ 수상자들 무대도
오페라 스타·거장 지휘자
클래식 팬 반길 내한 성사
게반트하우스, 마태수난곡 선물
■ 시작을 알리는 신년음악회 비엔나 왈츠 오케스트라(1월20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가 빈 풍의 신년음악회를 선보인다. 프로그램은 말할 것도 없이 요한 슈트라우스 1·2세의 왈츠와 폴카 작품이 중심이다. 음악과 어우러지는 무용수들의 왈츠와 발레 동작도 함께 즐길 수 있다. 빈소년합창단(1월23~24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은 세계 민요와 종교음악 등 신년에 어울리는 활기차고 아름다운 노래들을 천상의 목소리로 들려준다. 한국인 단원 이정민군도 출연한다. 매년 초 한국을 찾는 이탈리아 실내악단 이무지치(1월29~30일 예술의전당 IBK챔버홀, 콘서트홀)는 고정 레퍼토리인 비발디의 <사계>와 더불어 새로운 음악들을 선보인다.
■ 차세대 한국 피아니스트들과의 조우 차세대 한국 피아니스트들이 연초에 약속이나 한 듯 독주회를 연다. 이효주(1월18일 예술의전당 IBK챔버홀)는 리스트의 대작 <순례의 해>와 피아노 소나타 나단조를 선보인다. 한국 피아니스트로서 처음 유수의 국제 콩쿠르에서 잇단 낭보를 전했던 ‘원조 콩쿠르 킬러’ 임동혁(1월23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은 쇼팽 음반 발매를 기념한 독주회를 연다. 조성진보다 10년 앞서 쇼팽 콩쿠르에서 공동 3위를 차지한 그는 쇼팽을 비롯한 낭만주의 음악에서 특히 장점을 발휘해왔다. 최근 영국의 음악 전문지 그라모폰은 임동혁의 쇼팽 전주곡 음반에 대해 전설적인 쇼팽 전문가인 마르타 아르헤리치, 아르투르 루빈스타인, 이 곡의 최고 해석자이자 최초로 녹음한 알프레드 코르토의 음반과 견주어도 손색이 없다고 극찬했다. 손열음(2월27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은 <모던 타임스>라는 제목으로 20세기 초반 후기낭만주의음악에서 현대음악으로 이행하는 격동기에 탄생한 라벨, 스트라빈스키, 거슈윈 등의 작품을 들려준다.
■ 쇼팽 콩쿠르 결선의 열기 재현 지난해 10월 폴란드 국제 쇼팽 피아노콩쿠르에서 우승한 조성진(2월2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오후 2시·8시 2회 공연)은 6위까지의 입상자들, 바르샤바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지휘 야체크 카습시크)와 함께 콩쿠르 본선·결선의 열기를 재현한다. 기획사는 저녁 8시 공연이 예매 개시 1시간 만에 매진된 뒤 연주자들과의 논의하에 오후 2시 공연을 추가했다. 이 역시 30여분 만에 매진됐다. 2시 공연에서는 2위 샤를 리샤르아믈랭, 3위 케이트 류가 각각 결선 연주곡인 쇼팽 피아노 협주곡 2번과 1번을 연주한다. 조성진은 녹턴과 환상곡, 영웅 폴로네즈를 연주한다. 8시 공연에서는 1위 조성진이 협주곡 1번을 연주한다. 나머지 입상자들은 예선, 본선 때 연주했던 쇼팽의 작품 중 일부를 연주한다.
시카고 심포니의 거장 지휘자 리카르도 무티. 사진 각 기획사 제공
■ 드디어 만나는 오페라계의 별 애호가들이 자나 깨나 기다린 오페라계 최고의 스타 소프라노 안나 네트렙코(3월12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가 드디어 한국을 찾는다. 전세계 오페라극장의 섭외 1순위인 네트렙코는 넓은 음역과 풍부한 성량, 섬세한 소릿결과 음악적 표현, 뛰어난 연기력과 아름다운 외모까지 ‘모든 것을 갖춘 소프라노’라는 평을 얻고 있다. 네트렙코를 음반과 영상물로만 접했던 한국 팬들이 실연으로 푸치니 오페라 <라보엠>, <잔니 스키키>등의 아리아를 듣게 됐다.
오페라계 최고의 스타 소프라노 안나 네트렙코. 사진 각 기획사 제공
■ 국외 교향악단 내한 퍼레이드 시작 올해도 국외 저명 교향악단들의 내한 일정이 풍성하다. 첫 테이프를 끊는 것은 리카르도 무티가 지휘하는 시카고 심포니 오케스트라(1월28~29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다. 북미 최강의 오케스트라로 손꼽히는 시카고 심포니는 협연 없이 이틀간 말러, 베토벤, 차이콥스키 등의 교향곡으로 무대를 채운다. 지난 2013년 건강상의 이유로 한국행을 취소했던 무티의 지휘를 이번에는 볼 수 있을지 애호가들의 관심이 쏠린다.
성 토마스 합창단과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 오케스트라(3월16일)는 종교음악 최고의 걸작으로 손꼽히는 바흐의 <마태수난곡>을 연주한다. 이 곡은 바흐 서거와 함께 잠들었다가 멘델스존이 다시 무대에 올림으로써 가치를 재조명받았다. 성 토마스 합창단은 바흐가 생전에 26년간 지휘한 바 있으며,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 오케스트라는 멘델스존이 이끌었던 악단이다.
김소민 객원기자 somparis@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