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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40년 내공 토해내듯…그가 곧 ‘칼라스’였네

등록 2016-03-14 18:57

오른쪽이 지휘자 구자범. 사진 샘컴퍼니 제공
오른쪽이 지휘자 구자범. 사진 샘컴퍼니 제공
리뷰 l 연극 ‘마스터 클래스’

오페라가수 마리아 칼라스 그린
윤석화 배우인생 40년 기념작
거장 내면의 고독·불안 잘 표현
지휘자 구자범 피아노 반주자 역
객석에 불이 켜져 있고 무대에는 피아노 한 대만이 놓여 있다. 전설적인 오페라 가수 마리아 칼라스(1923~1977)가 오만한 모습으로 무대에 등장한다.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것을 잃는다면 인생 전체를 잃은 것과 비슷하다. 가수가 목소리를 잃는다면 극심한 아픔을 겪을 게 분명하다. 더구나 그가 ‘노래의 여신’ 마리아 칼라스라면. 칼라스는 사랑했던 그리스 선박왕 오나시스와 이별하고 목소리가 나빠져 무대에서 은퇴한 뒤, 1971~72년 줄리아드 음악원에서 성악가들을 상대로 마스터 클래스를 연다.

칼라스의 강의와 인생을 그려낸 연극 <마스터 클래스>에서 윤석화(사진 왼쪽)는 칼라스로 변신한다. 임영웅 연출의 이 연극은 윤석화의 배우인생 40년을 기념하는 작품이다.

“편지를 들고 있는 척 연기만 하지 말고 실제 편지를 들어요!” 윤석화는 소피, 샤론, 토니 등 성악가들에게 진정성 있고 몰입하는 연기를 주문한다. 베르디의 <맥베스>에서 맥베스 부인 역을 맡은 샤론에겐 “당신이 맥베스 부인 역을 하는 게 아니라 맥베스 부인이 돼야 해요”라고 강조한다.

마스터 클래스 중간 조명이 어둡게 바뀌면 곧 독백의 시간이다. 무대 한쪽에 선 윤석화의 그림자가 반대편 벽에 두 배 이상으로 크게 비친다. 일렁이는 검은 그림자는 칼라스 내면의 고독과 불안이다. 떨리는 목소리로, 때로는 단호한 발언으로 “공연은 투쟁입니다. 무대를 지배해야 합니다”라고 외친다. 윤석화는 칼라스가 돼 그의 인생관과 예술관을 거침없이 펼친다. 윤석화의 연기 내공을 실감하는 순간이다.

이 연극의 매력은 다른 곳에도 있다. 바로 지휘자 구자범이 피아노를 치는 부분이다. 피아노 반주자 매니 역을 맡은 구자범은 벨리니의 오페라 <몽유병의 여인> 중 ‘아 믿을 수 없어라’(Ah, Non Credea Mirarti) 등을 연주한다. 중간 중간 대사도 친다. 윤석화를 바라보며 “아까 말씀하신 발판이 준비됐습니다”라든가, “여기 선생님 앞으로 선물이 왔어요”라고 한다. 조금은 어색하지만 괜찮다. 구자범의 연기를 보러 온 게 아니니까. 그는 이 연극 전체의 음악감독도 맡았다.

출연자가 적은데다 무대 구조가 매우 단순하다. 내용도 극적 구성이라기보다는 독백에 가깝다. 칼라스의 대사는 반짝이지만, 진지한 관객이 아니라면 지루하게 느낄 수도 있겠다. 1000여 석의 대극장보다는 중극장 내지 소극장이었다면 더 효과적인 연극일 수 있겠다는 느낌이다. 20일까지 서울 엘지아트센터. 120분.

손준현 기자 dus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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