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성희. 사진 국립극단 제공
43년 데뷔 뒤 외길 연극 인생
국립극단 단장도 두차례 지내
“연극은 내 삶의 유일한 여정”
국립극단 단장도 두차례 지내
“연극은 내 삶의 유일한 여정”
‘영원한 현역 배우’ 백성희가 지상에서 천상으로 무대를 옮겼다. 백성희는 지난 8일 밤 11시18분 서울 연세사랑요양병원 입원 중 노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91.
1925년 서울에서 태어난 고인(본명 이어순이)은 어려서부터 배우를 꿈꾸다 18살에 극단 현대극장에서 연극 <봉선화>(1943)로 데뷔했다. 이후 70여년간 400여편의 작품에 출연하며 연극 외길을 걸어 ‘한국 연극의 살아있는 역사’로 불렸다. 고인은 “작품은 가려서 선택하지만, 배역은 가리지 않는다”는 신조로 최근까지도 <3월의 눈>(2013), <바냐아저씨>(2013) 등에 출연했다. 김윤철 국립극단 예술감독은 “올해도 연극 <3월의 눈>에 출연하고 싶어하시며 끝까지 연기에 대한 집념을 보여주셨는데, 마지막 꿈을 못 이루고 떠나보내게 돼 애석하다”고 밝혔다.
백성희는 ‘국립극단의 산증인’이기도 했다. 1950년 창립단원으로 합류한 고인은 국립극단의 현존하는 유일한 창립단원이자 현역 원로단원이었다. 1972년 국립극단에서 처음 시행한 단장 직선제에서 최연소 여성 단장으로 선출된 데 이어, 1991~1993년 다시 한 번 단장을 지냈다. 2002년부터는 대한민국예술원 회원으로 활동했다.
2010년 국내에서 처음으로 배우의 이름을 따 문을 연 ‘백성희장민호극장’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지난해 말엔 70년 연기 인생을 정리한 회고록 <백성희의 삶과 연극, 연극의 정석>을 발간했다. 백성희는 회고록에서 “희극인지 비극인지도 알 수 없는 상태로, 그 길을 걸어, 70년 아니 90년을 걸어왔다. 그 길은 내 삶의 전부이자, 유일한 여정이었다”고 회고했다.
대표작으로 <뇌우>(1950) <나도 인간이 되련다>(1953) <씨라노 드 벨쥬락>(1958) <베니스의 상인>(1964) <달집>(1971) <무녀도>(1979)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1981) <메디아>(1989) <강 건너 저편에>(2002) 등이 있다. 이런 활동을 인정받아 한국연극영화예술상(제1회 백상예술대상·1965), 동랑유치진연극상(1988), 이해랑연극상(1996), 대한민국예술원상(1999), 은관문화훈장(2010) 등을 수상했다.
빈소는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 2호. 발인은 12일 오전 8시30분이다. 장례는 대한민국 연극인장으로 치러지며 12일 오전 10시 서울 용산구 서계동 백성희장민호극장에서 영결식이 열린다. 영결식 후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손진책 전 국립극단 예술감독의 연출로 노제가 진행된다. (02)3010-2232.
손준현 기자 dus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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