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소극장 산울림 제공
산울림 고전극장, 4편 잇단 공연
‘프로메테우스’ ‘난세에 저항…’ 등
‘프로메테우스’ ‘난세에 저항…’ 등
그리스 신화를 연극으로 만난다.
연극의 기원으로 불리는 이 오래된 텍스트들이 대학로의 가장 젊은 극단들에 의해 현대의 얼굴로 재탄생한다. 올해로 4회를 맞은 ‘산울림 고전극장’이 6일부터 3월13일까지 서울 신촌 소극장 산울림에서 잇달아 올리는 그리스 고전 4편이다.
먼저 ‘공상집단 뚱딴지’의 황이선 연출은 <프로메테우스>(6~17일·사진)로 개막을 알린다. 힘과 폭력으로 신과 인간을 통치하는 독재자 제우스의 뜻을 거역하고 인간에게 불을 건넨 프로메테우스의 재판을 다룬다. 독재자 제우스는 인간이 ‘권리’에 눈을 떴다는 것이 두려웠다. 불(권리)을 가진 인간은 이제 자신의 권리를 침해하는 모든 것에 저항하게 됐다. 연극은 우리 시대의 프로메테우스는 누구인지 묻는다. 황 연출은 “이것은 현대의 이야기”라고 강조했다.
이어 극단 ‘해적’의 황선택 연출이 <난세에 저항하는 여인들>(20일~2월5일)을 선보인다. 고대 그리스에선 아테네와 스파르타 간의 오랜 전쟁 때문에 고아와 과부가 넘쳐났다. 참다못한 여인들은 전쟁에 반대하는 ‘성 파업’을 벌인다. 욕망에 굶주린 남자들은 결국 협상에 나선다. 황 연출은 “관객을 지루하게 하지 않는 고전”이라고 설명했다.
극단 ‘달나라동백꽃’의 윤혜숙 연출은 <오레스테이아>(2월17~28일)를 들고 온다. 트로이 전쟁의 영웅 아가멤논 집안의 피비린내 나는 복수 연속극의 소용돌이 안에 있는 인물에 초점을 맞춘다. 딸을 죽인 남편을 죽인 아내, 아버지를 죽인 어머니를 죽인 아들 가운데 과연 누가 옳은지 묻는다. 윤 연출은 “기원전 고안된 비극의 굳어진 형식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는 데 방점을 찍었다. 고민의 지점은 코러스가 반복되는 구조, 세 명의 제한된 배우라는 형식이 현대의 우리가 생각하는 연극성과 어떻게 만나는지에 맞춰졌다.
올해 산울림 고전극장의 마지막을 장식할 작품은 창작집단 ‘라스’(LAS)의 이기쁨 연출이 올리는 <헤라, 아프로디테, 아르테미스>(3월2~13일)다. 도도하지만 제우스의 바람기 때문에 질투의 화신이 된 헤라, 아름다움의 여신이지만 매일 밤 다른 남자와 관계하는 욕정의 화신 아프로디테, 처녀성을 지키려 살인까지 하지만 가슴 깊이 오리온을 사랑하는 달의 여신 아르테미스. 세 여신을 통해 욕망의 내밀한 속내를 들춰낸다. (02)334-5915.
손준현 기자 dus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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