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엠제이플래닛 제공
[리뷰] 창작뮤지컬 ‘스페셜 딜리버리’
40대 여가수와 10대 가출소녀
상대 통해 삶의 의미 깨달아
40대 여가수와 10대 가출소녀
상대 통해 삶의 의미 깨달아
서울 대학로 무대의 뮤지컬은 ‘멋진 남자 배우 - 젊은 여성 관객’의 공식이 지배적이다. 심지어 남자 배우 둘만 나오는 뮤지컬도 여럿이다. 그런데, 여자 배우가 ‘여자 이야기’를 갖고 무대에 올랐다. 지난해 한국문화예술위원회(문예위)의 창작공연지원사업(창작산실)에서 대본 공모에 당선돼 처음으로 무대에 올려진 뮤지컬 <스페셜 딜리버리>(작·연출 오미영)이다.
젊은 시절 가요계를 주름 잡았지만 지금은 마흔두 살의 한물 간 여가수 ‘정사랑’(구옥본)은 어느날 산부인과 화장실에서 열여덟 살의 가출 소녀 ‘강하리’(최보영)를 우연히 만난다. 그런데 아프리카 신을 내려받은 무당 ‘도라도라’(김성현)가 두 사람의 영혼을 맞바꿔버린다. 폐경을 앞두고 엄마가 되고 싶은 정사랑과, 조건만남을 통해 생겨난 아이를 지우고 싶어하는 강하리는 상대편의 몸으로 살면서 새로운 체험을 하게 된다. 5개월 된 아이는 어떻게 될까. 참고로, 제목의 딜리버리는 ‘배달’이 아니라 ‘출산’을 뜻한다.
사실 ‘영혼 뒤바뀜’이라는 소재는 이제 영화와 드라마에서 흔하다. 그러나 이 작품은 다른 삶을 사는 다른 두 여성이 상대의 처지에서 생각하고 체험하게 되면서 삶의 의미를 새로 깨닫게 되는 장치로 쓰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힘든 처지에 놓인 두 여자는 서로를 이해하고 연대하게 된다. 평범하게 살고 싶다, 비데가 따뜻하게 안아준다, 우리 함께 낳아 키우자 등 뭉클한 대사도 등장한다. 무대배경도 플라스틱 소쿠리를 청사초롱처럼 꾸미는 등 생활 속 소품들을 들여와 거품을 뺐다.
다만, 초연 무대로 극 전개가 조금 더 다듬어져야 하고, 안무와 노래에도 좀더 노력이 필요하다고 느낄 관객도 있을 것이다. 가출소녀이 가정폭력과 조건만남 등 사회의 폭력에 노출돼 있다는 설정은 사실성을 획득하고 있지만, 일부 대목에선 어려운 문제에 정면대응 하기보다는 살짝 피하는 듯한 인상도 준다. 문예위 창작공연지원을 받아 1~3월 잇달아 무대에 오르는 5편 중 두번째 작품이다. 오는 14일까지 서울 대학로 동숭아트센터 동숭홀에서 이어진다. 아르(R)석 5만원. 문의 (02)2278-5741.
안창현 기자 blu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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