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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서른 연희단거리패, 잔치는 시작됐다

등록 2016-02-11 18:58수정 2016-02-11 22:34

창단 30돌 맞아 전면 개편
연희단거리패가 창단 30돌을 맞았다. 부산 가마골소극장에서 시작해 서울 게릴라극장과 밀양연극촌을 넘나들며 한국 연극의 판을 키운 30년이었다. 서울과 변방, 전통과 현대, 한국과 세계라는 경계를 허문 30년이었다. 허문 경계에 연극의 꽃을 피운 30년이었다. 남사당패 우두머리를 뜻하는 ‘꼭두쇠’ 이윤택이 없었다면 불가능했다. 거리패는 서른 살을 맞아 새로운 도전에 나선다. 거리패의 고정레퍼토리 전용극장을 개설하는 한편, 문을 닫았던 가마골소극장을 부산에 다시 개관한다. ‘서른, 잔치는 끝났다’지만, 거리패엔 ‘서른, 잔치가 시작됐다’.

1986년 부산, 거리패 탄생

연희단거리패는 1986년 7월 부산 광복동에서 태어났다. 가마골소극장도 동시에 문을 열었다. 보잘것없었다. 용두산 아래 30평(99㎡) 노후건물에다 보증금 100만원에 월세 10만원. 이윤택이 6년6개월 일한 <부산일보> 퇴직금 660만원을 탈탈 털었다. 단원은 박은호, 배미향, 이유리, 이정허 스님, 김미경에다 부두극장 출신 박지일, 김광보(현 서울시극단 예술감독) 등 12~13명. ‘천만 배우’ 오달수는 1990년 초 들어왔다.

첫 작품 <푸가>에 이어 <히바쿠샤> 등이 연이어 올라갔다. <푸가>는 윤대성 작 <미친 동물의 역사>가 원작으로, 시인이 정체 모를 정보기관에 끌려가 죽은 사건을 다뤘다. 이윤택은 당시 문인 시국선언에 연루돼 경찰 조사를 받았다. 그 뒤 전경들이 건빵을 씹으며 극장을 들락거렸다. 1987년 6월항쟁 때는 대학생들이 가방을 극장에 맡기고 시위하러 갔다.

이윤택은 배우들을 ‘체포’하러 시위 현장을 찾곤 했다. “자, 공연 얼마 안 남았는데 연습해야지!” 이윤택이 전 과정을 주도하는 거리패는 말과 몸의 결합, 전통굿의 신명을 바탕으로 폭발적인 에너지를 분출했다.

전통굿 신명의 사회극 큰 반향
대학로 입성뒤 ‘부산발 연극 태풍’
한국연극 판 키운 ‘문화 게릴라’

가마골소극장 부산에 재개관
고정레퍼토리 전용극장도 새로

1988년 서울, 대학로 입성

1988년 서울 대학로에 ‘부산발 연극 태풍’이 거세게 몰아쳤다. 거리패가 바탕골소극장에서 <산씻김>을 올리자마자 논란이 불붙었다. 원작자는 “내 작품이 아니다”라고 혹평했다. 하지만 신현숙 평론가는 “언어 중심에서 벗어나 소리, 빛, 몸이 종합된 무대”라고 평가했다. 이듬해 거리패는 <시민K>를 대학로에 올렸다. 1980년 광주의 아픔을 배경으로 지식인의 고뇌를 다뤘다. 반향은 엄청났다. 영희연극상을 받고 앙코르 공연으로 이어졌다. 거리패는 <시민K> 이후 <바보각시>, <우리 시대의 리어왕>, <허재비놀이>, <원전유서> 등의 사회극을 발표했다. 이윤택은 이를 ‘서사적 리얼리즘’이라고 불렀다. 전통과 현대가 만나고(오구, 바보각시, 느낌 극락 같은, 시골 선비 조남명, 아름다운 남자), 해외와 한국이 만나는(햄릿, 허재비놀이, 억척어멈과 그의 자식들, 코마치후덴, 피의 결혼, 오이디푸스, 오레스테스 3부작) 작업도 계속했다. 거리패 30년은 서울과 지역, 전통과 현대, 원작과 재구성의 경계를 넘나든 ‘문화게릴라’ 30년이었다.

1999년 밀양, 연극촌 건설

1999년 연극 <어머니> 공연 뒤 밀양시의 지원으로 밀양연극촌을 건설했다. 부북면 폐교터 5000평(1만6528㎡)에 세운 연극촌은 2000년 이후 이윤택의 ‘문화게릴라’ 작업을 구체화한 거점이다. 밀양여름공연예술축제를 15년째 이어가면서 공연은 물론 젊은 연출가들을 속속 발굴했다. 무엇보다 연극촌은 거리패가 ‘배우를 탄생시키는 곳’이다. 일단 훈련을 수료해야 정단원이 된다. 기본 훈련 한 달, 작품 훈련 석 달, 두 작품을 더하면 여섯 달. 여름축제인 밀양연극제를 마치는 8월이 되면 비로소 정단원이다. 아침 7시에 일어나, 오전엔 신체·이론공부, 오후엔 소품 제작 등 노동, 밤 11시까지 연습. 식사는 물론 모든 게 자급자족이다. 김소희 거리패 대표는 “일본 도쿄대 학생들이 와서 거리패를 ‘이상주의 연극공동체’라고 불렀다”고 했다.

2016년, 30살 거리패의 변신

60여명이 공동생활하는 ‘이상주의 연극공동체’ 연희단거리패가 30돌을 맞아 전면 개편한다. 현재는 서울 게릴라극장과 밀양연극촌 중심으로 운영한다. 하지만, 오는 9월 서울 성균관대 끝머리에 ‘연희단거리패 삼공스튜디오’를 연다. 거리패의 고정레퍼토리를 금·토·일요일 상설공연하고, 나머지 기간엔 훈련과 공부 공간으로 쓴다. 삼공스튜디오와 밀양연극촌은 거리패가 그대로 운영한다. 전용극장이던 게릴라극장은 젊은 연극인들한테 개방해 기획·대관극장으로 운영한다. 게릴라극장에서는 거리패 30돌 기념 공연도 올린다. 12~28일 <방바닥 긁는 남자>, 4월22일~5월15일 <벚꽃동산> 등이다. 이윤택은 ‘거리패가 태어난 곳’ 부산으로 돌아간다. 2013년 운영난으로 문을 닫았던 가마골소극장을 7월 부산 기장에 다시 개관한다. 서울과 밀양은 거리패, 부산은 이윤택이 맡아 독립채산제로 운영한다. 손준현 기자 dust@hani.co.kr, 사진 연희단거리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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