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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위작가 김구림, 국립현대미술관 안에 불을 질렀다

등록 2016-03-18 21:47수정 2016-03-18 23:20

김구림 작가가 18일 오후 경기 과천시 막계동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 야외 조각공원에서 과천관 30년 기념 ‘현상에서 흔적으로 - 불과 잔디에 의한 이벤트‘(1970) 퍼포먼스를 재연하고 있다. 2016.3.18 연합뉴스
김구림 작가가 18일 오후 경기 과천시 막계동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 야외 조각공원에서 과천관 30년 기념 ‘현상에서 흔적으로 - 불과 잔디에 의한 이벤트‘(1970) 퍼포먼스를 재연하고 있다. 2016.3.18 연합뉴스
18일 낮 경기도 과천에 있는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에서는 원로 전위미술가 김구림(80)씨가 잔디밭에 불을 지르는 퍼포먼스를 벌였다. 미술관 야외조각장 잔디에 8m짜리 삼각형 윤곽 4개를 고랑을 파 표시해놓고 김 작가가 잔디풀에 불을 붙여 시커멓게 탄 흔적을 남기는 불의 난장이 펼쳐졌다. 1970년 김구림 작가가 서울 뚝섬 살곶이다리 부근 언덕을 불태우며 벌였던 국내 최초의 대지미술 작품 ‘현상에서 흔적으로’를 46년만에 재현한 것이다.

김 작가는 낮 1시 ‘하나, 둘, 셋’을 세는 관객들 구령에 맞춰 성냥으로 잔디밭 한쪽에 불을 붙이며 작업을 시작했다. 불은 마른 잔디밭으로 둥그렇게 번지면서 총길이 32m에 달하는 4개의 삼각형 윤곽 내부를 검게 태우는 모습을 연출했다. 김 작가는 코트차림으로 불이 번지는 삼각형 주변 잔디밭을 거닐면서 현장을 물끄러미 살폈다. 간간이 멈춰서서 과거와 지금의 퍼포먼스를 떠올리기도 했다. 바람도 불지 않고 날씨가 따뜻해 불은 그리 빠르지 않은 속도로 잔디밭을 태웠다. 바르토메우 마리 국립현대미술관장을 비롯한 미술계 인사와 일반 시민 등 100여명이 현장을 지켜봤다.

김구림 작가가 18일 오후 경기 과천시 막계동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 야외 조각공원에서 ‘현상에서 흔적으로 - 불과 잔디에 의한 이벤트‘(1970) 퍼포먼스를 재연하고 있다. 2016.3.18 연합뉴스
김구림 작가가 18일 오후 경기 과천시 막계동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 야외 조각공원에서 ‘현상에서 흔적으로 - 불과 잔디에 의한 이벤트‘(1970) 퍼포먼스를 재연하고 있다. 2016.3.18 연합뉴스
미술관 쪽은 불이 번지는 만일의 사 태에 대비해 소방차를 대기시켰지만, 사고 없이 퍼포먼스는 끝났다. 김구림 작가는 “감회가 새롭지만, 70년 뚝섬 작업에 비해 오늘 작업은 얌전한 편”이라고 소감을 털어놓았다. “70년 작업 때는 지금보다 훨씬 면적이 켰고, 경사가 급한 언덕에서 큰 잡풀을 태웠기 때문에 불길의 기세가 훨씬 커서 장관을 이뤘었다”고 그는 떠올렸다.

이날 잔디밭을 불태운 퍼포먼스는 김 작가의 전체 작업으로 치면 시작에 불과하다. 삼각형 모양으로 검게 불탄 자리에는 한달여 시간이 지나면 푸른 잔디싹이 돋아나 원래 흔적들이 사라지게 된다. 이런 자연적 변화의 과정까지 나중에 함께 보여주면 ‘현상에서 흔적으로’ 는 완성된다. ‘존재의 소멸과 새로운 시작’이라는 화두를 던지는 작업이기 때문이라는 게 작가의 설명이다.  

이 불지르기 퍼포먼스는 올해 과천관 건립 30돌을 맞아 미술관 쪽이 기념행사의 하나로 기획했다. 김 작가가 지난해부터 70년 대지미술의 재현작업을 준비중이란 사실을 알게 된 미술관 쪽이 판을 벌여달라고 부탁해 퍼포먼스가 성사됐다고 한다.

노형석 기자nu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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