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브르의 음악가들’의 지휘자 마크 민코프스키. 사진 한화클래식 제공
1982년 시대악기 연주단체인 ‘루브르의 음악가들’이 창단했다. 바로크 시대의 레퍼토리를 원래 모습에 가깝게 연주하는 게 창단 목적이다. 시대악기는 작곡 당시 쓰였던 악기를 말하며, 흔히 고악기로도 부른다. 이들은 바로크, 고전주의와 낭만주의 음악을 현대적인 감각으로 연주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바로크 음악으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기 시작한 ‘루브르의 음악가들’은 1992년엔 프랑스 베르사유 궁전에서 시작된 바로크 음악축제에서 글루크의 오페라 <아르미드>를 연주했다. 1993년 음반에 수여하는 ‘그래모폰 상’을 받았고, 2005년엔 프랑스 출신 앙상블로는 처음으로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축제에 초대됐다. 이들은 2007년 영국 로열 앨버트홀 연주에 나섰는데, 당시 일간지 <가디언>은 “세계에서 가장 훌륭한 오케스트라 중 하나”라고 극찬했다.
스무살에 ‘루브르의 음악가들’을 창단한 이가 바로 지휘자 마크 민코프스키(54)다. 원래 바순 주자였던 그는 여러 단체에서 바순을 연주하며 바로크음악, 특히 프랑스 음악 해석에 두각을 나타냈고 곧 지휘자로 나섰다. 이후 바로크 음악과 19∼20세기 음악을 아우르며 전방위 음악가로 명성을 떨치고 있다. 그는 이제 ‘프랑스 바로크 음악의 거장’으로 통한다.
민코프스키가 이끄는 ‘루브르의 음악가들’이 곧 한국 무대에 선다. 그동안 이탈리아와 독일 바로크에 가려 주목받지 못했던 ‘프랑스 바로크 음악’에 대한 기대를 일깨운다. 이들은 이미 앨범을 통해 프랑스 바로크 작곡가 륄리나 라모, 마레 등을 재조명했다.
이탈리아에서 태어나 프랑스에서 궁정 작곡가로 활동한 륄리는 프랑스 그랜드 오페라의 창시자다. 루이 14세의 궁정 연회를 위해 고전희극과 발레, 음악을 결합한 ‘코미디 발레’라는 새로운 양식을 만들기도 했다. 륄리와 루이 14세의 만남은 영화 <왕의 춤>에도 나온다. 10대 초반의 왕은 륄리가 작곡한 무곡에 맞춰 춤을 춘다.
라모는 바로크 시대 초기 륄리가 확립한 프랑스 오페라, 발레 양식을 발전시킨 작곡가다. 륄리 이후 프랑스가 낳은 가장 위대한 오페라 작곡가로 불린다. 이전까지 내려오던 음악이론과 작곡의 실제를 체계적으로 정리한 그의 이론서와 기악 음악 작곡기법은 후세 이론가와 작곡가들에게 큰 영향을 줬다.
이번 한국공연에선 라모의 ‘상상 교향곡’과 독일 작곡가 글루크의 발레음악 ‘돈 주앙의 향연’, 멘델스존 교향곡 3번 ‘스코틀랜드’, 슈베르트 교향곡 9번 ‘그레이트’를 세번에 걸쳐 선보인다. 이 가운데 라모의 ‘상상교향곡’은 민코프스키가 라모의 11개 오페라에서 발췌한 관현악곡을 모은 작품이다.
특히 민코프스키는 우리시대 최고의 라모 해석가로 이름을 떨쳤다. 그리고 프랑스 음악의 정수인 춤을 다룬 발레음악에 정통하다. 민코프스키와 ‘루브르의 음악가들’은 2013년 성남아트센터에서 단 1회 공연으로 한국팬들에게 많은 아쉬움을 남겼다. 이번 무대는 한화그룹이 주최하는 클래식 공연 브랜드 ‘한화클래식’의 2016년 무대다. 공연은 3월5∼6일 서울 예술의전당, 8일 대전예술의전당에서 열린다. 1544-1555.
손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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