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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속속 문 닫는 소극장들, 공공재로 만들어야”

등록 2016-03-02 19:55수정 2016-03-02 20:58

정대경 한국소극장협회 이사장. 사진 손준현 기자
정대경 한국소극장협회 이사장. 사진 손준현 기자
정대경 한국연극협회 새 이사장

“연극제 심사위원 후보군 늘리고
심사제도 투명하게 만들 것”
‘검열 사태’에는 신중한 입장
서울 명동 ‘삼일로창고극장’이 지난해 10월 끝내 문을 닫았다. 40년 역사의 한국 최초 민간 소극장으로 1970년대 소극장운동을 이끌던 ‘연극의 성지’였다. 그 이전엔 대극장 중심의 리얼리즘 연극이 강했다면, 삼일로창고극장이 문을 열면서 언어를 사용하지 않는 몸짓극 ‘마임’ 등 당시로선 실험적인 작품을 많이 올렸다. 연극계의 거장 이해랑(1916∼1989), ‘영원한 햄릿’ 김동원(1916~2006), 이원경(1916~2010) 선생이 연극인아카데미 강의를 한 곳도 바로 이 극장이다.

1977년 청년 정대경은 이곳에서 처음으로 돈을 내고 연극을 봤다. 배우 추상미의 아버지 추송웅(1941~1985)이 출연한 <빨간 피터의 고백>이었다. 그게 ‘연극과의 첫 키스’였다. 음악을 전공한 그는 그 뒤 공연 음악감독으로 연극계와 인연을 이어갔다. 2003년 ‘첫 키스’의 추억을 찾아 삼일로창고극장을 인수했다. 하지만 “운영난과 밀린 임대료 등으로 더 이상 극장을 유지할 수 없어” 지난해 폐관했다.

정대경(57) 한국소극장협회 이사장이 지난달 말 제25대 한국연극협회 이사장에 선출됐다. 최근 서울 대학로에서 그를 만나 연극계 여러 현안에 대한 생각을 들었다.

연극계는 지난해 정부기관에 의한 ‘정치 검열’ 사태로 진통을 겪었다. ‘검열’에 대한 입장을 묻자 정 이사장은 신중한 입장을 취했다. “한국연극협회는 연극계의 종갓집이다. 진보와 보수를 아울러 전체의 입장을 전달하는 역할을 하겠다. 우선 현 정부와 연극계의 불편한 관계를 해소하고 싶다.” 비슷한 사태가 재발한다면 전체 연극계를 대표해 정 이사장이 어떤 입장을 보일지 궁금하다.

협회 운영과 관련해 그는 먼저 연극제 심사제도를 투명하게 바꾸겠다고 밝혔다. “전국연극제가 올해부터 대한민국연극제로 이름을 바꿔 청주에서 6월3일부터 3주간 열린다. 예산도 기존 5억원에서 3억원이 늘어나 8억원이 됐다. 경연제도 자체에는 변함이 없지만 심사제도를 공정하게 바꿀 생각이다.” 정 이사장은 심사제도 개선은 구상단계라며 구체적으로 밝히진 않았다. 다만 “심사위원의 후보군을 더 늘릴 계획이다. 대학로 현장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젊은 연출가와 평론가를 더 넣을 생각이다. 원로 선생님들의 경륜을 보호하겠지만 젊은 연출가와 평론가를 투여해 심사 결과에 대해 투명하게 만들겠다”고 했다.

정 이사장이 운영하던 삼일로창고극장이 폐관한 것처럼, 대학로의 소극장들이 속속 문을 닫고 있다. 대학로의 상업화와 함께 치솟는 임대료를 견디지 못하고 끊임없이 밀려나는 것이다. 그런 상황을 누구보다 잘아는 소극장협회 이사장 출신으로서 협회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소극장 운영자는 현재 치킨집이나 세탁소 주인처럼 개인사업자로 분류돼 있다. 이들이 문화예술인의 자존감을 갖고 살도록 여건을 마련해야 한다. 우선 소극장 시설을 활용해 청소년·주부·노인을 대상으로 예술교육이나 동아리 극단 등을 운영하도록 유도하겠다. 소극장을 공공재로 만들어야 한다.”

정 이사장을 만나는 도중 그에게는 계속 연극계 현안을 논의하기 위한 전화가 걸려왔다. 선출과 동시에 한국연극협회 이사장의 3년 임기가 이미 시작됐기 때문이다.

손준현 기자 dus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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