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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이십년간의 추적…선배와 후배 중 누가 더 잘할까

등록 2016-01-27 20:43

연극 ‘날 보러와요’ 20돌 공연
영화 <살인의 추억>(2003, 감독 봉준호)의 원작인 연극 <날 보러와요>가 초연 20주년을 맞아 중극장 무대에 올려졌다. 화성 연쇄살인 사건을 소재로 한 연극으로, 살인 사건의 긴장감과 현실 풍자가 잘 버무려져 관객의 꾸준한 사랑을 받아온 작품이다.

비가 내리는 날 밤, 라디오에서 모차르트의 레퀴엠이 흘러나오면 어김없이 살인 사건이 일어난다. 몇 달째 같은 수법의 잔인한 여성 연쇄살인 사건이 이어짐에도, 경찰의 수사는 제자리걸음이다.

이에 서울에서 자원해 내려온 ‘김 반장’(이대연, 손종학), 서울대 영문과를 졸업하고 이성복의 <남해 금산>을 읽는 시인 지망생 ‘김 형사’(권해효, 김준원), 걸핏하면 용의자를 때려 자백을 강요하는 ‘조 형사’(김뢰하, 이원재) 등 4명의 형사가 사건 수사에 나선다.

사진 프로스랩 제공
사진 프로스랩 제공
영화는 송강호와 김상경 등 두 배우가 이끌어 가지만, 연극은 4명의 형사들이 각각 다른 색깔과 접근법으로 범인을 추적한다. 김 반장이 부하 형사들에게 ‘인권수사’와 ‘과학수사’를 강조하는 대목에선 1996년 초연 당시의 분위기를 느끼게 한다. 결국 시인 지망생이 추적하는 쪽에서 범인의 윤곽이 드러나지만, 모두가 알듯, 결말에선 범인임이 분명한 용의자를 놓아줘야 한다. 김 형사를 짝사랑하는 다방 ‘미스 김’의 순수하고 애틋한 사랑이 관객들 마음의 빈자리를 채워준다.

영화 ‘살인의 추억’ 원작으로 유명
긴장감과 풍자·해학 잘 버무려져
‘초연부터 10년간 연출’ 김광림과
무대 거쳐간 배우들 한자리에
선배조-후배조 공연…또다른 재미

작품은 풍자와 해학이 살아있다. 언론의 과장보도로 경찰 수사에 혼선이 빚어지고, 경찰은 비슷한 놈이면 무조건 잡아들여 자백부터 받으려 한다. 긴장감을 한없이 몰아가지 않고 중간중간 풀어주는 우스갯소리도 있다.

사진 프로스랩 제공
사진 프로스랩 제공

연극은 1996년 2월 극단 연우무대가 대학로 문예회관 소극장(현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에 처음 올렸으며 그동안 15차례나 재공연됐다. 이번 무대는 희곡을 쓰고, 초연부터 약 10년 동안 연출을 맡았던 김광림 작가가 연출로 나섰으며, 지난 세월 이 연극을 빛내왔던 배우들이 다시 한자리에 모였다. 출연 배우는 선배와 후배 두 조로 나섰는데, 선배조(오비팀)에서 김 반장 역의 이대연은 이 연극 초연부터 함께한 배우다. 이제는 텔레비전이나 영화 쪽에서 활약해 대중에게도 낯익은 배우들이 다수 출연해 연극 무대의 재미를 선사한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는 지점이다. 20대에 대학로에서 연극 좀 봤던 40대 관객이라면 옛 추억을 떠올릴 것이다.

김광림 연출은 27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20주년을 맞아 무대에 다시 올릴 수 있어 한마디로 행복하다”며 “다만, 살인 사건의 수많은 피해자들이 아직도 고통받는 상황이 개선되지 않아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배우 권해효는 “30대에 했던 역할을 50대가 돼서 한다. 멋진 노년 배우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이날 저녁 공연에는 서울 대학로 출신의 많은 영화배우들이 무대를 찾아 연극을 관람했다.

다만, 소극장 연극을 중극장으로 가져온 탓인지 무대가 비어 보인다. 예전 공연을 기억하는 관객이라면 소극장 공연의 높은 밀도가 그리울 수도 있다. 20년 전 이야기라는 점에서 동시대성을 기대하기는 힘들다. 다듬고 다듬어온 연극이라 완성도가 높지만, 1990년대 당시의 파괴력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얘기다. 공연은 22일 시작돼 다음달 21일까지 서울 명동예술극장에서 이어진다. 아르(R)석 6만원, 에이(A)석 1만원.

안창현 기자 blu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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