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의 음악인 딥플로
2015년은 힙합의 해였다. 29일 가수 김씨(김C)의 사회로 구로아트밸리에서 열린 ‘한국대중음악상 2016’ 시상식에서 올해의 음반은 이센스의 <디 애닉도트>(The Anecdote)가, 올해의 음악인은 딥 플로우가 수상했다. 모두 랩 앤 힙합 부문의 음반과 뮤지션이다.
<디 애닉도트>가 후보에 오를 때부터 많은 이들의 관심이 집중되었다. 이센스(강민호)는 지난해 대마초 흡연으로 실형을 선고받고 현재 복역 중이다. 앨범은 이센스가 복역 중인 상황에서 발매되었다. ‘자기저술’이라는 앨범의 제목에 맞게 자신의 지나간 과거를 읊는 앨범은 주제적 완성도와 이센스가 직접 프로덕션을 맡은 제작의 완성도 면에서 모두 힙합 매니아들의 열광을 얻어냈다. 앨범은 1만 8천장이 팔리며 화제성 못지않게 대중성에서도 합격점을 받았다. 선정위원회 쪽은 “절정의 랩과 탄탄한 프로덕션이 이루어진 앨범”이라고 시상 이유를 밝혔다.
지난해 인터넷 힙합 매거진 리드머와 힙합엘이, 음악 전문 웹진 웨이브(weiv) 등 음악전문지들이 공통으로 올해의 앨범으로 선정했다. 이센스는 올해의 랩 앤 힙합 음반 상도 수상하며 2관왕이 되었다.
올해의 음악인은 딥플로우가 받았다. 딥플로우는 최우수 랩 앤 힙합 노래상을 ‘작두’로 수상하기도 했다. 두 번 오른 수상 무대에서 모두 딥 플로우는 “딥 플로우를 잘 모르시겠지만…”라는 말을 했다. 그를 ‘격하게’ 환호해준 건 힙합 크루들이었다. 딥 플로우는 지난해 낸 <양화> 앨범에서 주류 문화에서 소비되는 힙합을 향해 포문을 열었고, 완성도 높은 앨범으로 그 시도를 의미 있게 만들었다. 딥 플로우는 ‘TV 힙합’의 다른 편에서 2015년을 자신의 해로 만들었다.
올해의 노래는 빅뱅 ‘베베’가 선정됐다. 빅뱅은 최우수 팝노래에서는 ‘루저’로 수상하기도 했다. 빅뱅은 네티즌의 올해의 음악인 그룹 부문 수상자이기도 해, 최다 부문 수상자가 되었다. 지난해 결성 만 10년 맞았던 빅뱅은 월드투어를 마치고 끝으로 3월4일~6일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 콘서트를 남겨두고 있다. 지난해 두 개의 타이틀을 넣은 네 개의 미니앨범 <엠>(M) <에이>(A) <디>(D) <이>(E)을 5월부터 매달 발표했다. 시장의 변화를 감지한 영민한 전략과 함께 발표될 때마다 차트에 올리며 저력을 과시했다. ‘루저’와 ‘베베’ 모두 한 <엠> 앨범의 곡이었다.
혁오는 ‘와리가리’가 모던록 노래 부문을 탄 데 이어 올해의 신인상을 수상하며 2관왕이 되었다. 혁오는 수상 소감을 통해 “기분이 좋다”를 연발했다. 2014년 데뷔해 두 개의 미니앨범과 싱글을 발표하고, 첫 앨범, 첫 공연, 첫 싱글, 첫 페스티벌, 첫 단독공연, 첫 티비 출연까지를 이어가던 혁오는 일생에 한 번 주어지는 신인상으로 ‘첫’ 시리즈의 피날레를 장식했다.
올해 신설된 헤비니스 분야의 음반 수상자는 매써드 <앱스트랙트>였다. 노래 없이 음반만 시상했다. 헤비니스 분야는 헤비메탈, 하드록, 익스트림 장르의 음악에 주어진다. 신설된 분야의 시상자로는 무당의 리더 최우섭이 나왔다. 이 분야는 올해의 앨범에 매써드 <앱스트랙트>와 블랙 메디슨 <일레버서블> 앨범 두 개를 올려놓으며 신설 이유를 음악으로 보여준 셈이 됐다.
특별상은 지금까지 한국대중음악상의 5개의 트로피를 가져간 박재천에게 주어졌다. 전주세계소리축제 위원장이기도 한 그에게 특별상을 시상하며 김창남 선정위원장은 “항상 격론을 이루어지는 분야인데 이번에는 이론의 여지 없이 선정했다”고 말했다. 박재천은 올해에도 크로스오버 앨범과 연주 모두에 두 개의 앨범과 두 개의 연주를 올려놓았다. “저한테 이 상을 주는 것은 후배들을 위해 제 자리를 양보하라는 뜻으로 알겠습니다. 앞으로도 1년에 하나의 앨범을 내겠다는 목표는 이어가겠지만, 이제 한국대중음악상에 후보로는 올려두시지 않길 바랍니다”며 대가의 결의를 비쳤다.
한 달 전 발표된 공로상은 1960년대 21세기까지 수많은 명곡을 작곡한 김희갑 선생이 받았다. 수상 소감은 간결했지만 뜻깊었다. “새로운 장르의 음악과 후배들을 만나게 돼서 행복했습니다. 이 트로피 잘 보관하겠습니다.” 앞서 진행되고 일주일 전 결과가 발표된 ‘네티즌이 뽑은 올해의 음악인’에서 그룹은 빅뱅, 남자는 박진영, 여자는 아이유가 수상했다.
구둘래 기자 anyone@hani.co.kr
△인상적인 수상소감
권나무(최우수 포크 -노래) “이곡(이천십사년사월)은 세월호를 기억하기 위한 앨범의 수록곡입니다. 저는 앨범 작업만 하고 공연에는 참가하지 못했습니다. 이 상을 주신 것은 곡뿐만 아니라 곡에 담긴 의미 때문에 주신 것 같습니다. 세월호라는 어려운 이야기를 지금도 하고 노래하는 수많은 분들과 이 상을 나누고 싶습니다.”
플래시 플러드 달링(최우수 댄스 &일렉트로닉 -노래) “‘별’은 어렸을 때 커밍아웃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곡입니다. 사람들 편견 때문에 많이 힘들었습니다. 퀴어 동성애자는 잘못된 것 이상한 것이 아닙니다. 어렸을 때 마음고생을 할 때 그런 말을 해준 사람이 있었다면 좋았을 것 같습니다. 어린 퀴어 여러분들에게 말하고 싶습니다. 여러분은 잘못되지도 이상하지도 않습니다. 여러분은 아름답습니다.”
엔이큐(NEQ)(최우수 재즈 앤 크로스오버-크로스오버음반) “얼마전에 앨범 판매 정산 이메일을 받았습니다. 저희 앨범을 산 8분에게 감사드립니다.”(손성제)
최우수 록 음반 시상자 단편선과 선원들 “제10회 올해의 노래와 음악인 상을 받은 싸이씨 가족이 소유한 테이크 아웃 드로잉이 재건축 문제로 분쟁 중입니다. 홍대 이리카페는 임대료 문제로 어렵습니다. 여기 공연하신 분들도 많은 살롱 바다비도 지난해 문을 닫았습니다. 용역을 동원하여 가게를 부수는 일은 없었으면 합니다. 감히 제가 예술을 뭐라 하기는 그렇지만, 함께 고통을 이겨내고 따뜻함을 공유하는 것이 예술이 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혁오(올해의 신인) “상을 또 주셔서 기분이 좋고, 저희 말고 수상자 분들을 많이 봤는데 저희는 말을 못하는 줄 알았는데 중간은 가는 것 같아서, 너무 감사드리고요. 사실 저희가 정규앨범이 없는 팀이고 미니앨범 두 개 싱글 하나 만들었는데요, 그래서 이 상을 받기에 부끄럽고 그렇지만 그래가지고 이제 첫 정규 앨범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근데 너무 부담도 되고 아무튼 더 오래 들을 수 있는 음악과 오래 갈 수 있는 팀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각 부문별 수상자 - 4개 분야, 27개 부문
[종합분야] - 총 4개 부문
△ 올해의 음반 : E SENS [The Anecdote]
△ 올해의 노래 : BIGBANG ‘BAE BAE’
△ 올해의 음악인 : 딥플로우 (Deepflow)
△ 올해의 신인 : 혁오 (HYUK OH)
[장르분야] - 총 18개 부문
△ 최우수 헤비니스-음반 : 메써드 (Method) [Abstract]
△ 최우수 록-음반 : 더 모노톤즈 (The Monotones) [into the night]
△ 최우수 록-노래 : 로다운 30 ‘더뜨겁게 (feat. 김오키)’
△ 최우수 모던록-음반 : THE KOXX(칵스) [the new normal]
△ 최우수 모던록-노래 : 혁오 (HYUK OH) ‘와리가리’
△ 최우수 포크-음반 : 김사월 [수잔]
△ 최우수 포크-노래 : 권나무 ‘이천십사년사월’
△ 최우수 팝-음반 : 하비누아주 [청춘]
△ 최우수 팝-노래 : BIGBANG ‘LOSER’
△ 최우수 댄스&일렉트로닉-음반 : Trampauline [MARGINAL]
△ 최우수 댄스&일렉트로닉-노래 : Flash Flood Darlings ‘별’
△ 최우수 랩&힙합-음반 : E SENS [The Anecdote]
△ 최우수 랩&힙합-노래 : 딥플로우 (Deepflow) ‘작두 (Feat. 넉살, Huckleberry P)‘
△ 최우수 알앤비&소울-음반 : 서사무엘 (Samuel Seo) [FRAMEWORKS]
△ 최우수 알앤비&소울-노래 : DEAN (딘) ‘풀어 (Pour Up) (Feat. 지코 (ZICO))
△ 최우수 재즈&크로스오버-재즈음반 : 이부영(BuYoung Lee) [Little Star]
△ 최우수 재즈&크로스오버-크로스오버음반 : The NEQ (엔이큐) [PASSING OF ILLUSION]
△ 최우수 재즈&크로스오버-최우수연주 : 조응민 [Oriental Fairy Tale]
[특별분야] - 총 2개 부문
△ 공로상 : 김희갑
△ 선정위원회 특별상 : 박재천
[네티즌이 뽑은 올해의 음악인] - 총 3개 부문
△ 그룹 : BIGBANG
△ 남자 : 박진영
△ 여자 : 아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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