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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잡담 넘치는 연극판에 저항하라”

등록 2016-02-11 18:55수정 2016-02-11 18:55

이윤택. 사진 탁기형 선임기자 <A href="mailto:khtak@hani.co.kr">khtak@hani.co.kr</A>
이윤택. 사진 탁기형 선임기자 khtak@hani.co.kr
‘문제적 인간’ 이윤택 연출가 인터뷰

“세상진단 담론 사라지고 즉설만
궁핍·소외 견디는 문화운동 필요”
이윤택의 연극 <문제적 인간 연산>은 ‘문제적’이다. 난세에 왕에 오른 연산은 기득권세력인 신료들과 맞서 개혁을 펼치고 싶지만 용기가 없다. 하지만 억울한 어머니의 죽음을 안 뒤, 피비린내 개혁 또는 살육극을 벌인다. 부모의 죽음을 안 ‘햄릿’이며 칼을 휘두르는 ‘맥베스’다. 연산이 문제적인 까닭은 개혁을 생각했으되, 방법과 의지가 약했기 때문이다. 잔인한 폭군과 감수성 깊은 시인의 두 모습이다.

이윤택은 시인이었다. 시집 <우리는 지금 제네바로 간다>(1988)를 보면 “1952년 부산 출생, 경남고 졸, 드라마센터 서울연극학교 중퇴, 1972~74 부산서 소극장운동, 우체국 직원·한일합섬 견습기사·한전 사원을 거쳐 1979년 방송통신대 초등교육과 졸업”이라고 자신을 소개한다.

그의 이메일 주소는 ‘검은 햄릿’(blackhamlet)으로 시작한다. 난세를 짊어진 햄릿의 검은 숙명을 자신에게 덧씌웠다. 1980년대를 다룬 연극 <시민K>에서 혁명적 지식인들에겐 기회주의자로 몰리고, 검열관에겐 순수문학을 강요당하며, 동료로부터는 배신당하는 회색분자 K가 곧 이윤택이다. 거리패 30년은 끊임없이 문제작을 만들어온 ‘문제적 인간 이윤택’ 30년이기도 하다. 최근 서울 게릴라극장 2층에서 그를 만났다.

그의 스승은 3명. 오태석은 1972년 서울연극학교 시절 담임. 극단을 만들 때 롤모델도 오 선생의 <춘풍의 처>로, 전통의 현대화를 배웠다. 그 다음 임진택의 <밥>. 일인다역을 소화하는 브레히트 서사극을 한국 마당극으로 풀어냈고, ‘유격적 감수성’으로 1980년대를 표현한 걸작이었다. 그 다음 민속학자 심우성. “이군, 굿은 바로 우리 연극이야”라고 강조했다. 이윤택은 심 선생의 인형극 <문>과 <쌍두아>를 초청해 직접 배우기도 했다.

이윤택은 세상에 대해 할 말이 많다. “21세기는 세속화의 시대다. 세상을 진단·전망하는 담론은 없고, 개인적인 세론(世論)과 잡담만 넘친다. 말초적인 즉설만 무성하기는 연극과 문학판도 마찬가지. 국공립 공연단체들은 중산층을 위한 웰메이드 공연만 만들 뿐 진지하거나 도발적인 연극은 밀려난다.”

그래서, 무엇을 할 것인가? “첫째, 세속화에 저항하라! 상상력과 삶의 내용으로 승부를 겨뤄야 한다. 이양구, 김은성, 오세혁, 이경성 같은 젊은 연극인들이 그렇다. 그러려면 궁핍과 소외를 견뎌내는 소집단 문화운동이 필요하다. 둘째, 담론을 만들어라! 다양한 창작극은 물론 그리스비극, 셰익스피어, 괴테, 브레히트, 하이네 뮐러를 통해 새 형식을 만들어야 한다. 정치의식은 좋지만 정치적인 스토리텔링을 넘어 미학적 형식이 필요하다.”

손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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