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문화 음악·공연·전시

피를 향한 욕구, 인간을 향한 욕망

등록 2016-01-25 20:32

연극 '렛미인'. 사진 신시컴퍼니 제공
연극 '렛미인'. 사진 신시컴퍼니 제공
무대에 오르는 뱀파이어들

작년 초연 뮤지컬 ‘드라큘라’ 재공연
영화에서 연극무대로 옮긴 ‘렛미인’도

한겨울, 뱀파이어가 몰려온다. 오래된 서양 전설인데, 이만큼 많이 변주되는 게 신기할 정도이다. 삶과 사랑의 의미를 묻기에 좋은 소재인 때문일까.

먼저 미국 브로드웨이 작품을 수입한 뮤지컬 <드라큘라>(연출 데이빗 스완)가 23일 무대에 올랐다. 2004년 브로드웨이에서 초연됐으며, 한국에선 2014년 처음 무대에 올려진 뒤 이번이 두 번째다. 원작은 1897년작 동명소설(브램 스토커 지음)이다. 관심은 드라큘라 백작 역의 캐스팅일 터인데, 김준수와 박은석이 지난번에 이어 교대로 연기한다. 김준수는 여성적 느낌의 음색으로 드라큘라의 비극적인 삶을 연기한다. 드라큘라가 400년 동안 사랑했던 여인 ‘미나’ 역할은 임혜영이 연기한다. 드라큘라의 안타까운 사랑 이야기와 절규하는 노래가 무대를 가득 채우고, 회전무대가 좌우로 돌면서 보여주는 극적인 무대변화도 볼거리다. 그러나, 드라큘라의 사랑 이야기는 숙성되지 않은 듯하다. 비극적 종말로 여운을 남기면서 완성되지만, 미나를 향한 순수한 사랑과 영원한 생명이라는 헛된 욕망 사이에서 때로 방향을 잃는다. 예전에 죽은 부인과 같은 외모를 갖고 있어 미나와 사랑에 빠진다는 애초의 설정도 설득력이 부족하다. 공연 기간이 짧은데,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다음달 9일까지 이어진다. 아르(R)석 12만원.

뮤지컬 '드라큘라'. 사진 오디컴퍼니 제공
뮤지컬 '드라큘라'. 사진 오디컴퍼니 제공
뱀파이어(흡혈귀)의 사랑이라고 한다면, 뮤지컬과 같은 날 무대에 올려진 연극 <렛미인>(연출 존 티파니)이 더 높은 완성도를 자랑한다. 같은 이름의 영화(2008년 스웨덴 최초 개봉, 2010년 할리우드 리메이크)를 원작으로, 스코틀랜드 국립극단이 2013년 연극으로 만든 작품이다. 연극으로선 보기 드물게 외국 작품 원작을 그대로 재현하는 레플리카 공연이다. 학교에서 왕따를 당하면서 이혼한 어머니와 함께 살고 있는 ‘오스크’(오승훈, 안승균)는 어느날 동네 놀이터에서 신비한 소녀 ‘일라이’(박소담, 이은지)를 만난다. 동네에선 사람을 죽여 피를 뽑아가는 이상한 살인사건이 이어지고 있다. 오스카와 일라이 사이엔 소년, 소녀의 순수한 사랑이 싹트는데, 일라이가 수백년을 살아온 뱀파이어임이 점차 드러난다.

연극의 전개과 결말은 영화 내용 그대로이다. 일라이한테 한평생 헌신했지만 이제는 늙어버린 ‘하칸’(주진모)이 일라이에게 피를 빨리면서 죽어가는 모습에서 헌신적 사랑의 한 형태가 완성된다. 그러나 영화를 본 관객이라면, 연극과 영화를 비교하게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영화가 섬세함과 강력한 서사로 이미 한 영역을 구축했는데, 연극은 다른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묻게 된다. 다음달 28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 시제이(CJ)토월극장에서 이어진다. 아르석 7만7000원.

안창현 기자 blue@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문화 많이 보는 기사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1.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2.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3.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4.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5.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