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NT 라이브 2편
화제의 영국 연극, 한국 녹화상영
‘코리올라누스’는 2년만에 재상영
때론 클로즈업 등 영화 느낌 들어
화제의 영국 연극, 한국 녹화상영
‘코리올라누스’는 2년만에 재상영
때론 클로즈업 등 영화 느낌 들어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비극을 영국 최고의 배우들이 그들의 무대에 올렸으니, 당연히 최고일 수밖에. 은근히 질투심이 느껴지는 건 어쩔 수 없다.
3일 막을 내린 ‘엔티 라이브’(NT Live) <햄릿>과 <코리올라누스>는 우리 관객한테도 익숙한 영국 배우들이 명연기를 펼치는 무대였다. 엔티 라이브(National Theater Live)는 영국 국립극장이 연극계 화제작을 영상으로 찍어 전세계 공연장에서 녹화상영하는 프로그램이다. 우리나라에선 국립국장이 2014년부터 상영하고 있으며, 이제껏 5편을 선보인 바 있다.
국내에서 처음 상영된 <햄릿>에서는 영국 드라마 <셜록>으로 알려진 베네딕트 컴버배치가 햄릿으로 열연했다. 탁자 위에 올라서 “죽느냐 사느냐, 그것이 문제이다”라고 하는 독백 장면은 역시 깊은 인상을 남긴다. 지난해 8월 런던 무대에 올려진 작품으로, 12주 동안 80회 매진 행진을 이어갔으며 ‘영국 역사상 가장 빠른 매진’ 기록도 세웠다.
연극은 3시간 동안 셰익스피어의 뛰어난 대사에 흠뻑 빠져들게 한다. 현대적 설정을 가미해 햄릿은 청바지 차림으로 권총을 숨긴 채 원수인 삼촌에게 다가서기도 한다. ‘오필리어’를 연기한 시안 브룩의 연기는 관객들을 눈물짓게 한다.
2014년 큰 인기를 끌었던 <코리올라누스>도 관객 요청에 따라 이번에 재상영됐다. 영국에서도 가장 혁신적이라고 평가되는 돈마 웨어하우스극장에서 2012년 무대에 올려진 작품으로, <어벤져스> 등에 나온 톰 히들스턴이 로마의 위대한 군인 ‘코리올라누스’를 연기했다. 전반부는 정치 담론으로 가득하다. 민주정과 귀족정이 정면으로 부닥치는데, 히들스턴은 연극 시작 전 선보인 인터뷰에서 “이는 파시즘의 문제”라고 짚었다.
250석 소극장 무대 천장에서 물줄기가 내려와 피를 씻는 장면이나 마지막에 거꾸로 매달려 죽임을 당하는 장면 등은 명연기와 명연출이 만난 경우다. 코리올라누스를 설득해 결국 죽음을 향하게 하는 어머니 캐릭터의 탄탄함과 그를 무대에 살려낸 배우의 명연기는 깊은 여운을 남긴다.
다만, 엔티 라이브는 연극보다 영화에 가깝다는 평가도 가능할 듯하다. 연극 무대를 여러 각도에서 찍어 편집한데다, 때로 클로즈업 등 영화적 기법이 이어진다. 연극인이 아닌 일반 관객한테는 영화 느낌으로 다가갈 수 있겠다.
안창현 기자 blue@hani.co.kr
<햄릿>
<코리올라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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