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지영. 사진 부천필하모닉오케스트라 제공
부소니 콩쿠르 1위 국내파 문지영
심사위원들 “아름다운 영혼”
26일 부천필과 국내 첫 협연
심사위원들 “아름다운 영혼”
26일 부천필과 국내 첫 협연
부조니 콩쿠르 1위 문지영(21)은 지난해 9월 결선을 앞두고 스승 김대진 교수의 문자메시지를 받았다. “욕심 내지 말고 음악에만 집중해라.” 무대에 오르자, 콩쿠르라는 생각을 아예 잊었다. 늘 두려움의 대상이던 심사위원들도 그날만큼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이탈리아 출신의 세계적인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 페루치오 부소니(1866~1924)를 기리기 위해 만든 부소니 콩쿠르는 1위를 쉽게 허락하지 않는다. 1949년 1회부터 3회까지 ‘1위 없는 2위’가 우승했고, 2001년 이후 격년제로 바뀐 이후 단 3명에게만 1위를 안겼다.
문지영이 콩쿠르 1위 이후 처음으로 국내협연에 나선다. 오는 26일 박영민이 지휘하는 부천필하모닉오케스트라와 라벨의 ‘피아노협주곡 사장조’를 연주한다. 지난 19일 서울 서초동에서 그를 만났다. 2학년에 재학중인 코앞의 모교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온 그는 여느 대학생처럼 수수한 옷차림이다. 인터뷰 내내 자주 웃었다. 맑은 웃음이다.
“음악적 지향이 뭔가요?” 문지영은 대답 대신 피아니스트 그리고리 소콜로프 얘기를 꺼냈다. “얼마 전 인터뷰를 보니까 ‘음악이 말로 표현된다면 왜 음악이 필요하겠어요?’라고 하더군요. 음악가는 음악으로 말하고, 음악을 하면 행복하니까 하는 거잖아요. 음악으로 다른 걸 이루겠다는 욕심 없이 음악을 그대로 담아내고 싶어요.” 우문현답이다.
부소니 콩쿠르 심사위원들이 문지영을 “아름다운 영혼”(beautiful soul)이라고 부른 이유를 알겠다. 그는 소콜로프가 연주하는 슈베르트의 ‘즉흥곡’을 특히 좋아한다. “들으면 경건해지고 눈물이 나는 거에요.” 마리아 조앙 피레스의 모차르트 피아노협주곡도 대학 2년간 열심히 들었다. “영혼을 담아 연주하는 느낌이었어요.”
문지영은 순수 국내파다. “한국에 클래식이 들어오고 선생님 세대 때부터 시작한 노력이 이제 꽃을 피우기 시작했다고 봐요. 유학을 가지 않아도 공부할 수 있게 됐잖아요. 현악 파트에는 유럽, 아시아에서 공부하러 옵니다.”
문지영의 고향은 물빛 고운 여수다.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일주일에 한번씩 서울을 오가며 레슨을 받았다. 중학교 2학년 때 저소득층 청소년을 대상으로 유명 연주자한테 레슨받을 기회를 주는 ‘아트드림 콩쿠르’에서 우승했다. 그때 김대진 교수를 처음 만났다. 인생을 바꾼 ‘꿈의 사다리’였다.
문지영은 지난해 콩쿠르 우승 뒤 ‘피아노 없는 피아니스트’라는 음악 외적인 관심을 받았다. 그가 밝힌 내용은 달랐다. “어머니가 교회에서 음악반주를 위해 피아노를 샀다가 제가 어릴 때 팔았어요. 그리고 9살 생일 선물로 피아노를 받았어요.”
문지영의 올해 연주일정은 쉴 틈 없이 빼곡하다. 부조니 콩쿠르 쪽에서는 우승자에게 2년 동안 연주기회를 준다. 7월 멕시코, 9월 페루 투어가 예정됐고, 4~7월 한 달에 한번 꼴로 이탈리아, 덴마크, 오스트리아 연주를 갖는다.
손준현 기자 dus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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