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장 얼개 반년만에 급조
“일관된 컨셉 없고 제품기능 홍보 불과” 혹평
서울대 출신만 참여 뒷말도
“일관된 컨셉 없고 제품기능 홍보 불과” 혹평
서울대 출신만 참여 뒷말도
예향 광주가 왜 디자인 도시로 바뀌어야 하는가. 18일 광주 김대중 컨벤션 센터에서 개막한 1회 광주 디자인 비엔날레를 보며 남는 의문이다.
2년마다 열리는 미술잔치인 광주 비엔날레가 쉬는 격년마다 열리는 디자인 비엔날레의 창립 명분은 광주가 10년째 비엔날레를 치른 문화중심도시라는 것과 내년부터 디자인센터를 광주에 만든다는 계획, 두 가지다. 출범은 화려했다. ‘삶을 비추는 디자인 ’이란 주제 아래 본전시인 ‘미래인 삶’과 ‘아시아 디자인’ 전을 비롯해 7개의 특별전 등이 꾸려졌고, 34개 나라에서 530여 명의 디자이너가 참여했다. 디자인을 매개로 한 최초의 국제 종합전시라는 것을 시쪽은 누누이 강조했다.
하지만 올 2월 이순종 서울대 디자인학부 교수가 총감독을 맡은 뒤 불과 6~7 개월만에 급조된 전시장 얼개는 다분히 실망스럽고 안쓰럽다. 이 교수는 “인간의 삶 속으로 파고드는 디자인 개념들을 미래적 가치 측면에서 탐색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상업적인 견본시 전시장에 복잡하게 들어찬 여러 전시관들은 모호하고 방대한 주제를 제대로 소화하지 못했을 뿐 아니라 전시를 꿰는 일관된 컨셉이 드러나지 않는다는 지적을 받았다. 미학적 가치나 주제의식이 반영된 비엔날레라기보다는 제품 기능 홍보와 스타 디자이너 이름값에 초점을 맞춘 디자인 견본시에 불과하다는 평이다.
본전시인 ‘미래의 삶’전이나 ‘아시아 디자인’전은 주요 기업들의 호기심 디자인 난장이거나 이국적인 특산 디자인의 조합에 가까웠다. ‘미래의 삶’전에는 영국 시모어 파웰사의 수소연료 전기 오토바이인 이엔비 바이크, 섹시한 닛산 자동차의 컨셉트 카 트라이언트, 헬기와 배를 뒤섞은 ‘드래곤 플라이’, 온도에 따라 사람처럼 반응하는 시피유 테이블 등의 색다른 미래형 디자인들이 나와 눈길을 끌었지만, 관객의 동선이나 작품들의 배치 측면에서 첨단 제품 견본시와 차이점이 별로 없었다. 특히 세 개의 거대한 테이블에 잡다한 동남아, 중국, 일본, 한국의 전통 디자인 제품들을 늘어놓은 ‘아시아 디자인’ 전에는 혹평이 집중됐다. 명상을 떠올리게 하는 새 집 모양의 필리핀제 ‘지니 하바나 체어’, 작가 최정화씨의 키치적인 장난감 작업이나 금속제 소반, 일본의 다기, 인디아의 서민 침대 등이 두루 나왔지만, 후진 재료와 세련된 미감이 맥락 없이 뒤섞이면서 메시지가 없는 잡동사니 시장 같은 느낌만 주었다. 특별전에서는 젊은 디자이너들의 날선 디자인 개념들을 새롭게 엮은 ‘뉴웨이브인 디자인’ 전과 우리 주거공간이나 생활용품 디자인의 변천사를 짚어본 ‘한국의 디자인’ 전 정도가 주목된다. 특히 ‘뉴웨이브인 디자인전’은 이동식 자동차 주차타워를 통째로 들여와 여기에 도전, 자유 등의 8개 컨셉 디자인 산품을 배치한 구도가 보는 재미를 주었다는 평이다.
신설 비엔날레가 디자이너 명예의 전당을 고인이 된 미국 디자이너에게 헌정해 거액을 주고, 이탈리아 유명 디자이너 멘디니의 대형 조형물을 시청 앞에 세우고 점등식을 하는 등의 이벤트 작업은 전시의 내실에 비해 과포장이란 느낌도 줄 수 있다. 국내 디자인 계의 양대 산맥인 홍대 출신들을 배제하고 서울대 출신 디자인 인맥들만 주로 참여한 이 비엔날레는 국내 디자인 역량을 모으는 데 실패했다는 뒷말을 낳고 있기도 하다.
광주/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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