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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존재만으로 고맙다, 조선의 꽃

등록 2016-02-03 19:04수정 2016-02-03 21:05

재일동포 사회의 구심점 조선학교 중등교육 70돌을 맞아 조선학교를 응원하는 ‘꽃송이 콘서트’가 이달 23일 서울에서 열린다. 사진은 요코하마조선초급학교 학생들이다. 천유귀 배우와 박영이 영화감독에게 조선학교는 “오늘의 저를 만든 곳”이며 “몸을 깎아서라도 지켜야 할 곳”이다. 사진 펀딩21 제공
재일동포 사회의 구심점 조선학교 중등교육 70돌을 맞아 조선학교를 응원하는 ‘꽃송이 콘서트’가 이달 23일 서울에서 열린다. 사진은 요코하마조선초급학교 학생들이다. 천유귀 배우와 박영이 영화감독에게 조선학교는 “오늘의 저를 만든 곳”이며 “몸을 깎아서라도 지켜야 할 곳”이다. 사진 펀딩21 제공
재일 조선학교 출신 예술인들 공연

어렵게 지켜낸 조선학교 70년
현재도 일본내 차별로 어려움
졸업생들 서울서 ‘꽃송이 콘서트’
‘당당한 조선사람’의 삶 무대로
“조선학교를 안 다녔으면 현재의 저는 없었을 거예요. 저의 뿌리를 가르쳐준 곳입니다. 우리 조선학교는 일본에서 우리말과 우리글, 민족성을 배우며 느끼는 ‘재일동포의 큰집’입니다.”(재일동포 3세 배우 천유귀)

“조선학교가 있었기에 재일동포의 오늘도 있습니다. 제 몸을 깎아서라도 지키고 발전시켜야 하는 중요한 곳입니다.”(재일동포 3세 영화감독 박영이)

재일동포 3세 배우 천유귀. 사진 천유귀 제공
재일동포 3세 배우 천유귀. 사진 천유귀 제공

재일 조선학교 중등교육 실시 70주년을 맞아 조선학교를 졸업한 동포 예술인들이 참여하는 ‘꽃송이 콘서트’가 이달 서울에서 열린다. 조선학교를 응원하는 무대에는 뮤지컬 배우 김승락, 정아미, 천유귀를 비롯해 싱어송라이터 화순, 영화감독 박영이가 참여하며 음유시인 이지상도 특별손님으로 나선다. 동포 예술인들은 콘서트에서 ‘당당한 조선사람’으로 살아가는 자신들의 사연을 공개한다. 천유귀 배우와 박영이 감독을 전자우편으로 미리 만났다.

“우리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일제 식민지의 어려움을 거치며 목숨 바쳐 우리 학교를 지켜주셨어요. 제가 <난타> 공연을 하면서 한국에서 2년 살았는데, 한국 분들이 우리의 현실을 몰라 정말 슬펐어요. 이번 콘서트를 통해 우리의 존재, 우리 학교의 존재를 알리고 싶어요. 그리고 나 자신이 일본에서 나서 자라도 조선민족의 대를 잇겠다는 결심을 더 깊이 다질 기회가 됐으면 합니다!”

재일동포 3세 영화감독 박영이. 사진 박영이 제공
재일동포 3세 영화감독 박영이. 사진 박영이 제공

고베조선고급학교를 나온 천유귀의 표현대로 조선학교는 많은 동포에게 ‘큰집’ 같은 존재다. 조선학교의 ‘조선’은 국적이 아니다. 일본 정부는 1945년 패전 뒤 조선사람들의 일본 국적을 박탈하고 편의적으로 ‘조선적’으로 등록하게 했다. 따라서 ‘조선적=총련계’라는 등식은 성립하지 않는다. 1945년 일본 내 조선사람들은 우리말을 되찾기 위해 ‘국어 강습소’를 설치했다. 미군정과 일본 당국은 강제 폐교조처에 나섰지만, 동포들이 이에 맞서 이겨낸 결과가 조선학교다. 현재 조선학교는 유치원 38곳, 초급부 53곳, 중급부 33곳, 고급부 10곳, 대학교 1곳, 병설학교 64곳에 학생은 약 8000여명이다.(지구촌동포연대 엮음 <조선학교 이야기>)

지금 조선학교에는 한국 국적자가 50%를 넘는다. 누가 뭐래도 민족교육과 동포사회의 튼실한 구심점이지만 조선학교는 어려움에 처해 있다. 일본의 아베 정부와 자치단체들이 2014년 유엔의 인종차별 철폐 권고를 무시하고 조선학교 고교 무상화 제외와 보조금 지급 중단에 나섰기 때문이다.

가나가와조선중고급학교와 도쿄조선대를 나온 박영이 감독은 일본사회의 차별에 대해 우려했다. “후배 여학생이 학교에 가는 길에 폭행을 당해 입원했습니다. 우리 학교 학생들은 고교 무상화에서 제외되고 ‘헤이트 스피치’(특정 인종·종교에 대한 증오 선동 발언) 위협 속에서 삽니다.” 박 감독은 ‘치마저고리 폭행사건’을 다룬 단편영화 <걸치다>로 제5회 후쿠미영화제에서 대상을 받은 바 있다.

조선학교 출신 예술인의 ‘꽃송이 콘서트’는 단편영화 <조선의 아이들>(1955)로 1부를 시작한다. 1952년 도쿄시교육위원회의 조선학교 폐교결정을 배경으로 민족교육의 억압과 차별의 역사를 되새김질한다. 이어 참가 예술인들이 조선학교에서 부르는 대표적 노래 ‘저고리’, ‘바다가 보이는 교실’ 등을 들려준다. 2부에서는 영상 <비탈길 오를 때면>에 이어 ‘너희들의 가방안에’ 등 동포들의 애창곡을 부른다. 크라우드펀딩 사이트 ‘펀딩21’(funding21.com)에서는 ‘꽃송이 콘서트’ 공연과 기념음반 제작비 마련을 위해 이달 18일까지 모금을 진행한다. 공연은 이달 23일 서울 서강대 메리홀 대극장.

손준현 기자 dus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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