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국악원 정악단 정재국 예술감독. 사진 국립국악원 제공
[짬] 국립국악원 정악단 정재국 예술감독
“나라에서 학비 대준다니까…”
작고한 스승 대신 20대부터 무대에
‘이왕직 아악부’와 후진 사이 ‘고리’ 두번째 맡은 예술감독 퇴임 앞두고
25·26일 ‘정악 새로움을 더하다’ 공연 오는 5월 정악단 예술감독 퇴임을 앞둔 그에게 이번 공연은 사실상 ‘마지막 무대’다. ‘정악 혁신’의 과제를 후진에게 던지는 무대이기도 하다. 정 감독의 국악인생 60년과 정악의 앞날에 대해 들어봤다. “국악에 관심이 있었다기보다는 학비를 국가에서 대준다니까 국립국악고 전신인 국악사양성소에 들어갔지요.” 1942년 충북 진천에서 태어난 ‘시골소년 정재국’이 정악과 만난 이유는 의의로 가난 때문이다. 그게 필생의 업이 됐으니 결과적으론 ‘운명적 만남’이다. 양성소에서 김준현 선생한테 피리를 배웠다. 정악 연주자가 열손가락에 꼽을 정도밖에 남아있지 않던 시절이었다. “정악은 재미없으니까 학생들이 민속악으로 빠질까 봐 선생님께선 ‘정악만 해라’, ‘정악 다 배우고 난 뒤에 민속악을 배워라”고 말씀했어요. 국비생으로 가르친 이유도 궁중음악을 전수하려는 것이니 민속악으로 빠지지 않도록 경계한 거죠.” 그런데 그가 군에서 제대한 뒤 40대 중반 한창이던 김 선생이 돌아가셨다. 정 감독은 어린 나이에 정악 연주단에서 ‘이왕직 아악부’ 출신 40~50대 스승들과 함께 무대에 서게 됐다. 정악단의 전체 음악을 이끌어가는 ‘목(目)피리’ 자리도 떠맡았다. 그렇게 그는 ‘이왕직 아악부’와 정악단 후진들을 이어주는 ‘고리’ 노릇을 해왔다. 피리·태평소 뿐 아니라 생황도 널리 보급시켰다. 피리는 보통 50살이 넘으면 힘에 부친다지만 그는 여전히 호흡이 짱짱하다. 60년 동안 정통 정악만을 해온 그는 퇴임을 앞두고 ‘정악 혁신’에 도전한다. 이번 공연에서 합주음악 형식을 도입하고 악기편성도 다양화했다. “정악은 경술국치 이후 100여 년 동안 원형을 훼손하지 않고 이어왔지요. 그런데 ‘재미없다. 어렵다. 잠 온다’고들 해요. 그래서 바꿨어요. 전래 합주는 피리 위주인데, 이번에는 어떤 대목엔 대금, 어떤 대목엔 해금을, 특성을 살려 편성했지요. 악기가 골고루 잘 들리도록 현대 합주음악 형식을 도입했어요. 별곡이랄까, 원곡에 바탕을 둔 새로운 악기 편성곡을 만든 거죠. 또 지금까지의 가야금 위주에서 대쟁(15현), 향비파, 울림통이 둥그런 월금 등 현악기와 17관 생황, 단소 등 선율악기를 넣었습니다.” 긴장과 이완을 통한 화려한 무대화도 특징이다. “전통적인 대표 연주곡인 <동동>, <수제천>은 곡을 다듬었어요. 그동안 변형 없이 연주해왔는데, 풀고 조이는 긴장과 이완을 도입해 음악을 더 화려하게 무대화한 음악입니다. 26일 공연에는 가곡별곡을 연주하는데 독창, 중창, 합창을 30명 규모로 늘리고, 반주도 30명 등장으로 키웠습니다.” 정 감독은 90년대 말 국립국악원 정악단 예술감독을 이미 한차례 지냈다. 98년부터 2007년까지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 교수를 지내고 2014년부터 정악단 예술감독을 다시 맡았다. 누구보다 정악을 잘 알기에 누구보다 정악의 개혁에 적극적이다. “지금까지 정악은 보수적이었지요. 몇 백년 이어온 원곡을 건드리기 싫어했죠. 저는 오랫동안 정악을 해온만큼 시대에 맞는 정악을 꾀할 수 있는 것이지요. 남들이 인정하는 문화재이기도 하니까, 나서는 게 마땅하고. 제가 마지막으로 국악계에 봉사하는 일입니다.” <정악 새로움을 더하다> 공연은 오는 25일 저녁 8시와 26일 오후 3시에 서울 서초동 국립국악원 예악당에서 열린다. (02)580-3300. 글 손준현 기자 dus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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