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문화 음악·공연·전시

‘마술피리’ 는 비밀결사단체 기밀누설?

등록 2005-10-19 17:36수정 2005-10-20 14:22

노승림의무대X파일 - 모차르트와 ‘프리메이슨’
모차르트와 비밀결사단체 프리메이슨의 관련설은 클래식 음악계의 가장 유명한 스캔들 중 하나이다. 이 스캔들은 모차르트가 마지막으로 남긴 오페라 <마술피리>에서 시작되었다. 오페라 전체에 가득 흐르고 있는 이국적인 신화와 의식, 그리고 이미지들은 <세토스>라는 소설에서 차용된 것이다. 프랑스의 철학교수 아베 장 테라송이라는 사람이 쓴 이 소설은 <마술피리>보다 반세기전부터 이미 세계 각국에 번역되어 널리 읽혀지고 있었기 때문에, <마술피리>는 당대 관객들로서는 그닥 새로울 바 없는 내용이었다.

프리메이슨단은 1717년 당대 건축업자들이 사회명사를 영입해 결성한 비밀결사단체였다. 교회와 국가는 당시 정치적으로 영향력이 커지고 있던 이 단체를 불순조직으로 간주, 단속하고 있었다. 한데 이 프리메이슨단은 이미 일찍부터 소설 <세토스>에 나오는 상징과 의식들을 비밀리에 행하고 있었다. 이들이 비공개로 활동한 까닭은 기독교 사회에서 이집트의 우상숭배와 같은 종교의식을 공개적으로 치를 수 없었기 때문이었겠지만, 여하튼 이러한 비밀주의는 사회적으로 적대감을 불러일으켰다. <마술피리>가 초연되기 2년 전 발발한 프랑스 혁명은 프리메이슨에 대한 군주들의 반목에 더욱 박차를 가했다. 대부분의 국왕은 그들을 프랑스 혁명의 주동자로 간주했다.

모차르트는 1784년 프리메이슨단에 가입했지만 그가 가입한 지부는 정치적으로 영향력이 미미했다. 후원자였던 요제프 2세가 사망하면서 경제적으로 난감한 상황에 봉착한 모차르트는 같은 프리메이슨 단원이며 마찬가지로 가난에 쪼들리고 있던 쉬카네더에게 “펜을 잡을 수 있다면 누구든지 쓸 수 있는 아주 조잡한 문장으로 이루어진” 대본을 받아 <마술피리>를 완성시켰다. 여기에서 이들은 프리메이슨단의 의식과 종교를 오페라에 담았다. 단원으로서 이런 일은 엄격하게 금지되어 있었지만 이미 이들은 프리메이슨단이 더 이상 비밀 운운할 것 없이 운명을 다했다고 판단했으며 실제로 <마술피리>가 상연된 지 1년도 채 안되어 1792년 오스트리아의 모든 프리메이슨단은 국가에 의해 강제해산되었다. 실상 모차르트와 쉬카네더는 열렬한 혁명분자는 아니었으며 무엇보다 돈이 궁했다.

1791년 9월 30일 프라이하우스 극장에서 초연된 <마술피리>는 이 극장에서만 1백회 연속으로 공연되는 등 모차르트의 오페라 가운데 대중적으로 가장 성공했다. 그러나 이에 따른 경제적인 부를 미처 누리기도 전에 모차르트는 병상에 드러누워 버렸다.

프리메이슨단의 의식을 오페라의 소재로 사용하고 스스로 단원이었다는 것을 인정한 탓에 모차르트는 죽기 직전까지 각종 시비에 휘말렸다. 심지어 교회들은 모차르트의 임종미사마저 거부해서, 콘스탄체는 “이런 비인간적인 사제를 불러오는 것 조차 무척 힘이 들었다”고 술회했다.

프리메이슨의 업보는 모차르트가 죽은 뒤에도 이어졌다. 프리메이슨의 독살설은 영화 <아마데우스>로 유명해진 살리에리의 독살설보다도 더 유명하다. 그들이 비밀의식을 세상에 공개한 대가로 모차르트를 처형 내지 독살했다는 주장은 모차르트 사후 몇백년에 걸쳐 주기적으로 꾸준히 제기되었다. 1958년에는 주검은커녕 무덤조차 안남은 모차르트의 사인에 대해 의학적 관점에서 의문이 제기되었고 혹자는 프리메이슨이 해체된 지 20년 뒤 정신병으로 사망한 쉬카네더조차 그들의 희생자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현대의학은 이러한 처형 및 음모설이 하나같이 근거없는 내용임을 밝혀주었다. 1984년 쟁쟁한 의학적 권위자들은 기록상에 남은 증상으로 미루어 모차르트의 사인이 연쇄구균 감염, 신부전, 기관지폐렴 및 뇌출혈 탓이며 이 중 독살과 관련된 증상은 전혀 없다고 발표했다.

노승림 공연 칼럼니스트/성남문화재단 홍보부 과



관련기사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문화 많이 보는 기사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1.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2.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3.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4.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5.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