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토마스 합창과 게반트하우스의
‘마태수난곡’ 정통 바흐 들려줘
일본 고음악 앙상블 새 해석 도전
서울모테트합창단은 ‘요한수난곡’
‘마태수난곡’ 정통 바흐 들려줘
일본 고음악 앙상블 새 해석 도전
서울모테트합창단은 ‘요한수난곡’
라틴어에 어원을 둔 ‘패션’(passion)은 ‘수난’과 ‘열정’ 두 가지 의미를 지닌다. 주로 ‘열정’의 뜻으로 쓰이지만 멜 깁슨이 감독한 영화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그리스도의 수난) 덕분에 ‘수난’이라는 신학용어의 뜻도 널리 알려졌다.
수난곡(Passion)은 기독교의 성주간에 연주됐다. 성주간은 예수가 예루살렘에 입성해 십자가에서 못 박혀 숨을 거두기까지의 고난을 기리는 기간이다. 바흐(1685~1750)는 마태복음 26, 27장을 기초로 <마태수난곡>, 요한복음 18, 19장을 중심으로 <요한수난곡>을 작곡했다. 전자가 서사시적이고 명상적이라면 후자는 격정적이면서도 내밀하다.
두 편의 <마태수난곡>과 한 편의 <요한수난곡>이 부활절을 앞두고 울려 퍼진다.
먼저, 바흐 음악의 원류가 흐르는 독일 ‘성 토마스 합창단’과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 오케스트라가 연주하는 <마태수난곡>이다. 1212년 창단한 성 토마스 합창단이 ‘바흐 음악의 전령’으로 불리는 것은 바흐가 ‘토마스칸토르’(합창 음악감독)로 재직했기 때문이다. 성 토마스 합창단의 3시간에 달하는 연주는 슬픔을 응축하고 내면화한 해석으로 꼽힌다.
합창단과 함께 무대에 오르는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 오케스트라는 1743년 창립됐다. 바흐 사후 <마태수난곡>의 악보는 망각의 깊은 잠에 빠졌다. 이 작품을 다시 세상에 내놓은 이가 바로 게반트하우스 오케스트라의 종신지휘자 멘델스존(1809~1847)이었다. 바흐와 멘델스존, 성 토마스 합창단과 게반트하우스 오케스트라, 이렇게 두 사람과 두 음악단체는 서로 깊은 인연의 사슬로 묶여있다.
‘바흐의 도시’ 라이프치히는 독일 통일 전 동독 민주화운동의 성지였다. 1989년 당시 게반트하우스 오케스트라 음악감독이던 지휘자 쿠르트 마주어(1927~2015)가 쫓기는 시위대에게 피신처를 제공했던 일화는 유명하다. 성 토마스 합창단과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 오케스트라의 공연은 15일 대구콘서트하우스 그랜드홀, 16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다. (02)599-5743.
라이프치히발 <마태수난곡>이 바흐 정통파라면, 일본발 <마태수난곡>은 새로운 해석이 돋보인다. 고음악의 거장 마사아키 스즈키가 이끄는 고음악 앙상블 ‘바흐 콜레기움 재팬’은 200곡이 넘는 바흐 칸타타 전곡을 녹음했다. 이 전집 음반은 톤 코프만, 존 엘리엇 가드너, 니콜라우스 아르농쿠르 등의 녹음과 더불어 명작으로 손꼽힌다.
이번 한국 공연에서는 한국 고음악 연주단체 ‘바흐솔리스텐 서울’도 함께한다. 테너 박승희, 바리톤 가쿠 도루, 바리톤 박승혁, 소프라노 송승연, 카운터테너 정민호 등이 협연한다. 26일 통영국제음악당 콘서트홀. (055)650-0400.
16일과 26일 두 편의 <마태수난곡>이 연주되는 간격의 딱 중간인 21일엔 <요한수난곡>이 연주된다. 서울모테트합창단이 제101회 정기연주회로 올리는 또 하나의 대작이다. <요한수난곡>은 <마태수난곡>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 알려졌지만 바로크 음악의 요소가 집약된 작품으로 합창과 중창의 효과적 배합으로 화려하고 웅장하다.
박치용 서울모테트합창단의 상임지휘자, 복음사가 조성환, 예수 이건욱, 소프라노 강혜정, 알토 정수연, 테너 김충희, 베이스 정록기와 16인조 고음악 연주단체 ‘알테무지크서울’이 협연한다. 창단 27년째를 맞은 서울모테트합창단은 국내 유일의 민간 프로합창단으로 다양한 연주 활동을 통해 우리 사회와 음악문화 전반에 좋은 영향을 끼쳐 2005년 대한민국문화예술상, 2011년 대원음악상을 받았다. 21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02)579-7295.
손준현 기자 dus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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