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트현 첼로. 사진 금호아트홀 제공.
다루기 어렵지만 음색 ‘담백’
4일부터 한달간 ‘바로크 연주회’
이정란 거트현 첼로로 연주
조성현은 나무 플루트에 도전
4일부터 한달간 ‘바로크 연주회’
이정란 거트현 첼로로 연주
조성현은 나무 플루트에 도전
음악에서 바로크시대는 16세기 말에서 18세기 중엽까지 150년간을 말한다. 정치적으로는 절대왕정에서 계몽주의로 이행하는 시기다. 그 바로크시대의 현악기, 관악기 그리고 건반악기는 어떤 모습이었을까?
당시 바이올린과 첼로 같은 현악기에는 요즘처럼 쇠줄이 아니라 동물의 내장을 꼬아 만든 거트현을 썼다. 또 지금은 금속으로 된 플루트 몸체도 당시에는 나무로 만들었다. 피아노가 나오기 전까지 바로크시대 건반악기는 지금 피아노처럼 여리고 센 음을 내지 못하고 일정한 음만 낼 수 있는 하프시코드(쳄발로)였다. 이런 약점에도 바로크시대 악기로 연주하면, 바로크시대 레퍼토리 특유의 음색을 제대로 재현해낼 수 있다. 하지만 바로크 악기를 연주하기는 생각처럼 그리 녹록지 않다.
“저는 바로크 첼로 전공이 아닙니다만, 거트현은 매력적인 소리를 내기 때문에 바로크 레퍼토리 연주에 가장 이상적이에요. 그런데 그 소리를 내는 데까지 굉장히 힘들어요. 현 자체가 예민해 공주님 같다고 해야 할까요. 1~2분만 연습하면 소리가 반음 이상 내려가요. 한 악장 연주한 뒤 조율하고 한 악장 연주한 뒤 또 조율해야 하지요. 왼손으로 현을 짚을 때 쇠줄처럼 용이하지 않고, 줄이 탁탁 걸리기도 해요.”(첼리스트 이정란)
하지만 거트현을 사용하면 쇠줄을 쓰는 모던 첼로보다 소리가 담백하고 깊이 있고 따뜻한 음색을 낸다. 이정란(32)은 바로크 현악기인 ‘비올라다감바’에도 애착을 가진다. 조르디 사발이 영화 <세상의 모든 아침>에서 연주한 바로 그 악기다.
“비올라다감바는 비올라와 첼로 중간 크기로 배가 볼록하죠. 현이 대단히 많아 다루기 힘듭니다. 연주자는 조르디 사발이 거의 유일한 사람이죠. 레퍼토리가 새로 개발되지 않아 현대에는 잘 다뤄지지 않는데, 마음을 정화하고 도를 닦듯 수행해야 하는 악기죠. 특히 구전으로 전해온 마랭 마레의 ‘라 폴리아’는 멜로디가 아주 아름답습니다.”
이정란의 말처럼 다루기 어렵지만 아름다운 바로크 음악을 듣는 자리가 연속으로 세 번 마련된다. 한 달간 금호아트홀이 마련한 ‘우리 시대의 바로크’ 연주회로 젊은 연주자들이 참여한다.
4일 첫번째 무대는 바로크 바이올린의 젊은 거장 사토 슌스케(31)와 하프시코드 연주자 오주희(58)가 들려주는 바흐의 ‘바이올린과 하프시코드를 위한 소나타’ 전곡이다. 이어 18일 두 번째 무대는 첼리스트 이정란이 거트현 첼로로 바흐의 ‘무반주첼로모음곡’과 비올라다감바 명연주자였던 마랭 마레의 ‘스페인 라 폴리아’를 들려준다. 다음달 3일 마지막 무대는 플루티스트 조성현(25)이 바흐의 ‘플루트 파르티타’와 텔레만의 ‘플루트를 위한 환상곡 6번’ 등을 선보인다.
특히 조성현은 나무 플루트를 들고 연주한다. 플루트는 바로크시대에 가장 빛을 발하던 악기였고, 바흐를 중심으로 많은 플루트 레퍼토리가 있다.
“이번에 연주하는 나무 플루트는 바로크시대 원전악기인 트라베르소 플루트(Traverso Flute)가 아니라 완전히 나무로 된 모던 나무악기예요. 바로크 시대의 음악적인 색깔을 더 살리고 그때의 소리나 음악적 요소들을 조금이라도 더 보여 드리기 위해 나무 플루트를 연주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소리 자체도 금속악기와는 정반대이고 악기의 반응이나 테크닉도 달라서 긴장되는 동시에 무척 기대됩니다.” 조성현은 “오케스트라에서 고전곡을 연주할 때 가끔 다른 목관악기들과 조화롭게(Blending) 하기 위해 연주했던 적이 몇 번 있었는데, 리사이틀 전체에서 사용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손준현 기자 dust @hani.co.kr
왼쪽부터 나무 플루트와 금속 플루트. 사진 조성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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