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종택의 실험극 '댄싱 인 더 아스팔트 정글'. 사진 서촌공간 서로 제공
인왕산의 동쪽, 경복궁의 서쪽 서촌은 예로부터 겸재 정선(1676~1759), 시인 이상(1910~1937)이 예술혼을 불사른 곳이다. 서촌에 자리 잡은 소극장 ‘서촌공간 서로’에서 4월 한 달 요즘 주목받는 젊은 예술가들이 ‘난장’을 펼친다. 개관 1돌을 맞아 여는 ‘2016 서로 쇼케이스 페스티벌’이다. 가로 7m, 세로 7m의 소극장은 이들의 무한한 상상력으로 고밀도·고감도 공간으로 변신한다.
8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자격을 얻은 4개 참가팀은 무용, 음악, 연극 등 다양한 장르에서 창의적 콘텐츠를 선보인다. 이들은 올해 가장 주목해야 할 실력파 예술가들로 현재 대학로 등에서 활동하고 있다. 극장 쪽은 참가팀에 공간과 제작비를 지원한다.
극단 문의 '노래의 힘'. 사진 서촌공간 서로 제공
첫 무대는 1~4일 성종택과 유성일의 현대무용 <댄싱 인 더 아스팔트 정글>이다. 안무가 성종택은 특이하다. 극단 이와삼에서 공연기획을 겸하며 배우로 활동했고, 몸의 움직임에 관심이 생기자 마임극단 상상바람과 트러스트무용단에 입단했다. 일상연극단 오당춤을 창단해 기획자, 극작가, 연출 및 안무가, 배우, 춤꾼으로 다방면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경력만으로도 몹시 궁금증을 부른다.
아스팔트에서 펼쳐지는 신체극으로 무용이라고 보기엔 안무가 적고 연극이라 보기엔 추상적이다. 이를테면 무용과 연극이 융합된 실험극이다. 아스팔트 위에서 남자가 위태롭게 춤을 춘다. 웃고 있지만 소리가 나지 않고 낙엽 부서지는 소리가 날 뿐이다. 성종택은 “늘 가까워 놓쳐버리고 변질하는 내 모습을 되돌아보며 생각할 수 있는 공연을 만들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예술창작공장 콤마앤드의 '콩나물 버스'. 사진 서촌공간 서로 제공
정진새도 참 특이하다. 공공영역과 비평가일 땐 정진세, 창작활동을 할 땐 정진새란 이름을 쓴다. 대학로에서 눈에 띄는 젊은 작가·연출가다. 그와 임은주 미술작가를 주축으로 한 연극·창작팀 극단 문은 21~24일 <노래의 힘>을 선보인다. 생의 극적인 순간들에 함께했던 노래들을 통해 우리 자신을 돌아본다. ‘임을 위한 행진곡’, ‘하늘나라동화’, ‘위아더퓨처’에는 어떤 사연이 담겨 있을까? 15분짜리 에피소드가 하나씩 진행되면서, 관객들은 점차 자기 목소리로 부르는 노래의 힘을 실감하게 된다. 이 작품은 “시간이 흐르고 모든 것이 변해도 우리는 계속 노래를 부를 것”이라고 얘기한다.
노래를 내세운 작품에는 예술창작공장 콤마앤드의 <콩나물 버스>(7~10일)도 있다. 트로트, 포크, 발라드를 아우른 ‘7080 추억의 음악극’이다. 1970년대 버스안내양 이야기를 통해 콩나물시루같이 빡빡한 현실 속에서 희망을 향해 달려보자는 줄거리다. 유쾌함으로 똘똘 뭉친 두 배우가 일인다역을 소화해낸다. 2015년 15분짜리 단막극으로 선보였던 작품에 살을 붙여 업그레이드했다.
14~17일엔 우현주X송문수의 <굿-사운드>가 올라간다. 한국전통음악 작곡가 우현주와 타악 연주자 송문수가 전통 타악기와 서양 타악기로 다양한 음악적 실험을 한다. 프로젝트 ‘굿-사운드’는 굿 장단과 소리(사운드)를 결합한 말이다.
4월28일~5월1일 페스티벌의 마지막 무대는 초청작으로, 경기민요 소리꾼 이희문의 국악공연 <깊은 사랑>이 대미를 장식한다. (02)730-2502.
손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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