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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오페라 ‘안드레아 셰니에’ 혁명과 사랑 격정 터지다

등록 2005-10-19 16:11수정 2005-10-20 14:29

테너 김남두·바리톤 한명원씨

청춘 남녀의 지고지순한 사랑은 오랫동안 서양 오페라에서 빼놓을 수 없는 소재였다.

리하르트 바그너의 <방황하는 네덜란드인>은 여주인공 젠타가 저주받고 방황하는 네덜란드인을 향한 사랑을 증명하기 위해 바다로 몸을 던진다. 도니제티의 <람메르모르의 루치아>에서 에드가르도는 사랑하는 여인 루치아의 뒤를 따라 스스로 목숨을 끊고, 푸치니의 <토스카>에서 플로리아 토스카는 연인 카바라도시의 죽음에 충격을 받고 성벽 아래로 몸을 던진다. 또 베르디는 <아이다>는 생매장당하는 라다메스를 따라 스스로 토굴로 들어가는 아이다의 숭고한 사랑을 그려냈다.

예술의전당이 2005~2006 시즌작으로 자체 기획·제작해 오는 28일부터 31일까지 오페라극장 무대에 올리는 움베르토 조르다노의 오페라 <안드레아 셰니에>도 역시 죽음을 뛰어넘는 사랑의 위대한 힘을 보여준다. 무엇보다도 프랑스 대혁명이라는 드라마틱한 시대적 배경을 바탕으로 실존인물이었던 안드레아 셰니에의 비극적인 삶을 다뤘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외교관이자 시인이었으며, 비판적인 저널리스트였던 그는 프랑스 대혁명 시기에 공포정치를 일삼는 로베스페에르의 자코뱅 세력을 비판했다는 죄목으로 1794년 6월 32살의 젊은 나이에 파리 콩코드 광장의 단두대의 이슬로 사라졌던 드라마틱한 인물이다. 오페라 <안드레아 셰니에>에서 남자 주인공 시인 셰니에 역의 테너 김남두(47)씨와, 그가 사랑하는 여주인공 맏달레나를 짝사랑해 갈등하는 혁명 지도자 카를로 제라르 역을 맡은 바리톤 한명원(27)씨를 만났다.

28∼31일 13년만에 공연
“5∼6분씩 계속 고음 성악가들 힘들어 하는 작품”

김남두씨는 “남자 주인공 안드레아 셰니에는 시와 조국과 백성들을 몹시 사랑했으며, 그 사랑을 여 주인공 맏달레나를 통해 승화시켰다”며 “오페라는 당시 지식인의 시대에 대한 고민과 번뇌를 사랑이라는 단어로 가장 멋있게 표현한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한명원씨는 “제라르는 한마디로 슬픈 사람이다. 정말 오랫동안 맏달레나를 사랑해왔지만 그 사랑을 지키기 위해 포기하고 놓아줄 수밖에 없었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두 사람은 “제라르가 있기 때문에 셰니에와 맏달레나의 숭고한 사랑이 이뤄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19세기 후반 이탈리아를 중심으로 일어났던 현실주의 오페라 운동인 ‘베리즈모 오페라’의 최고 걸작으로 손꼽히는 <안드레아 셰니에>는 공연하기가 몹시 까다로와 20세기에 들어서는 유럽 오페라계에서도 쉽게 무대에 올려지지 않고 있다. 국내에서도 지난 1985년 서울시립오페라단 창단 기념공연으로 첫선을 보였고, 1992년 같은 단체에서 리바이벌되었으며 이번이 13년만의 무대다.


“<안드레아 셰니에>가 상징이 아니라 현실 그대로를 표현하는 베르즈모 오페라의 전형이기 때문에 성악가들이 몹시 힘들어 하죠. 특히 테너는 한번 노래를 부르면 5~6분씩이나 진행되고 계속 고음을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어렵습니다.”

김남두씨는 “내면적인 성격의 셰니에의 마음 속 분노와 고뇌에 찬 감정을 제대로 표현해내기가 힘들다”고 털어놓으면서 “그러나 셰니에의 속으로 들어가겠다”고 밝혔다.

한명원씨도 “처음으로 국내 오페라 무대에 서게 돼 많은 설레임과 기대가 되는 무대”라면서 “제라르 역에 빠져서 사랑하는 사람을 죽음으로 보내야만 했던 그의 고통과 번뇌를 충실하게 표현해 보여드리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그는 “그동안 이탈리아 오페라 무대에서 공연한 작품 가운데 <라 트라비아타>와 <리골레토>가 가장 잘 어울리는 것같다”며 “국내에서 기회가 된다면 <라 트라비아타>를 꼭 해보고 싶다”고 바램을 나타냈다.

그러자 김남두씨는 “후배 한명원씨는 극을 알고 표현하는 테크닉이 굉장히 뛰어난 성악가”라고 칭찬하면서 “나이가 조금 더 들어서 좀더 중후하고 익은 소리를 낸다면 더욱 좋겠다”고 조언했다. 국내외에서 베르디의 오페라 <오텔로>의 오텔로 역만 30여번 맡아 국내 최고의 오텔로로 평가받는 그답게 “개인적으로도 오텔로를 좋아하기 때문에 좋은 지휘자와 오케스트라, 배역진 등 조건만 맞으면 무조건 오텔로를 하겠다”고 밝혔다.

김남두씨는 이탈리아 라퀼라 국립음악원을 나와 이탈리아 니콜라 마르티누치 국제 콩쿠르, 이탈리아 체디아 국제 콩쿠르 등에서 입상했으며, 1997년 정명훈의 지휘로 KBS교향악단과 오페라 <오텔로>로 국내 무대에 데뷔한 이래 국내외 무대에서 정상급의 드라마틱 테너로 활약하고 있다. 또 이탈리아 밀라노 베르디 국립음대에 재학 중인 한명원씨는 2003년 이탈리아 카프리오로 인 프란시아코르타 국제 콩쿠르, 2004년 이탈리아 프레미오 잔프란코 마시니 크레덤 국제 콩쿠르 등에서 1위를 휩쓸며 국내외에서 최고의 바리톤 유망주로 떠오르고 있다.

이번 공연에서는 이탈리아 출신의 쟈코모 자니(73)가 지휘를 맡은 것을 제외하고 최지형 연출, 안드레아 셰니에 역의 테너 김남두, 이정원씨, 제라르 역의 바리톤 한명원, 박경종씨, 맏달레나 역의 소프라노 김향란, 이지연씨 등 국내 스테프와 출연진으로 이뤄졌다. (02)580-1300.

정상영 기자 chung@hani.co.kr

프랑스혁명 실존인물 그려

작곡가 조르다노는 <안드레아 셰니에>를 발표하기 전까지는 거의 무명에 가까운 젊은 음악가였다. 그는 1890년 이탈리아 밀라노의 음악출판사 손죠노의 단막 오페라 공개모집에서 <마리나>를 응모했으나 일부 심사위원의 호평에도 불구하고 고배를 마셨다. 그러나 조르다노의 재능을 알아본 손죠노 사장이 후원자로 나서서 작곡 공부에 매진토록 뒤를 돌봐줌으로써 6년 뒤 결국 걸작 오페라 <안드레아 셰니에>의 탄생을 보았다.

오페라 <라보엠> <토스카>로 유명한 루이지 일리카의 대본을 바탕으로 만든 이 작품은 프랑스 대혁명을 배경으로 두 남녀의 사랑과 당시의 시대적 상황, 고뇌하는 지식인들의 심리, 계급간의 투쟁, 정치적인 음모와 모략 등 극적인 드라마가 격정적이고 아름다운 음악과 잘 어우러져서 1896년 3월28일 이탈리아 밀라노의 스칼라극장에서 초연 당시부터 평단과 관객들로부터 절대적인 지지와 사랑을 받았다. 초연 당시 테너 주세페 보르가티를 시작으로 엔리코 카루소, 베니아미노 질리, 마리오 델 모나코, 프랑코 코렐리 등 역대 이탈리아 명테너들이 안드레아 셰니에 역을 거쳐갔다. 특히 ‘쓰리 테너’로 불리는 루치아노 파바로티와 플라시도 도밍고, 호세 카레라스 등은 물론이거니와 최근에는 알라냐, 리치트라까지 당대 최고의 테너들이 안드레아 셰니에 역을 다투어 맡곤 했다.

이 오페라의 실존인물 안드레아 셰니에는 생전에 단 두편의 시를 발표했던 무명시인이었으나, 사후 25년이 지난 1819년 유가족들이 미발표 작품을 모아 시집으로 출판하면서 비로소 18세기 프랑스 문단의 위대한 시인으로 자리매김했다. 1막의 ‘어느날 푸른 하늘을 바라보며’와 4막의 ‘5월의 어느 아름다운 날처럼’은 실제로 안드레아 셰니에가 남긴 두편의 시에 곡을 붙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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