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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병든 세상에 맞서 싸우는 ‘자가발전’ 극단

등록 2016-03-03 21:13

가족적 분위기의 극단 앤드씨어터. 서 있는 단원은 왼쪽부터 고홍진, 권근영, 전민호, 서현민, 류성, 신아리. 앉은 단원은 홍혜진, 이효진, 전윤환, 조영. 앤드씨어터 제공
가족적 분위기의 극단 앤드씨어터. 서 있는 단원은 왼쪽부터 고홍진, 권근영, 전민호, 서현민, 류성, 신아리. 앉은 단원은 홍혜진, 이효진, 전윤환, 조영. 앤드씨어터 제공
[젊은극단을 찾아서] (1) 앤드씨어터
대학로의 봄이다. 패기와 실험정신으로 중무장한 젊은 극단들이 일제히 기지개를 켰다. 동시대 사회의 문제의식에서부터, 윗세대들의 연극 문법을 뒤집는 형식실험에 이르기까지 이들의 도전은 치열하고 진지하다. 몇 회에 걸쳐 젊은 극단들의 문제의식과 현주소를 짚어본다.

자가발전! 극단 ‘앤드씨어터’(AND theater)의 동력이다. 연극하고 싶어 미치겠는데 시켜주는 사람이 없었다. 에라, 우리가 극단을 만들자! 전윤환(30)은 청주대 연극학과 3학년이던 2008년 극단 창단 때를 또렷이 기억한다. “선배 중에 연출가가 드물었어요. 졸업한 선배들은 극단이 없어 힘들어했고요. 열심히 했던 형들도 무대에 서지 못하니까, 우리끼리 극단을 만든 거죠.”

전윤환 앤드씨어터 대표의 ‘파이팅’은 대학로에서 유명하다. 2014년 페이스북에 “벽만 있는 청년들이여! 기회도, 연줄도, 포트폴리오도 없는 20대여 모여주오”라고 호소했다. 그해 12월 그에게 공감하는 20대 연극인 180여명이 서울 대학로 마로니에공원에 모였다. 20대들의 불온한 상상력이 집약된 야외 연극제 ‘이십할 페스티벌’의 시작이었다. 욕처럼 들리는 ‘이십할’은 ‘이십대들이 할’의 준말이다.

<백남준을 말하다>로 ‘2010 서울 연극올림픽’ 참가 심사를 받을 때도 화제였다. 백남준이 스승 존 케이지의 넥타이를 자르는 퍼포먼스를 설명하다가, 심사위원의 넥타이를 잘랐다. 쇼케이스가 중단됐음은 물론이다. 인천 출신의 전 대표는 지난해부터 ‘연출동인 혜화동1번지’ 6기로 활동하고 있다.

전윤환 대표 등 10명으로 구성
배우·연출·피디…‘멀티플레이어’
젊은예술가 고민 포착 ‘창조경제’ 참신

앤드씨어터의 연극관은 선명하다. “전체 합의는 아니지만, 낡고 병든 세상에 생생하게 경고하고 맞서 싸우는 것”이다. 이런 연극관이 잘 드러난 작품이 <창조경제>(2015)다. 배우들은 “나의 창조활동이 나의 경제생활에 도움이 됐으면 좋겠습니다”라는 대사를 반복한다. 청년실업, 표절파동, 예술활동 등 우리 사회의 단면과 젊은 예술가들의 고민을 예리하게 포착해냈다.

앤드씨어터는 인천 아트플랫폼의 입주단체다. 공연장, 연습실, 스튜디오가 딸린 좋은 창작 환경이다. 입주단체가 되기 전엔 선배들에게 사정해 새벽에 연습실을 빌려야 했다. 단원은 10명으로 단출하고 가족적인 분위기다. 연습실에서 밥을 해먹으니 ‘한솥밥’ 먹는 ‘식구’다. 창단멤버인 고홍진(31)은 “단원들 집 숟가락 수까지 알 정도”라고 했다.

얼마 전 뮤지컬 <화순>을 연출한 류성(41)이 맏형이다. 조영(32)은 극작과 연출을 겸하고 있고, 전민호(30) 서현민(29)은 ‘이십할 페스티벌’을 통해 극단에 합류했다. 배우 신아리(28)는 지난달 <여기는 오디오극>에서 연출자로 나섰고, 권근영(27) 피디는 인천에서 꽤 이름난 젊은 문화기획자다. 막내급인 홍혜진(25)은 ‘15분연극제’를 통해 지난해 8월 들어왔고, <창조경제>의 이효진(24) 조연출은 <사천의 선인>(2014)을 올릴 때 합류했다.

앤드씨어터의 장점은 단원 모두 ‘올라운드 플레이어’라는 점이다. 배우, 연출, 작가, 피디, 스태프 등 다양한 역할을 소화한다. 이런 장점을 바탕으로 올해 공연일정을 숨 쉴 틈 없이 빼곡하게 짰다.

5월말 ‘혜화동1번지 봄페스티벌’에서 <봄은 숲에서 사는 것, 도시에는 오지 않네>를 올린다. 8월엔 ‘세월호 연극’과 ‘제3회 15분연극제X인천’을 잇달아 무대에 세운다. 10월 중순엔 ‘혜화동1번지 가을페스티벌’, 12월엔 ‘제3회 한국근대문학극장’을 인천 아트플랫폼에서 공연한다. 앤드씨어터의 도전은 ‘앤드’와 ‘앤드’가 계속되는 진행형이다.

손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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