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문화 음악·공연·전시

‘필청 리스트’ 오를 북유럽의 소리, 닐센 교향곡

등록 2016-02-16 19:12수정 2016-02-17 00:56

덴마크 작곡가 카를 닐센
덴마크 작곡가 카를 닐센
서울시향, 닐센 3번 ‘확장’ 첫 연주
소프라노·바리톤 참여 독특한 편성
가사 없는 발성으로 악기느낌 살려
교향악 애호가들이라면 서울시립교향악단의 오는 19일 연주 프로그램을 보며 슬며시 미소 지었을지 모르겠다. 덴마크 작곡가 카를 닐센(1865~1931)의 교향곡 3번 ‘확장’(지휘 스테판 애즈버리)을 드디어 감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닐센은 시벨리우스와 더불어 북유럽 교향악 작곡가로서 빼놓을 수 없는 이름이다. 그러나 국외 유수의 오케스트라들이 닐센의 교향곡을 빈번히 연주하고 녹음하는 데 반해, 국내에서는 좀처럼 실연으로 듣기 어려웠다. 서울시향이 이 곡을 연주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 아직 만나지 못한 걸작들 10여 년 전까지만 해도 소수의 고전주의 교향곡 사이를 맴돌던 국내 교향악단들의 레퍼토리는 최근 수년 사이 급진적이라 할 만큼 빠르게 다양화됐다. 시대적으로는 낭만·후기낭만주의, 현대까지 폭이 넓어졌다. 연주상의 어려움 때문에 실연이 드물었던 말러, 브루크너, 바그너,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등의 대곡은 물론 일반인들에게 덜 친숙한 작곡가들의 작품들, 특이한 악기 편성의 곡들도 예전에 비해 선곡 빈도가 높아졌다. 1999년부터 4년간 부천 필이 작심하고 도전했던 말러 교향곡은 이제 대부분 악단의 주요 레퍼토리가 됐을 정도다.

이런 변화에도 불구하고 독일계 레퍼토리 편향은 여전히 강하다. 다양한 국적의 걸작들이 고루 한국 청중의 귀에 닿지는 못하고 있다. 그렇기에 지난해 핀란드 작곡가 장 시벨리우스 탄생 150주년을 맞아 수원시향(지휘 김대진)이 완주한 시벨리우스 교향곡 전곡은 의미 있는 시도였다고 할 만하다. 다만, 시벨리우스와 같은 해에 덴마크에서 태어난 북유럽의 또 다른 거장 작곡가 닐센의 교향곡이 전혀 조명받지 못한 것은 아쉬운 일이었다.

■ 오케스트라와 두 명의 성악가 덴마크 작곡가 닐센의 교향곡들은 왠지 북유럽의 산업 디자인을 연상시킨다. 단순하지만 기발한 기능, 깔끔하게 떨어지는 직선 형태와 ‘쨍’한 색상 대비가 그렇다.

마치 기관총을 쏘듯 강렬한 연타로 도입하는 닐센의 ‘교향곡 3번’은 오케스트라에 소프라노, 바리톤 가수가 더해진 독특한 편성이다. 1악장은 일반적인 교향곡처럼 흐르지만, 2악장 후반부부터 사람의 목소리가 끼어든다. 가사가 없이 “아~”라는 발성으로 노래하는 보칼리즈다. 여기서 목소리는 오케스트라의 다른 악기들처럼 기악적으로 다뤄진다. 여러 기악 성부들이 제창하듯 한 음을 내거나 짧은 음가를 반복해 추진력을 강화하기도 한다. 음향적 여백이 많은데, 독일 관현악곡들의 고밀도 음향과는 또 다른 상쾌함이 귀를 만족시킨다.

닐센은 시벨리우스, 그리그처럼 국민악파 작곡가들과 동시대를 살았지만 한데 묶기는 어렵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민속음악적인 어휘보다는 자신만의 독창적인 음악 어휘들을 사용했고, 사상적으로도 민족주의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이번 연주회에서 서울시향을 이끄는 스테판 애즈버리는 현대음악 해석에 있어 탁월한 명성을 지닌 영국 출신 지휘자다. 그는 닐센의 <교향곡 3번> 외에 버르토크의 <놀라운 만다린 모음곡>과 쇼스타코비치의 <피아노 협주곡 2번>도 함께 지휘할 예정이다.

김소민 객원기자 somparis@naver.com

위키피디아(카를 닐센) 갈무리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문화 많이 보는 기사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1.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2.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3.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4.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5.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