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문화 음악·공연·전시

‘소통왕’ 조승우·‘개그왕’ 조정석…헤드윅 ‘배우열전’

등록 2016-03-14 19:02

사진 ㈜쇼노트 제공
사진 ㈜쇼노트 제공
역대급 캐스팅으로 돌아온 뮤지컬 ‘헤드윅: 뉴 메이크업’

조승우 빠진 자리에 변요한까지
5명 대사·노래·공연시간 다 달라
열번째 헤드윅…무대도 더 커져
뮤지컬 ‘헤드윅’이 <헤드윅 : 뉴 메이크업>이라는 이름으로 새롭게 관객들을 찾아왔다. 2005년 한국 초연된 뒤 벌써 열 번째 공연인데, 이번엔 무대가 커졌고 무엇보다 캐스팅은 더 화려해졌다. 조승우, 조정석, 윤도현이 돌아왔고, 정문성과 변요한이 새로 무대에 선다. 요즘 가장 뜨거운 뮤지컬 무대라는 평가다.

■ 다섯 색깔 헤드윅 동·서독 분단 시절, 동독에서 태어난 한셀은 엄마와 단 둘이 살아가는 평범한 소년이었다. 어느날 미군 병사의 청혼을 받는다. 동독을 떠날 기회인데, 여자가 되어야 한다는 조건이 붙는다. 잘못된 수술로 1인치의 살덩어리가 남는다. 미국 브로드웨이 뮤지컬의 원래 제목이 ‘헤드윅과 앵그리 인치(angry inch)’인 것도 이 때문이다. 엄마 이름인 ‘헤드윅’으로 미국에서 살아가지만, 그의 사랑은 언제나 고통스럽다.

변요한. 사진 ㈜쇼노트 제공
변요한. 사진 ㈜쇼노트 제공
작품은 헤드윅이 무대에 등장해 자신의 인생 이야기를 풀어내는 형식이기에, 헤드윅을 연기하는 배우가 130분의 공연시간 전체를 사실상 혼자 끌고간다. 그만큼 배우의 몫이 크고, 자신의 특기와 색깔로 무대를 채운다. 이번 공연엔 배우에 따라 대사와 노래, 공연시간조차 달라진다. 연습도 각자 조금씩 다른 대본으로 했다고 하니, 관객 입장에선 골라보는 맛이 있다.

이번이 여섯 번째 헤드윅 무대인 조승우는 관객과 호흡하는 방법을 이미 터득한 듯하다. 산전수전 다 겪은 30대 후반 로커의 삶을 보여주고자 일부러 힘을 뺐다고 하고, 질펀한 성적 농담과 몸짓이 돋보인다. 시계를 들어보면서 “노래 3곡 했는데 벌써 한 시간이 지났어”라며 웃기도 하는데, 실제 공연시간도 예정보다 30분 정도 길다. 마지막에 ‘미드나잇 라디오’ 노래에서 치닫는 맛은 조금 떨어진다.

조정석은 원래 대본에 충실하면서도 그만의 유머감각으로 좌중을 끌어당긴다. “웃기지도 못하고 자빠졌네. 웃기다 자빠져야 하는데”라고 하는 대목 등은 연습 과정에서 나온 아이디어인데, 관객 반응이 좋아 공연의 일부로 안착했다. 조정석의 ‘예쁜 몸매’도 인상적이다. 조승우는 물론이고, 그동안 두터운 팬층을 확보한 조정석 출연 회차도 표를 구하기 힘들다.

윤도현은 2009년 공연 이후 7년 만인데, 로커로서 이번 작품의 음악적 매력을 가장 충실하게 표현한다는 평가다. ‘오리진 오브 러브’, ‘슈거 대디’, ‘미드나잇 라디오’ 등 헤드윅의 명곡을 사랑하는 관객이라면 이 쪽이 좋을 듯하다. 다만, 연기 쪽은 기대를 조금 낮춰야 할 듯하다.

정문성은 처음 헤드윅 무대에 올랐는데, 일단은 합격점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가녀린 몸매지만, 그동안 연극 무대에서 갈고닦은 실력을 바탕으로 헤드윅의 기구한 삶을 연기한다. 변요한은 다음달 말부터 조승우가 중간에 빠진 자리를 대신하는데, 자신의 첫 뮤지컬 무대이기도 해서 새로운 도전임엔 분명하다.

캐스팅과 별도로, 무대도 눈여겨볼 만하다. 이전까지는 뉴욕의 허름한 호텔에서 헤드윅이 공연을 벌인다는 설정이었지만, 이번부터는 <정크 야드>를 공연하다 흥행 참패로 막을 내린 브로드웨이 극장 무대를 하루 빌리는 것으로 했다. 이에 따라 기존의 소극장에서 중극장 무대 형식으로 커졌고, 무대도 폐차장 분위기를 살리는 등 더 화려해졌다. 다만, 공연이 올려진 극장 자체의 음향 효과에 불만을 느낄 관객도 있을 것이다.

■ 헤드윅의 가발 배우가 누구이든, 작품 자체도 매력적이다. 대표곡인 ‘오리진 오브 러브’가 희랍 철학자 플라톤의 <향연>에서 아이디어를 가져왔다는 점과 함께, 헤드윅의 가발이 가진 곡진한 함의도 곱씹어볼 만하다.

극의 마지막에 헤드윅이 “이제부터 너는 자유야”라고 하면서 ‘이츠학’(서문탁, 임진아, 제이민)한테 자신의 가발을 벗어 건네는 장면은 작품에서 가장 깊은 감동을 선사한다. 이는 헤드윅이 자신의 새로운 정체성을 찾아가는 모험일 것이며, 여장남자인 이츠학에게 새로운 성적 자유를 허락하는 사랑의 몸짓일 수 있다. 우리 무대를 찾기 전에 유튜브 등에서 미국 공연을 미리 찾아보면 더 풍성하게 작품을 이해하고 즐길 수 있을 것이다.

헤드윅은 공연에서 3~4번 가발을 갈아쓰는데, 이번 공연에는 5명의 배우들이 각각 다른 형태의 가발을 쓴다. 포스터에 등장하는, 양쪽에 뿔이 난 듯한 형태의 가발은 ‘오리진 가발’이라 불리는데, 조승우는 이번 공연에서 과감하게 이 가발 대신에 다른 것을 쓰고 무대에 등장한다. 조정석과 운도현은 오리진 가발과 비슷한 형태지만, 색깔 등에 변화를 줬다. 정문성은 오리진 가발을 쓴다.

3월1일 시작된 공연은 5월29일까지 서울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대극장에서 이어진다. 푯값 5만5000~9만9000원.

안창현 기자 blue@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문화 많이 보는 기사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1.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2.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3.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4.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5.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